인간이 지닌 궁극적인 문제를 살펴보고, 그것을 풀 수 있는 방법을 탐구
비교종교학자로서 그동안 수많은 저서와 강연을 통해 종교와 인간, 윤회와 환생 등 아무나 감당할 수 없는 특별한 분야에서 학문적 업적과 대중적 관심을 불러일으킨 최준식 이화여대 명예교수. 그가 보고 읽고 듣고 느끼고 깨달은 종교의 모든 것과 종교를 떠나 존재할 수 없는 인간 운명에 대한 특별한 이야기를 ‘최준식 교수의 메타 종교로 가는 마지막 춤’이라는 시리즈 3권의 책으로 엮었다.
카르마 법칙에 대해 알아차린 다음에는 종교를 본격적으로 공부하는 단계에 진입해야 한다. 즉 지혜를 닦는 것인데 이 일을 위해 우선 종교 경전을 공부하고 관련 문헌들을 연구해야 한다. 예를 들어 ‘논어’나 ‘바이블’, ‘금강경’, ‘꾸란’ 등과 같은 원전을 공부하고 그에 관련된 연구서들을 읽어보는 게 그것이다.
이런 식으로 공부해야 ‘종교가 무엇이며 인간에게 왜 필요한 것인가’, 또 ‘종교를 통해 인간이 성취하려는 것이 무엇인지’ 등에 대해 확실하게 알 수 있다. 종교는 인간의 궁극적 문제를 분석하고 해결책을 제시하는데 우리는 이런 공부를 통해 이 문제가 무엇이며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확실하게 알게 된다. 이것은 대단히 이지적인 접근인데 이 같은 지식이 없으면 종교의 핵심을 놓칠 수 있다.
그런데 종교는 이렇게 경전 공부 같은 머리로 접근하는 것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종교가 철학 같은 인접 학문과 다른 것은 몸이 관계된다는 것이다. 종교에서 말하는 구원이나 깨달음은 머리로만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반드시 몸을 움직여야 한다. 달리 말해 수련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종교에서는 수많은 수련법을 제시한다. 이렇게 다양한 수련법을 제시하는 일은 삶의 다른 분야에서는 좀처럼 일어나지 않는다. 우리는 이 수련법 가운데 자기에게 맞는 것을 택해서 몸으로 직접 닦아야 한다.
종교에는 이런 접근법 말고도 감성에 호소하는 기도라든가 구복하는 것도 중요한 요소로 포함되어 있다. 이것 역시 훌륭한 종교적인 행위이지만 종교는 여기서 그치면 안 된다. 여러 가지 방법을 활용하여 지혜를 닦아야 한다. 사람들은 지혜를 추구하는 이지적인 접근과 다양한 수련을 같이 해야 한다. 그런데 과거에는 이런 식의 접근이 극소수의 성직자에게만 한정되어 있어서 일반인들은 접근조차 할 수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종교에 관한 모든 것이 공개되어 있다. 이전에는 알 수 없었던 최고의 지혜가 이제는 손쉽게 접할 수 있게 되었다. 온라인, 오프라인을 막론하고 모든 정보가 공개되어 있는데 이런 시대에 살면서 이 정보들을 가지고 심도 있게 종교를 공부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직무유기’라고 할 만하다. 좋은 시대에 태어난 것을 향유하지 못하는 어리석음이라고나 할까.
이 책은 처음부터 그렇게 의도한 것은 아닌데 서술하다 보니 불교의 사성제(Four Noble Truths)의 전개 방법과 같은 식으로 설명이 전개되었다. 사성제는 잘 알려진 것처럼 ‘고집멸도(苦集滅道)’다. 이 순서에 따라 이 책에서도 처음에 ‘인간의 삶은 고통스럽다’라는 명제로 시작한다. 고통스러워도 보통 고통스러운 게 아니다. 오죽했으면 불교는 인간이 사는 이 사바세계를 고해, 즉 고통의 바다라고 했을까? 두 번째는 이 고통의 원인을 찾아보는 집(集)의 단계다. 앞에서 인생은 괴롭다고 했는데 이 처참한 상황을 벗어나려면 고통의 원인을 알아야 한다. 이것은 병을 고칠 때와 똑같다. 병을 고치려면 병의 정확한 원인을 알아야 한다. 불교에서는 고통의 원인을 집착이라고 했는데 이 책에서는 한 걸음 더 나아갔다. 사람이 집착을 가질 수밖에 없는 그 근본 원인을 파헤친 것이다. 작가는 그 원인을 ‘자의식’으로 보고 심도 있게 분석했다. 자의식이란 ‘내가 존재한다는 것을 아는 의식’으로 인간만이 갖는 기능이다. 인간의 모든 고통은 이 자의식에서 비롯된다.
세 번째 단계는 이 고통이 다 없어진 상태, 즉 멸(滅)의 상태다. 이 주제를 다룬 세 번째 장에서는 모든 고통이 사라진 다음에 만나게 되는 궁극적 실재(Ultimate Reality) 혹은 절대 실재가 어떤 것인가에 대해 깊이 분석했다. 이것은 흔히 ‘신’으로 불리는 것인데 이 실재에 대한 설명은 대단히 복잡하고 어렵다. 이 부분에서 작가는 금세기 최고 사상가 가운데 하나인 켄 윌버(1949~)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그가 설한 절대 실재 개념은 다른 어떤 설명보다 쉽고 명확했다.
마지막으로 네 번째 단계는 이 궁극의 상태로 가는 길에 대해 서술하고 있다. 이른바 도(道)의 단계다. 종교는 이 단계를 설정하고 있어 삶의 다른 분야와 다르다고 했다. 종교는 결코 허무적인 가르침이 아니다. 우리가 가야 할 길을 안내해주기 때문이다. 여기서 작가는 힌두교의 가르침을 따라 이 길을 셋으로 구분했다. ‘지혜(즈나나)의 길’, ‘헌신(박티)의 길’, 그리고 ‘행위(카르마)의 길’이 그것이다. 굳이 힌두교의 예를 따라 하려고 한 것이 아닌데 하다 보니 결과적으로 힌두교의 그것과 같게 되었다.
그런데 이 세 가지 길에 관해 설명하다 보니 첫 번째 길인 지혜의 길에 대해 가장 많이 쓰게 되었다. 특히 수련법에 대해 많이 설명했다. 종교적인 지혜를 얻으려 할 때 사람들은 수련에 의지하는 경우가 많다. 수련에는 참선을 비롯해 요가, 주문 외기, 춤추기 등 매우 다양한 방법이 있다. 이것들에 관해 설명하다 보니 이 부분의 양이 가장 많아졌다. 사실 종교적인 지혜를 얻으려 할 때 경전 공부보다 더 긴요한 것이 몸으로 직접 하는 수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