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과 시간의 층위 속에서 시인의 상상력은 어떻게 변화되는가
박철영 평론가의 두 번째 평론집 『층위의 시학』의 1부와 2부는 각 문예지에서 의욕적으로 추천한 시인의 신작시를 통해 전개되는 시적 흐름이 계절성과 맞닿아 상상력으로 확장되면서 시적 공감으로 어떻게 환기, 발화되는가를 살펴보고 있다. 3부와 4부는 계간 시평으로 각 문예지에서 선정한 시에 대한 평론을 실었다. 박철영은 시간과 상관된 계절의 변화 속에서 시인들의 다양한 사유가 감상에 그치지 않고 시적인 상상력으로 어떻게 상징, 발현되는가를 살펴보려 했다. 결국 시의 지점은 계절로 이어지는 시간의 층위 속에 존재하는 것으로 시인의 변별적인 시적 사유에서 발현한다는 것을 확인하고 있다.
제1부 〈풍경과 사유〉에서는 박관서, 김종, 강경호, 조창수 시인 등에 대한 작품론을 실었고, 제2부 〈시적인 것〉에서는 조동범, 정민나, 김수진, 황희경, 이영춘, 허형만 등의 작품을 밀도 있게 평했다. 제3부 〈상상력과 상관성〉에서는 김지란, 이재연, 선종구, 장철문, 문정영, 김금란, 박수림, 주선미, 김은우, 권선희, 김명리, 권오성, 김춘리, 박성규, 이창훈 등의 시세계를 조명했다. 이어 제4부 〈형상과 표상〉에서는 김정옥, 박수원, 곽문호, 오현정, 복효근, 김봄서, 박주이, 서지숙, 권오영, 김영희, 박봉철, 이윤희, 나호열, 김건화 등의 시세계가 당대 시단에 어떤 의미를 던져주고 있는지 살펴보고 있다.
박철영의 평론은 시인들의 건강한 삶 속에서 건져 올린 시어를 통해 말하고자 하는 시적 저의에 귀 기울여, 시 속에 내재된 문학적인 의미를 찾아내려고 한다. 또한 박철영 평론가는 이번 평론집에서 시적 기교보다는 시 속에서 발현된 시의가 우리사회의 건강한 삶에 얼마만큼 기여하고 있는가에 주목했다. 근래 들어 극심해진 분열적인 사회에 편승한 문학 진영의 폐해를 극복하고자, 그는 통합의 시정신으로 문학적인 위의를 담론화했다.
아무도 주목하지 않은 시인들의 목소리를 새롭게 발견하다
박철영 평론집 『층위의 시학』에 대해 ‘한국문학사’ 연구가인 이승철(현, 한국작가회의 이사) 시인은 “박철영의 평론집은 중앙(서울)에서 아무도 주목하지 않은 시인들의 목소리와 몸짓을 자기화하고, 그들이 지닌 문학적 총기를 새롭게 발견함으로써 한국문학의 위용과 공감을 확대하고 있다. 저 밑바닥 어딘가에 한없이 귀중한 문학적 텍스트로 내장돼 있지만 그걸 허투루 보는 이즈음의 문학적 풍토 속에서 그가 설파하는 ‘시간과 계절 속의 층위의 시학’은 찬사를 받아야 마땅하다.”고 평가했다.
1930년대 문단에서 『시문학』 창간을 주도하고, ‘임화’와 ‘춘원’의 문학논리를 되받아칠 정도로 탁발한 비평적 안목을 지녔던 ‘박용철’ 시인의 문학적 후예로서 박철영 평론가에 거는 문학적 기대가 크다. 변방을 울려 중심(서울)의 가치를 흔들어 놓겠다는 박철영의 문학적 결심이 향후 어떻게 전개될지 기대하는 바가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