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최고의 문학 이론서 ≪문심조룡≫
≪문심조룡(文心雕龍)≫은 중국 남조 문학 이론가 유협(劉勰)이 서기 501∼502년에 지은 문학 이론서다. 상하 각 25편씩 50편으로 구성되었다. 공자의 미학사상을 토대로 제량(齊梁) 이전의 문학 및 미학 성과를 총결해 문학의 심미적 본질과 창작, 감상 등의 미학 규율을 엄밀하게 탐색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문심(文心)”은 작문의 용심(用心)을 말한다. “조룡(雕龍)”은 용의 문양을 조각하는 것으로 작문에서 문채의 추구를 비유하지만, 단순히 문채만을 추구하는 것만은 아니다. 작문의 용심을 말하려면 작문의 강령을 언급해야 하기에 창작론, 문체론, 문학 평론을 모두 포괄해 언급해야 한다. 문채를 말하려면 당시 남조인(南朝人)이 중요시한 문채의 특징을 분명하게 밝혀야 한다. 따라서 본서에서 말한 “문(文)”은 시문을 지칭한다. 시문 가운데 문은 문학이 위주이고, 비문학은 그다음이다. 시부(詩賦)만이 문학인 것이 아니라, 적잖은 고대 응용문도 유협은 문학으로 여겼으며, 따라서 이 책은 고전 문학 이론의 걸작이라 할 수 있다.
≪문심조룡≫의 구조
전체는 세 부분으로 나누어진다. 첫 번째 부분이 “문학의 핵심(文之樞紐)”이고, 문장의 강령에 해당하며, <원도(原道)>, <징성(徵聖)>, <종경(宗經)>, <정위(正緯)>, <변소(辨騷)> 5편이 포함된다. 이 부분은 문장의 근원이 도(道)라는 사실을 설명하는데, 유협은 도를 가장 잘 인식하는 사람이 성인이기에 성인을 학습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문장의 근원, 학습 대상, 문체의 원류에서 변화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언급했다. 두 번째 부분은 문체론이다. <명시(明詩)>에서 <서기(書記)>까지 20편이며, 이는 다시 두 부분으로 나누어지는데, 전반부는 운문 10편, 후반부는 산문 10편이다. 이 부분에서는 각종 문체의 기원과 변화를 설명하고, 각종 문체의 명칭과 의미를 해석했으며, 각종 문체의 대표작을 선별하고 논술하면서 각 문체의 창작 방법을 설명했다. 총론과 문체론 두 부분을 합쳐 상편(上篇)이라 불렀으니, 따라서 상권은 25편이다. 세 번째 부분은 창작론이다. 여기서는 정리(情理)와 문채를 분석하고, 창작의 계통과 조리를 중시해 문사(文思), 풍격(風格), 체세(體勢), 통변(通變), 구성(構成), 수사(修辭), 성률(聲律), 장구(章句) 등의 창작 문제를 연구했다. 네 번째 부분에서는 문학사관, 작가론, 감상론, 작가 품덕론을 토론했다. 이 부분은 <신사(神思)>에서 <정기(程器)>까지 24편으로 되어 있고, 여기에 총서(總序)인 <서지(序志)>를 더한 총 25편을 하편(下篇)이라 불렀으니, 하권에 해당한다. <서지(序志)>에서는 본서를 쓰게 된 동기, 태도, 원칙을 서술하고 있다. 상권과 하권을 합치면 총 50편으로, 창작의 여러 방면에 대한 전면적이고 체계적인 논술이다. 각 편의 맨 끝에는 ‘찬(贊)’을 달아 본문에서 쓰기에 적합하지 않은 별도의 의미를 제시하기도 하고, 본문을 총결하기도 한다.
≪문심조룡≫의 가장 정확하고 깊이 있는 해석, ≪문심조룡 금역≫
≪문심조룡 금역≫은 중화서국(中華書局)에서 출간한 중국고전명저역주총서 가운데 한 편으로 유협의 ≪문심조룡≫에 주석을 달고 현대 중국어로 번역한 책이다. ≪문심조룡≫은 역대로 적지 않은 학자들이 주석서를 남겼는데, 현대 중문학계에서 가장 유명한 주석본은 판원란(范文澜)의 ≪문심조룡 주(文心雕龍)注≫, 잔잉(詹鍈)의 ≪문심조룡 의증(文心雕龍議證)≫(상하이구지출판사, 1989)이고, 번역이 포함된 역주본으로는 왕윈시(王运熙)의 ≪문심조룡 역주(文心雕龍譯註)≫와 저우전푸(周振甫)의 ≪문심조룡 금역(文心雕龍今譯)≫이 가장 중시되고 있다.
저우전푸의 ≪문심조룡 금역≫은 단순히 번역만 한 것이 아니라 각 편의 앞머리에 해설을 실어 내용을 총괄하고 이에 대한 저자의 견해를 밝히고 있다. 또한 원문 아래에는 주석을 달아 독해의 이해를 돕는다. 특히 교감과 주석은 기존의 연구를 계승하면서도 독특한 부분이 적지 않다. 주해는 비록 간략하지만 해석이 명료하고 깊이가 있어 학계에서 학술서적으로 공인되어 대표적인 문심조룡 역주본으로 널리 읽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