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말〉
디나라와 저는 『베를 짜다 삶을 엮다』를 통해 옷감에 얽힌 전통과 문화를 한 폭에 짜 내려고 했어요. 거기에다 우리만의 독창적인 이미지와 말, 은유와 사실들로 수를 놓고 싶었어요. 옷감을 짜다 그만 올을 놓칠 때처럼 뭔가 부족한 대목도 있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옷감 짜는 역사에 대한 관심과 호기심으로 최선을 다해 한 편의 이야기를 그려 냈습니다. 우리가 사는 곳과 지구 반대쪽에 있는 지역의 오랜 길쌈 문화를 제대로 표현하기는 쉽지 않았지만 문화적 다양성에 대해 깊이 생각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옷감을 짜는 일은 정신적이면서도 문화적이고 개인적인 의미가 있는 일이라서, 우리는 이러한 의미를 존중하고 표현하려고 했습니다. 많은 분이 도와주셨기에 가능했습니다. 도와주셨던 분들과 이 책을 읽는 독자들께 감사드립니다.
이 책에서 이야기를 풀어내는 아이의 이야기가 독자들에게도 가닿기를 바랍니다. 아이는 선조들의 길쌈과 전통, 예술을 배우면서 자신의 삶에 얼마나 많은 실이 얽혀 있는지 알게 되지요. 가까운 곳부터 먼 곳에 있는 사람들이 쌓는 전통과 매일매일의 역사에 연결되지요. 아이는 노인에게 배워 베틀에 대한 지식을 늘리며 옷감이 한 줄 한 줄 문양과 큰 그림으로 완성되어 가며 천천히 자라나는 것을 지켜보고 있어요.
이 책을 읽는 사람들의 문양과 그림도 한 올 한 올 늘어 가고 있을 거예요. 책 속 아이처럼요. 베틀에 걸린 옷감처럼요. 이 책을 막 끝낸 저처럼요. 당장은 우리가 어떻게 짜여 가는지 잘 보이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틀림없이 멋진 예술품이 될 것 같아요. 세상의 수많은 실과 얽혀서 베틀 소리에 맞춰 점점 더 따뜻하고 강하고 아름다운 존재로 완성되어 갈 거예요.
〈화가의 말〉
처음 케이티 호우스의 글을 읽었을 때 아름다운 말들에 매혹되기도 했고, 동시에 깊이 공감했어요. 저는 우즈베키스탄의 무슬림 문화와 러시아의 기독교 문화 사이에서 자랐습니다. 지금은 미국에서 살고 있습니다. 저는 어느 한 나라의 아이가 아니라 온 세상의 아이라고 상상하기를 좋아했어요. 『베를 짜다 삶을 엮다』 속 등장인물들을 하나하나 만들면서 그들은 어떤 곳에 살고 어떻게 살아갈지 상상하다가 문득 깨닫게 됐어요. 천을 짜는 일은 그저 물건을 만드는 일이 아니라 깊은 의미를 지니고 있다는 것을 말이죠. 저는 그림을 통해 독자들에게 옷감에 담긴 기술, 문화, 관계라는 세 가지 차원에서 이야기를 전하고 싶었어요.
기술적 차원은 분명하죠. 길쌈이라는 유용한 기술 덕분에 인류는 오래전부터 따뜻하고 편안하게 살 수 있었어요.
문화적 특징은 좀 복잡해요. 한 사회에서 다른 사회로, 이웃 나라에서 먼 나라로 옷감이 전해지며 서로 섞여 새로운 옷감이 짜여졌어요. 저는 이것을 문화적 상호 직조라고 부르고 싶어요. 이 책에서는 특히 사람들의 상호 작용에서 빚어지는 관계에 대해 전하고 싶었어요. 여러 실이 서로 꼬이고 엮이는 것처럼 우리는 서로 소통하고 포옹하고 손을 잡고 서로를 지지하고 돕습니다. 책 속의 등장인물들도 같이 살아가며 그들의 삶은 서로 얽히고 겹칩니다.
이 책을 만들기 위해 3년 넘게 길쌈에 대해 깊이 조사해 왔습니다. 맨 처음엔 제가 사는 쿠야호가 카운티 도서관에서 길쌈에 대한 책을 모두 읽으면서 길쌈의 역사를 따라가는 여행을 시작했지요. 주제마다 많은 전문가들에게 질문을 던졌고, 도움을 받았습니다. 그분들께 감사하며 만약 책에서 틀린 점이 있다면 제 잘못일 것입니다.
이 책이 고대와 문명기, 현대 문화에 대한 영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기를, 우리 손으로 만든 물건들에 대한 애착을 깨울 수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