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근두근 콩닥콩닥 동굴 탐험기
콩이와 다람이는 오늘도 숲속 일에 간섭하느라 바쁘다. 이사 가는 개미, 아기 메추라기를 만나 한창 즐겁던 중 엉덩이에서 희미한 불빛이 반짝이는 곤충을 발견한다. 엉덩이에 불이 붙었다고 착각을 한 둘은 곤충을 돕겠다며 뒤를 쫓는다. 하지만 곤충은 동굴 속으로 들어가 버리고 두 개의 동굴 앞에서 어디로 가야 할지 갈팡질팡한다. 이때 눈에 띈 건 반짝 빛나는 작은 불빛. 이 불빛은 이야기 내내 콩이와 다람이와 독자에게 어두운 동굴을 따라 걷게 하는 등불 역할을 한다.
불빛을 쫓아 들어간 동굴에는 각각의 방이 있고 그곳을 지키는 특이한 동물들이 있다. 콩이와 다람이를 따라 관문을 통과하듯 지나다 보면 으스스하면서도 무엇이 나올지 상상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호루라기를 불며 막아서는 삑삑 거미, 공기를 씻는 싹싹 도롱뇽, 차가운 공기를 데우느라 날갯짓을 하는 훨훨 나방, 소란을 피우면 엄청난 회오리바람이 일어난다고 경고하는 쉬쉬 뱀……. 동물들은 콩이와 다람이를 내쫓지만, 한편으론 불빛 곤충이 이동하는 곳을 알려 주는 안내자이기도 하다. 동물들의 안내를 따라 이동하는 사이 으스스하면서도 신비한 동굴의 정체도 조금씩 드러난다. 엉덩이에 불이 붙은 이상한 곤충의 정체도.
재채기처럼 터져 나오는 상상력
보들보들 풀이 자라고, 공기가 깨끗하고 따뜻해야 하고, 절대 뛰거나 소란을 피우면 안 되는 곳. 동굴 지킴이들에게 주의를 들으며 콩이와 다람이는 동굴에 대한 궁금증이 점점 더해 간다. 하지만 둘에게는 엉덩이에 불붙은 곤충을 만나 괜찮은지 확인하는 일이 더 중요하다. 결국 둘은 뱀의 경고를 깜빡하고 곤충을 잡으려 우당탕 뛰고 폴짝거리며 소란을 피우고 만다. 그러자 동굴 속으로 크고 검고 기다란 정체불명의 물체가 쑥 들어오고 평온하던 동굴은 순식간에 큰 위기를 맞는다. 동굴이 들썩들썩 마구 흔들리고 엄청난 회오리바람이 몰아친다. 그리고 빵 터지는 엄청난 재채기. 결국 콩이와 다람이와 엉덩이에 불붙은 곤충은 재채기에 휩쓸려 동굴 밖으로 튀어나온다. 순식간에 벌어진 소용돌이 속에서 콩이도 다람이도 독자들도 정신이 혼미하다. 하지만 동굴 밖으로 나오는 순간, 절로 터지는 웃음을 멈출 수가 없다. 기다란 손가락으로 콧구멍을 후비다 재채기가 터진 오랑우탄이라니! 쌍둥이 동굴이 풀밭에 엎드린 오랑우탄의 콧구멍이었다니, 보들보들한 풀이 오랑우탄의 코털이었다니, 깨끗한 물이 오랑우탄의 콧물이었다니, 따뜻한 공기가 오랑우탄의 콧김이었다니! 상상력이 폭발하는 순간이다. 어두운 밤하늘을 별처럼 밝히는 반딧불이들의 불빛도 혹여 엉덩이가 뜨거울까 걱정했던 콩이와 다람이의 마음처럼 밝고 따뜻하다.
사랑스럽고 강력한 캐릭터들
동굴 속은 어둡고 으스스하지만 동굴을 지나는 동안 만나게 되는 캐릭터들은 어딘지 사랑스럽고 신비스럽다. 통나무 그루터기 안에 사는 숲속 요정 같은 콩이와 늘 콩이와 함께하는 하늘다람쥐 다람이. 엉덩이에 불빛을 반짝이며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반딧불이, 호루라기를 삑삑거리며 무서운 척하는 거미, 보이는 건 무엇이든 씻기려 드는 도롱뇽, 힘들어도 우아한 날갯짓을 하는 나방, 조용히 하라며 쉬쉬하는 거리는 뱀. 콩이와 다람이를 동굴에서 쫓아내려는 무서운 존재들같지만 그림을 들여다보면 동굴을 지키기 위해 누구보다 진지하고 열심이다. 한편으론 콩이와 다람이와 조그만 곤충의 방문이 싫지만은 않은 표정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내는 오랑우탄! 딱 한 번의 등장이지만 시원하게 재채기를 터트리는 오랑우탄은 모든 궁금증을 한 번에 시원하게 해결해 줄 뿐만 아니라 큰 웃음까지 선사한다. 진정한 한 방을 날리는 강렬한 캐릭터의 탄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