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평
시인은 마음속의 야생화를 보는 자
김 성 구
시인, 문학평론가
철학박사, 국제문학발행인
작품의 가치는 작가정신에서 좌우된다고 할 수 있다.
노벨 문학상 수상(1946년)한 헤르만 헤세(Herman Karl Hesse, 1877~1962. 독일, 스위스)는 그의 작품에서 인간의 본질적인 정신을 찾기 위해 문명의 기존 양식들을 벗어나 인간 내면의 자기인식을 다루고 있다. 그가 대학에 입학했을 때 학교생활에 적응할 수 없어 세상으로 탈출하여 칼프 탑시계 공장에서 견습공으로 일했고, 튀빙겐 서점에서도 일을 하면서 시를 썼다. 패기가 넘치는 젊은 이상을 펼쳐나갈 방도를 문학에서 찾아 시를 썼다. 시를 쓰는 것이 젊은 헤세에게는 치유의 길이었다. 그렇게 자아의 탈출구를 문학에서 찾은 청년 헤세가 자비로 시집을 냈다. 헤르만 헤세가 낸 시집은 18세에서 21세까지 쓴 시를 출판한 44쪽짜리의 자그마한 책이다. 노벨문학상을 받은 세계적인 작가인 헤세가 44쪽짜리 자그마한 시집 자비출판으로 시작했다.
이렇게 시를 쓰면서 너무나 전통적이고 교리적인 방식의 교육으로부터 탈출하여 자기에게 맞는 삶을 찾은 헤세는 그의 작품들 속에서 형식과 틀에 갇힌 자들을 구출하고자 하였다.
제1차 세계대전 중에는 중립국 스위스에 살면서 군국주의와 민족주의를 배격하고 독일의 전쟁 포로들과 수용자들을 위한 잡지를 편집하였고, 인간의 위기에 대한 심오한 감성을 다룬 『데미안』은 곤경에 빠진 독일 국민에게 큰 영향을 끼쳤다. 헤세의 후기 작품들은 그가 융의 개념인 내향성과 외향성, 집단 무의식, 이상주의 및 상징 등의 영향을 받아 인간 본성의 이중성에 몰두했다.
너는 요원한 나이 골짜기
마술에 걸려 갈앉은 골짜기
내가 고난 속에서 허덕일 때, 너는
너의 그늘나라에서 손짓을 하며
동화 같은 눈을 살며시 떴었다.
그러면 나는 환상에 도취되어
너에게로 돌아가 정신을 잃었다.
- 「어린 시절」 중에서 -
내면의 갈등으로 심각한 고통을 경험하며 고뇌의 긴 시간과 사투를 벌였던 헤세는 유년의 뜨락에 내리쬐는 봄볕에 취하여 스르르 잠들어버린다.
삶의 현장에서 엄습해오는 어둠의 세력은 순식간에 자아를 침몰시키려고 한다. 이때에 유년의 뜨락에 비치는 해살아래에 누워 치유를 경험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정신 작가는 일찍이 독서치료전문가 과정을 통해 자신의 내적치유를 경험하면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시치료를 통한 내면아이를 어루만져주는 동시치료전도사가 되어 활동해오고 있다. 그가 소속되어 있는 안산문인협회에서 오랜 기간 아이들에게 동시를 통한 마음치료프로그램을 진행해 왔으며, 동시치료라는 장르를 확장하여 체계화시켜 현장에 적용해 왔다. 이제 그 열정이 씨앗이 되어 오지의 땅에서 뿌리를 내리고 자라기 시작하여 《생골문화마을》이라는 큰 나무로 자라고 있다.
이정신 작가는 동시를 쓰면서 내 마음속에서 펼쳐지고 있는 수많은 이야기들을 끌어내어 함께 나누는 삶을 살고 있다.
『내 마음속에는』 동시집은 102편의 작품이 작가의 내면적 자아가 유년의 뜰에 피어난 꽃들과 새들과 자연과의 대화를 통해 내면치유가 이뤄지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새와 꽃과 곤충과 사람들이 어우러지며 그려가는 풍경들을 한 커트씩 촬영해내고 있다.
이정신 작가는 사람들이 함께 어우러지면서 살아가야할 곳은 저 우주의 은하수도 아니고, 하늘에 떠 있는 계수나무 옥토끼가 살고 있는 달나라도 아닌 초록별 지구성 안에 펼쳐진 대 자연속이라는 것을 암시해주고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땅의 형편은 곧 내 마음속에 어떤 환경을 만들어 가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이정신 작가가 생각하는 사람은 작은 우주이며 자연이다. 그러므로 자연을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은 사람을 사랑할 수 있고, 자연의 향기를 날리는 아름다운 인생을 살 수 있게 된다. 자연을 보면서 그곳에서 찾아내는 진리를 통해 치유를 얻게 된다. 구석진 담장 밑에 핀 작은 꽃을 발견하는 눈을 갖는다면 소외된 이웃을 볼 수 있는 마음이 열린다.
이정신 작가는 하나님이 만들어주신 대자연을 품은 마음만이 자아의 성숙을 이룰 수 있음을 암시하는 동심의 마음을 한 편 한편의 시에서 그려내려고 하는 것을 볼 수 있다.
개나리와 진달래가 흐드러지게 핀 돌담길로 무당벌레가 날아가고, 새소리 들리는 기쁨의 산책길은 치유의 행진이다.
시인 이정신 작가는 “그 순수한 아이처럼 살고 싶어 때 묻은 나의 마음을 자연에서 찾아 동시로 청소해보고 주변에 일어나는 일상을 어린이 마음으로 노래해 보았다. 동시로 동심천국을 이루고 나를 스스로 구도하며 작은 우주로써 하늘의 마음을 전하고자 한다.”며 작가의 철학을 고백하고 있다.
이정신 작가는 독자들이 동시감상을 통해 잃어버린 감성을 찾아내며, 내면에 꼭꼭 숨어있는 또 다른 자아를 찾는 계기가 되길 기대하고 있다.
동시집 『내 마음속에는』을 읽으면서 우리네 마음속에는 무엇이 있는지 발견하고 치유된다면 그보다 기쁜 일이 더 있겠는가.
자신의 마음속을 들여다보는 눈
수많은 사람들은 성공하기 위해 무엇인가에 열중하고 있다. 세상에서는 성공했지만 그 마음이 공허하여 한없이 방황하는 사람들이 많다. 지금 다른 사람의 문제보다 나 자신을 살펴볼 수 있는 것이 중요하다. 좋은 작품을 쓰기 위해서는 작가의 내면치유가 필요하고, 변화된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변화된 사람들이 늘어나면 되는 것이고, 깨끗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분리수거 잘하기처럼 작은 일들부터 실천하는 것이다.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남을 배려하는 말을 할 줄 알아야 한다. 이 모든 것이 마음속에서 시작한다는 것이다. 내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세상을 변화시킨다.
이정신 작가의 마음속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살짝 들여다보자.
내 마음속에는
무엇이 들어 있기에
엄마가 양보해라, 사이좋게 지내라 하면
싫어! 내 마음대로 할 거야
내 마음속에는
무엇이 들어 있기에
엄마가 양보해 줄래, 사이좋게 지내면 어떨까?
좋아! 엄마 마음을 이해할 거야
살짝 쿵 말이 다른 것뿐인데
마음이 다르게 다르게
울 선생님 말씀처럼
말이 사람을 만드나보네
- 「내 마음속에는」 중에서-
이정신 작가의 마음속을 들여다보니 코스모스가 예쁘게 핀 길이 보인다. 코스모스 핀 길가로 껑충껑충 뛰어가는 소녀를 반기는 가을 하늘이 활짝 웃고, 흰 구름도 활짝 웃고, 바람도 살랑살랑 웃는다. 친구들과 함께 학교 가는 길가에 줄지어 웃고 있는 코스모스를 지나 도란도란 즐거웠던 그 옛날에 꿈을 그리던 그 길이 펼쳐져 있다. 천진난만하게 껑충껑충 뛰어가는 해맑은 소녀는 /무엇이 그리 쑥스러워/ 풀잎 뒤에 살며시 숨었을까? (「채송화」 중에서) 사람이 살다보면 점점 뒤로 물러나게 되고 꼭꼭 숨어버릴 심정이 종종 생기게 된다. 작가의 마음속에 채송화처럼 숨어버리고 싶은 마음이 있다.
조용히 비 내리는 날에 뒷산에서 들려오는 새소리는 작가의 내면에서 무엇인가 말하고 싶었던 몸짓을 반영해준다. /무슨 표현을 하고 싶은 거니?/ (「비 오는 날」)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면서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것들을 수많은 몸짓으로 세상에 표현을 하고 살아간다. 글로만 쓰는 것이 시는 아니다. 말로 다 표현하지 못하고 무의식중에 표출되는 몸짓을 그냥 지나치는 일이 너무 많다. 이정신 작가에게 들려온 우중의 새소리가 작가에게 있었던 상황을 투영하고 있다. 그렇게 인생의 길에 쏟아지는 빗속을 어찌 가야할지 방황하고 있을 때 한줄기 희망을 주는 분이 있었다.
꽃 한 송이
귀에 꼽았더니
꽃처럼 웃어져
꽃 한 송이
선생님 귀에도
꼽아 드렸더니
나보다 더 활짝 웃어 주는 선생님
나에게 꽃이 되신 선생님
항상 감사해요
-「꽃 한 송이」 전문 -
작가의 마음속에 꽃이 되어 주신 선생님이 있다. 이정신 작가가 한 인생이 살아가는 길에서 선생이 되어 주신 분이 있다는 것은 매우 값진 것이다. 인생에서 스승은 사람일 수도 있고, 우주의 모든 것이 우리의 스승이 될 수 있다. 우주의 삼라만상 대자연을 통해 인생의 교훈을 얻을 수 있는 깨우침의 경지에 이른다는 것이 얼마나 값진 것이겠는가.
이정신 작가는 「패랭이꽃」에서 모두가 함께 살아가는 세상을 보았다.
옹기종기 모여 있는 패랭이꽃들은 강남의 부자도 아니고, 판검사도 아니고, 대기업에 다니는 회사원도 아닌 그저 수수하게 차려 입은 동네사람들이다. 눈이 내린다고 대문 앞을 쓸고 있는 아저씨처럼, 홀로 사시는 독거노인의 집 앞까지 눈치우기에 땀을 흘리는 그런 마음을 가진 그런 사람들이 모여 살아가는 동네이야기가 패랭이꽃에 투영되어 있다.
분홍빛 패랭이꽃
돌 틈에 수수하게 피어
옹기종기 모여
무슨 이야기 할까?
화려하지 않아도
수수한 아름다움
서로 같은 마음들
- 「패랭이꽃」 전문 -
함께 살아가는 세상 만들기
이정신 작가가 꿈꾸고 있는 마을에 비가 내리고 있다. 비 맞으면서까지 이웃의 어려움을 함께하려고 기다린다는 새들의 대답이 들린다. 서로가 함께 하는 마을공동체를 꿈꾸고 있다. 다른 친구들을 생각하는 새들의 마음을 읽은 작가가 추구하는 세상은 아마도 서로를 챙겨주는 그런 사람들이 모여 살아가는 동네가 아닐까.
새들아
너희들은 비가 오는데
왜, 우산도 없이
산에서 재잘재잘
누굴 기다리는 거야
친구들과 함께 비를 피하려고
재잘 재잘 신호 보내는 거야
친구를 기다려주는 모습
그래서 너희들 목소리가
보슬비보다 더 곱게 들려
- 「새소리」 전문 -
이정신 작가는 소낙비가 내리는 날에는 실컷 울고 싶었고, 하얗게 핀 아카시아 꽃을 보면 옛날 친구들과 거닐던 그 오솔길이 그리웠다. 소낙비가 오는 날은/ 실컷 울고 싶어요/ “울보”라는 별명보다 울고 난 후/ 시원한 마음/ 깨끗해진 마음/ 마음가는대로 살고 싶어요.(「소낙비 오는 날」) 지금까지 살아온 삶을 돌아보면서 날마다 감사하고, 노래하고, 주어진 하루하루 좋은 생각을 하며 살아가는 것이 행복이며 축복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힘들고 어려워도 포기하지 않고 살아가야할 인생이다.
이 세상에 마음을 닫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다. 평생토록 마음을 열지 못하는 이들에게 「가을 하늘」을 소개하고 싶다. 지금 당장 창문을 열고 하늘을 보시라. 길을 가는 중이면 잠시 멈춰 서서 고개를 들어 위를 보라. 닫힌 마음이 열릴 것이다. 온갖 일들로 닫혀버린 마음의 문을 열수 있는 길은 고개를 들고 하늘을 보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파아란 하늘이 똑- 똑
꼭꼭 닫은 마음 문 열리게
푸른 빛 하늘이
쏴아--
답답한 가슴 시원하게
가을하늘이 내게 왔다.
맑고 푸르게 ...
- 「가을 하늘」 전문 -
엄마가 사주신 털신을 신고 눈길을 한발자국씩 걸어 다녀 보았는가? 하얀 눈 위에 찍혀지는 내 인생의 발자국을 따라서 소리가 들린다. 뽀드득! 빠드득! 뽀득! 아무런 욕심도 없이 청명하게 들리는 그 소리에 몰입된다. 적막한 들길에 퍼져가는 나만의 발자국소리는 내면아이가 소리치는 메아리처럼 가슴에서 울려난다.
하얗게 쌓인 길을 걸어가요
한 발자국 두 발자국
날 따라 오는
뿌득 뿌득 소리
내가 밟는 길 따라 노래를 랄라
-「눈길」중에서 -
한 걸음씩 앞으로 나아갈 때마다 점점 신명나는 행보가 이어진다. 뿌드득 뿌득, 순간 가슴에 느껴지는 뿌듯한 감정이 무엇인가? 그것은 바로 우리네 인생이 걸어가는 세상과 같은 것이다.
소복소복 쌓인 눈길
내 대신 발 시려워도
뽀득 뽀득 신나서 걷고
꽁꽁 얼어붙은 얼음 길
미끌미끌 미끄럼틀
-「털신」 중에서-
엄마가 사주신 털신을 신고 아무런 욕심도 모사도 없이 저 흰 눈밭으로 걸어봐라, 뛰어봐라 달려봐라! 그러면 거기에서 우리네 인생의 항로를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혹시나 당신이 아직 방황 중에 있지 않으신가요? 재래시장 노점상에서 하얀 털신을 구입하자. 공원으로 가서 털신 신고 걸어보자. 눈길을 걷는다고 생각하고 천천히 음미하며 걸어보자. 이렇게 동시를 읽으며 하얀 눈 위에 찍히는 발자국과 뽀드득 뽀득 거리는 소리를 상상해보는 것도 하나의 치유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시기, 질투, 원망 같은 나쁜 생각
내 마음에 들어 오려면
빨간 신호등 깜빡깜빡 거려
서 있게 할 텐데
사랑, 용서, 소망 같은 좋은 생각
내 마음에 들어오려면
파란 신호등 깜빡깜빡 거려
건너오게 할 텐데
내 마음에 신호등
밝게 켜 놓고
웃음 천사 되어야지
- 「마음 신호등」 전문 -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신호등이 있다. 다만 그 신호등이 정상적으로 작동되는지, 혹은 고장이 났는지가 중요한 과제인 것이다. 이정신 작가의 마음속에 있는 신호등은 어떻게 되었는지 살며시 들여다보도록 하겠다. 아하! 빨간 신호등이 켜졌네요. 시기, 질투, 원망 같은 나쁜 생각이 질주를 하다가 빨간 신호등이 깜빡거리니 “어이쿠! 네 맘속에는 못 들어가겠네.” 하면서 더 이상 나쁜 생각이 마음속으로, 상상 속으로도 들어올 수 없게 될 것이고, 사랑과 용서와 소망과 같이 좋은 생각들이 내 마음에 들어오도록 내 마음에 파란 신호등을 켜놓고 살아간다면 웃음천사가 된다.
동심으로 살면 세상이 아름답게 보인다. 동시를 읽으면 험한 세상도 행복하게 살아가는 비결을 찾게 된다. 만약에 당신이 동시를 쓰고, 시를 감상하며, 시를 낭송하면 경험할 수 있는 내면치유는 우주의 빅뱅과 같이 일어날 것이다. 눈앞에 닥친 위기 상황에서도, 눈앞에 펼쳐진 고난의 상황에서도 기뻐할 수 있는 능력이 나온다. 이정신 작가는 사막을 걸어가는 나그네가 초목이 우거진 들판에 이를 것을 상상하며 감사하고, 비가 내리는 날에는 비 그친 후에 무지개가 뜰 것과 예쁜 우산을 쓰고 거리를 걸어갈 것을 기대하며 가슴이 벅차오르는 동심으로 세상을 살고 있다는 고백을 하고 있다.
비 오는 날이면
제일 좋아요
제일 신나요
노란 우산 쓸까?
파란 우산 쓸까?
빨강 우산 쓸까?
비 그친 후 무지개 보고 싶어
무지개 우산 썼다
마음속에 벌써 찾아와 웃고 있는 무지개
- 「우산」 - 전문
이정신 작가가 제시하는 동시치료의 방법이 살짝 드러난 시가 있다. 이렇게 해보자.
눈을 감고 귀를 쫑긋 세우고 무슨 소리가 들리는지 실험을 해보라. 씽씽 달리는 자동차소리가 들리는가, 공사장의 굉음이 들리는가, 바람소리가 들리는가, 자연이 말하는 소리는 들리는가? 또한 두 눈을 크게 뜨고 세상을 보라. 하늘을 찌르는 고층건물이 보이는가? 길가에 핀 꽃과 초록으로 출렁이는 풀밭을 보았는가? 우리네가 정서가 메마를 현대사회에서 살아가기 위해 가던 길을 잠사 멈추고 자연과 눈 맞추고, 자연의 소리를 들어보라고 작가는 권하고 있다.
조용히 눈 감고
바람, 비, 눈 소리
들어봐요
들리나요?
동그랗게 눈 뜨고
나무, 풀 , 꽃모습
들여다봐요
보이나요?
-「시 마음 줍기」 전문-
인생을 살아가는 삶의 방식을 노래하는 작가는 -「내가 먼저」 라는 동시에서 이렇게 권한다.
내가 먼저/ “안녕하세요?”/ 길 가던 할머니께/ 인사 꾸벅하면/ 주름진 얼굴에 보랏빛 할미꽃 피어나고// 내가 먼저/ “안녕.”/ 유치원 가는 꼬마 녀석/ 손잡아 주면/ 개구진 얼굴에 노오란 개나리꽃 피고// 내가 먼저/ “같이 갈래”/ 학교 갈 때 친구들에게/ 다정히 다가가면/ 도란도란 이야기꽃 피어나지요// 그런데 말이지,
이렇게 접근하는 것도 오해의 소지가 생길 수 있는 것이 세상인심이다. 정말로 각박한 세상을 살아가기가 너무나 힘들다. 서로 조금씩만 양보하면서 어울려 살아가는 선한 마음으로 내가 먼저 손 내밀고 다가선다면 점점 세상이 밝아질 것이다.
이정신 작가가 야생화를 보면서 삶의 진리를 발견했다. 여러분들도 길가에서 자라고 있는 야생화에서 삶의 원리들을 발견할 수 있다.
키가 작아서 서로 친구 되었니?
보랏빛 제비꽃
아기 쑥
노오란 민들레
비탈길
언덕길
비좁다 투정안하고
서로 부둥켜안고
하나가 된 풀꽃들
그렇게 어울려 좋다
그렇게 사랑해 좋다
- 「어울려 살기」 전문 -
이정신 작가가 제시하는 것이 무엇인가? 우리네가 살아가는 세상살이는 어울려 살아가야한다는 것이다. 저만 잘살겠다고 온갖 비리를 저지르는 사람들이 아침 뉴스를 가득 채우고 있다. 함께하는 세상이 얼마나 아름다운가. 땅속에서 솟아나는 작은 풀꽃들도 어두운 땅속에서 씨앗으로 있을 때 도란도란 이야기하는 소리를 들어보자.
땅속에서
씨앗들이 도란도란 이야기 한다
우리 어서 어서 싹을 틔워
세상 밖으로 나가자
하늘도
구름도
바람도
모두 친구가 되어 준대
-「씨앗들」 전문 -
어둠 속에서 세상을 향해 노오란 새싹을 틔우는 씨앗들의 희망은 오늘 우리들의 아이들이다. 어린아이들이 무엇을 보고 배울 것인가? 하늘도 구름도 바람도 모두가 친구가 되어준다는 기대에 부푼 씨앗들의 이야기는 예쁜 야생화로 피어날 것이다. 어두운 땅속을 뚫고 세상으로 나온 새싹들이 말을 걸어온다.
“비닐 속에서 답답해요.”
“내 몸이 커져 숨쉬기 힘들어요. “
도와 달라고 소리친다.
이 소리는 어린이들이 세상을 보면서 외치는 아우성이다. 어른들은 반성해야한다. 세상을 너무나도 답답하게 만들어놓았다.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할까?
“그래, 미안.”
“답답한 비닐 속 뚫어 줄게.”
“힘차게 나오너라.”
잘 먹고 잘살기만 위해 돈 벌고 부자 되는 일에 열심인 세상을 향해 말한다. 그것이 아니다. 우리 아이들의 소리를 들어보라는 것이다. 그냥 일류대학에 들어가는 기계를 만들려고 하지 말라는 것이다. 그냥 그대로 자랄 수 있게 앞에 놓은 작은 돌멩이나 비닐을 제거해주는 것이 어른들이 할 일이다.
아이들이 세상을 살아가려면 너무나 위험한 요소들이 많다. 자연에서 살아가는 동물과 곤충과 벌레들은 제각기 살아가는 방식들이 있다. 이정신 작가는 왕거미가 살아가는 방식을 통해 우리의 아이들이 당당하고 용감하게 살아가길 희망하고 있다.
왕거미가 날카로운 풀잎에서
주르르 미끄럼을 탄다
바람이 세게 불어도
거꾸로 매달려 재주 부려가며
다람쥐처럼 여기저기 조르르
가냘픈 풀잎에 베이면 어쩌려고
저리도 신나서 바람을 탈까
바람이 불수록 즐기는 왕거미
거미 중 왕거미
이름처럼
어떤 바람과
어떤 위태로움도
당당하게 헤쳐 간다.
- 「왕거미」 전문 -
거미줄에 매달린 왕거미를 통해 당당하게 살아가야할 우리 아이들에게 용기를 주는 시상을 끌어낸 작가 이정신 시인은 사람마다 그 이름의 맛을 숙성시켜야한다고 말하고 있다. 장독대에 줄서있는 간장항아리 된장항아리 등 크고 작은 항아리들이 햇볕을 쬐면서 숙성되어가며 그 맛을 내는 것처럼 우리네 인생 또한 그 이름의 맛을 숙성시켜가는 삶을 살아야한다고 말하는 것이다. 된장 간장이 항아리 속에서 숙성되어가는 우리가 세상에서 견뎌야하는 온갖 일들을 통해 이름의 맛을 숙성시켜는 계기가 되는 것이다. 「내 이름 맛」이라는 동시를 보게 되면 이름값을 하고 살아야하는 것이 인생인 것임을 알 수 있다. 한 평생을 살아가는 우리네 인생에게 이름값을 할 수 있는 숙성의 기회들이 있음에 감사하면서 매 순간마다 감사함을 노래하면서 살아야할 것이다.
큰 항아리 작은 항아리
줄을 지어 반짝반짝 거린다
오늘일까 내일일까
맛이름 내기까지
쉬지 않는 숨을 쉬어야 할 텐데
내 이름 맛도 항아리에 담가 볼까?!
이름값을 할 줄 아는 인생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광야를 지나 험한 산골짜기와 비바람 풍파를 헤치고 나아가야할 것이다. 우리가 힘들고 어려울수록 시를 읽고, 동시를 쓰다보면 내 마음속에 아름다운 풍경을 펼치는 날이 오게 될 것이다. 그 때 내 마음의 담장 밑에는 이름 모를 작은 들꽃이 피어나게 될 것이다.
이정신 작가의 섬김과 나눔과 동행의 정신이 이 동시집을 통해 세상에 널리 알려지길 기대한다. 들에 핀 이름 모를 야생화처럼 소리 소문 없이 조용히 세상을 구하는 시 한편을 쓰고자 한다. 이 시집을 읽는 분들이 이웃의 아픔을 어루만져주는 시인의 마음손길을 경험하고, 자신의 마음 담장 밑에서 자라고 있는 야생화를 발견하고 그 야생화를 잘 가꾸어보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