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책 전 권은 삶과 죽음의 우로보로스, 원(圓)의 현상학에 대한 인문학적 통찰과 사유이다.
저자는 서양 문명에서 여성은 원(圓), 즉 우로보로스 그 자체로 원만함과 포용, 항상(恒常)과 유지(維持), 남성은 직선과 이것이 함의하는 대립과 폭력, 발전과 파괴에 자주 비유되어왔다고 분석한다. 또한 여성은 서양의 상상력에서는 풍요와 기근, 창조와 파괴를 동시에 상징하기도 한다고 말하며, 이는 여성이 비단 삶뿐만 아니라 죽음 또한 품고 있는 우로보로스적인 사유에 근거한다고 보고 있다. 저자가 행하는 우로보로스로 돌아보는 서양 문명의 비판이 ‘삶과 죽음의 여성’과 이와 관련된 선악과와 처녀 잉태, 뱀과 달과 물, 메두사와 팜므 파탈, 지식과 지혜, 전쟁과 평화 등에 대한 분석을 근거로 이루어진 이유이기도 하다.
○ 이 책은 여성을 매개로 한 인류의 죽음 관념, 그리고 전쟁과 평화의 상관관계에 관한 자료들을 선별하여, 유대-기독교 문명권에서 시작하여 서양 문명의 시원이라 할 수 있는 수메르-바빌로니아, 이집트, 그리스 문명을 되돌아본 연후 팜므 파탈이 횡행했던 19세기 말의 유럽, 그리고 유럽 문명의 적자로서 죽음 지향적 성향을 잘 드러내 주고 있는 1960년대의 베트남 전쟁 시기의 미국 문명 등과 다른 시대의 다른 문명권에 관한 질문으로 이어져 있다.
○ 저자는 신(神)이 남성적이면서도 여성적이고 죽음과 전쟁마저도 남성성과 여성성을 공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 혹은 재확인하고, 인도의 불이(advaita: 不二, 不異)와 중국과 한국의 이기이원(理氣二元)과 이기일원(理氣一元)의 사상도 다시 한번 살펴본다.
○ 저자는 자신의 꼬리를 삼키는 자인 뱀의 형상을 연구하며, 상징과 은유의 변증으로 드러내는 우로보로스적 사유의 서양 문명과 그에 잇닿아 있는 동양 문명을 문화사적으로 비평하고 있다. 이 책은 한 가지 주제를 그 깊이를 알 수 없을 만큼 파헤친 소중한 책이다.
○ 이 책의 또 하나의 특징은 장자, 헤겔, 니체, 하이데거, 융, 프로이트 등 동서양 사상가들의 우로보로스적 사유를 재발견하며, 직선과 곡선을 아우르는 원으로 형상된 우로보로스 사유의 잉태를 복원하고 있다는 점이다. 동서양의 인간 정신 문명 세계를 탐구하고 있는 이 책은 동서양을 아울러 우로보로스 세계를 검증한다는 점에서 눈여겨 볼만하다. 때론 책 여러 군데에 유명한 화가들의 그림들을 인용, 논지와 연관지어 해설하고 있어 읽는 이들이 한층 더 이해하기 쉽게 해놓은 것도 이 책의 특징이자 역작의 흔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