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리와 심리의 사이에서 생각의 오류를 줄이려면
뇌는 게으르기 위해 바쁘다. 뇌는 가능한 한 인지에 들어가는 에너지를 줄이기 위해, 많은 정보 가운데 어떤 범주를 가장 잘 대표하는 특성들만 남기고 나머지는 과감히 버려 효율성 극대화를 꾀한다. 에너지를 아끼는 구두쇠 같은 이러한 인지 방식은 효율적인 대신 여러 가지 인지 오류를 초래한다.
더구나 이러한 인지 방식의 제1 목표는 ‘자기 보존’이기에, 내 소망이 담긴 ‘심리’가 자주 ‘논리’를 비틀고 들어온다. 인간이 무의식적·자동적으로 움직이는 측면이 꽤 있기는 하지만 노력하면 이 부분을 조절할 수 있다. 누구나 자신이 원하지 않는 방향, 특히나 스스로 생각해도 바람직하지 않은 방향으로 생각과 마음이 뻗어나갈 수 있다. 생각을 검토하다 보면 ‘내가 왜 이렇게 비합리적인 생각에 딸려 가고 있지?’ 하는 의문이 들 때가 있다. 이런 순간이 바로 자기 마음을 들여다보는 계기가 된다. 뇌의 에너지 정책으로 인한 오류들은 쓸데없이 상대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게 하고, 내 잘못을 덮으며, 불안을 키우기 쉽다. 우리는 잠깐 멈춰서 숙고하는 것만으로 이 오류들을 줄일 수 있으며, 더 나은 결정을 내릴 수 있고 보다 건강한 인간관계를 맺을 수 있게 된다.
이 책의 1부에서는 방어적 귀인, 상관관계와 인과관계의 구분을 못하는 것, 회상 용이성 휴리스틱, 인지 구두쇠, 제3자 퇴행 논변 등 우리에게서 일어나는 오류들을 짚어본다. 일상을 힘들게 하는 내 생각의 습관을 점검하는 것이다.
2부에서는 이러한 개념을 무기로 삼아 철학적 사고를 더욱 본격적으로 훈련한다. 내 인식의 사각지대를 살피고, 근거에 입각해 생각하고, 분석적으로 사고하고, 내 생각을 움직이는 소망적 요인을 알아내고, 내 생각이 닿기 어려운 부분에 가중치를 두어 교정적 인식을 하며, 나를 힘들게 하는 잘못된 믿음에서 벗어나려 노력하고, 삶의 근본적 태도를 점검하고, 관찰적 자아를 활성화하는 등의 훈련은 독자들을 막연히 힘들게 했던 인간관계의 문제들을 해결할 열쇠가 될 수 있다.
3부에서는 저자가 철학커뮤니케이터로서, 철학을 가르치는 교수로서 여러 사람들에게 들었던 고민의 내용을 토대로 철학적 사고를 일상에 적용할 수 있는 사례들을 제시한다. 독자들은 자신과 비슷한 고민들, 그리고 고민을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줄 철학적 생각의 길을 읽으며 내 문제 또한 객관적ㆍ비판적으로 바라볼 수 있다.
생각의 원리를 깨우치면 ‘꿀팁’은 필요 없다
저자는 철학 선생이다. 대학에서 철학 강의를 20년 넘게 해오며, 박은미는 마음을 바른 방향으로 이끄는 ‘좋은 생각을 하는 법’에 꾸준히 관심을 기울여 왔다. 그가 말하는 철학은 ‘생각에 관한 생각’, 어느 것이 신뢰해도 되는 생각이고 어느 것이 신뢰할 수 없는 생각인지를 구분하는 학문이다. 철학으로 생각의 힘을 기르면 믿어야 할 이유가 있느냐 없느냐를 잘 판단할 수 있다.
스스로 생각하는 것을 두려워하고 피하면 보통 타인의 결론에 관심을 가지게 된다. 그러면 세상살이에 필요한 ‘꿀팁’만 찾고 싶어 하게 된다. 살아가는 데 필요한 팁, 소통하는 데 필요한 팁… 이러한 팁들은 알아두면 편리하지만, 사실 원리적 인식이 되면 굳이 타인에게서 팁을 찾지 않아도 된다. 그때그때 스스로 자신도 모르게 남에게 팁이 될 생각을 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일반인들을 위한 철학 강의에서 수강생들을 만나며 ‘구체적인 팁에 대한 관심을 조금만 더 원리적 인식으로 옮겨가면 인생의 많은 문제들이 풀릴 텐데’라고 생각하곤 했다.
타인의 생각에 의지하고 ‘꿀팁’을 바라는 것은 인간의 본래 모습과 거리가 멀다. 인간은 자신의 이성을 사용하는 데서 유능감을 느끼는 존재다. 인간은 이성의 존재이기에 자신의 이성을 펼칠 때 행복해진다. 알고 보면 철학이 우리와 멀지 않은 이유이다. 모두가 찾아 헤매는 지혜에 대한 학문, 인생의 기준을 세워 비바람에도 평안하게 걸어가도록 하는 학문이 바로 철학이다.
이 책 『아주 일상적인 철학』에서 안내하는 방법에 따라 철학적 사고를 익히고 생각의 힘을 기르면 독자들 모두 마음을 괴롭히는 갖가지 나쁜 생각들로부터 벗어나고, 일상을 평안히 지킬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