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은 목소리를 발견하는 동시집
항상 대상의 새로운 면을 발견하는 문봄 시인은 인간이 아닌 것들의 입장을 생각한다. 하루 종일 일해서 피곤하다는 스마트폰의 말이나(「폰드로메다」), 한 번 쓰고 버려진다는 비닐봉지의 이야기는(「검은 비닐봉지」) 비인간적 존재인 사물을 인간처럼 느끼고 생각하고 말하는 존재로 만든다. 비인간 존재가 자신의 입장을 밝힐 수 있게 된 독특한 상황은 독자들에게 세상의 새로운 목소리를 제공한다.
시인의 상상력은 비인간을 인간처럼 주체적인 존재로 변화시킨다. 비인간 존재의 새로운 측면을 발견하는 시인의 시각은 사회에서 소외되던 이들의 목소리를 포착하여 대신 내 줌으로써, 문학이 감당해야 하는 사회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익숙한 기계들의 새로운 세계
『폰드로메다 별에서 오는 텔레파시』는 제목처럼 독특하고 기발한 동시들로 이루어져 있다. 기존의 동시들이 자연을 주된 소재로 다뤘던 것과 달리, 문봄 시인의 동시집은 우리가 일상 속에서 흔하게 마주치는 기계들을 소재로 삼고 있다. 매일 사용하는 스마트폰은 물론, 에어컨, 건조기나 제습기, 공중전화 부스, 플라스틱 제품 등 다양한 기계와 공산품들이 시의 중심을 이루고 있다. 생활에서 쉽게 마주하고 또 자주 사용하는 것들이기 때문에 독자들이 시에 흥미를 가지고 공감할 수 있는 기반이 된다.
문봄 시인은 익숙하게 느껴지는 사물을 전혀 다른 시각에서 새롭게 그려낸다. 이제는 쓰는 일이 거의 없는 공중전화 부스가 비를 피하는 장소가 되어 주거나(「공중전화 부스」) 진짜가 아니지만 자신감을 잃지 않는 조화의 모습은(「조화」) 기능이나 쓸모처럼 물건을 판단하는 전형적인 기준에서 벗어나 사물을 바라보는 방법을 말해 준다. 무용하다고 평가되는 것들에서 새로운 가치를 발견하는 문봄 시인의 능력이 세계를 더 다채롭게 만든다.
문자도 말하게 만드는 상상력
사물을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는 문봄 시인은 언어도 새롭게 느껴지게 만든다. 알파벳의 모양을 사물에 빗대어 캐릭터화 시키는 동시들과(「와글와글 알파벳」, 「달랑달랑 알파벳」) 한글의 모양으로 독특한 이야기를 만드는 동시는(「응」, 「융」) 문봄 시인이 언어를 다루는 고유한 감각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 준다. 일반적으로 다른 동시의 말놀이가 소리나 의미의 유사성을 중심으로 구성되는 것에 비해, 문자의 형태를 기준으로 말장난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이 문봄 시인 동시의 고유한 특징이다.
의미를 표현하는 도구로 생각되기 쉬운 문자도 어떤 방식으로 보는지에 따라 살아 있는 캐릭터가 되기도 한다. 기존의 동시에서는 발견할 수 없었던 새로운 말놀이 방식이다. 상상력과 창의력의 힘을 보여 주는 문봄 시인의 말놀이 동시들은 아이들에게 그 자체로 흥미롭게 느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