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를 회복하고 민주주의를 다시 일으켜 세워야 한다.
‘행동하는 정치인’ 임종성이 작정하고 현실 정치의 인식을 바탕으로 ‘정치본색’政治本色의 속살을 신랄하게 들춰냄으로써 정치 혁신의 나아갈 바를 보여준다. 대통령과 여당으로 인해 실종된 정치를 뜨거운 걸음으로 찾아 나선 것이다. 정치 과잉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정치가 범람하는 시대에 정작 정치가 사라진 아이러니를 지적하면서 우리 정치의 핵심적 일원인 국회의원으로서 그런 사태에 대해 뼈아프게 반성한다.
저자는 2008년에 도의원으로 정치에 발을 들여놓은 이후 재선 국회의원으로 재직하고 있는 현재까지 ‘아버지의 깃발’을 들고 15년간 정치를 해오면서 나름으로는 신명을 다해왔다고 자부하면서도 윤석열 정권 출범 이후 민주주의의 급격한 후퇴와 함께 정치가 실종되는 사태를 맞아 정치인으로서 자괴감을 토로한다. 그리고 정치를 회복하고 민주주의를 일으켜 세워야 하는 임무가 발등의 불로 떨어졌음을 천명한다.
정치의 시작과 과정 그리고 실현
저자는 오늘날 우리 정치 현실을 ‘정·치·본·색’으로 푼다. 정치권에서는 보기 어려운 일선 정치인의 현실감각과 재치가 돋보이는 대목이다.
1장 [정政]에서는 무엇이 정치인지를 보여준다. 그 요체는 바로 ‘말’임을 역설한다. 민주주의는 말의 힘과 설득의 방법을 앞세우고 시민의 적극적인 동의를 기반으로 삼는 체제이기 때문에, 오늘날 민주주의 국가에서 정치는 곧 말이고 말이 곧 정치다. 그러므로 정치인은 말하는 사람이고, 그 말로 갈등을 조정하고 변화를 일으키는 사람임을 알린다.
2장 [치治]에서는 무엇이 정치가 아닌지를 보여준다. 그 요체는 ‘치’(治)로, 말로 하는 설득이 아니라 힘으로 다스리는 폭력임을 역설한다. 오늘날 우리는 윤석열 정부에서 말의 정치가 아니라 힘의 폭력으로 인한 민주주의의 위기를 맞고 있음을 증언한다. 민주주의는 제도가 마련되었다고 해서 완성형으로 존재하는 결정론적 체제가 아니다. 그 제도를 운용하는 주체들이 끊임없이 각성하고 애써 노력하는 가운데 겨우 유지되는 체제이다. 안이하게 방심하는 순간 민주주의는 언제라도 쉽게 멈추고 마는 바람 앞의 등불과도 같다. 얻기는 어려워도 잃기는 너무도 쉬운 것이 민주주의다.
3장 [본本]에서는 말에서 시작되는 정치의 본질을 들춰낸다. 정치 언어의 다양한 층위가 사라진 황폐한 공론장에서는 모든 의견이 여야, 좌우, 찬반의 이분법적 구도에 갇혀 평행선을 달린 채 토론은 실종된다. 게다가 정보는 왜곡되거나 악용되어 상대를 공격하고 굴복시키는 칼이 된다. 말이 사나워진 나머지 칼이 되어 서로를 찌르는 마당에 정치가 들어설 자리는 없다.
4장 [색色]에서는 말뿐인 정치는 왜 사기인지를 밝힌다. 말이 곧 정치이고 정치가 곧 말이라지만, 이는 다양한 이념과 견해를 지닌 상대방이 있어서 서로 말로 논쟁하고 설득하여 타협점을 찾아가는 것이 정치의 본령이라는 뜻이지, 실천 없이 말뿐인 정치를 옹호하는 말은 전혀 아니라는 사실을 분명하게 밝힌다. 그래서 종합하면 정치의 시작은 말에 있고, 정치의 과정은 그 말의 타협에 있고, 정치의 목적은 그 타협된 말의 실행에 있음을 알리고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