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는 알을 깨고 나온다, 파괴하지 않으면 “새것”이 나올 수 없다
혁명가이자 아나키스트인 미하일 바쿠닌은 평생을 바쳐 자유를 위해 투쟁했다. “지상의 단 한 사람이라도 노예 상태로 산다면 그 누구도 자유로운 게 아니다”라는 주장이 그의 삶을 대변해준다. 바쿠닌은 또 “지구상에 딱 3명이 남는다면 그들 중 2명이 힘을 합쳐 나머지 1명을 억압할 것이다”라고 주장할 만큼 모든 형태의 제도화된 권위에 저항했다. 그러면서 자유란 반드시 공정한 경제시스템을 바탕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함으로써 개인주의를 넘어서는 연대를 역설한다. 바쿠닌은 흔히 절대자아로 표상되는 “신”의 관념, 중세의 “군주”, 인민의 믿음을 먹고사는 가장 추상적인 힘인 “국가”, 그리고 심지어 보통 선거를 통해 나오는 “귄위” 등 모든 형태의 국가주의적 위계 시스템을 부정했다. 이 모든 것이 파괴될 때 비로소 분권화된 집산주의와 개인의 자유가 보장된다고 생각한 탓이다. 바쿠닌의 사상은 20세기 조르주 소렐의 생디칼리즘과 표트르 크로포트킨의 사회주의 아나키즘에 지대한 영향을 주었다. 바쿠닌을 비롯하여 19세기의 아나키스트들은 수직적 권력 조직을 해체하고 수평적인 자유평등 사회를 만들려고 노력했으나 실패했다. 그러나 그들의 노력은 지금도 여전히 가치가 있다. 그들이 비판한 세상이 ‘지금도 건재하기’ 때문이다.
≪오월의 영원한 청년 미하일 바쿠닌≫, 이렇게 읽자
이 책은 2부로 구성된다. 1부는 바쿠닌이 1814년에 태어나 1861년부터 아나키스트가 되기까지 여정을 다룬다. 여기서는 귀족집안의 자제로서 경험한 어린 시절과 가족, 군대생활, 모스크바에서 게르첸 등과 교류하며 헤겔철학에 심취한 이야기, 유럽으로 건너가 슬라브민족 독립운동을 위시한 급진적 혁명에 뛰어든 젊은 시절을 다룬다. 따라서 1부는 열정적이고 카리스마 넘치는 바쿠닌의 활동을 바탕으로 그가 남긴 저작들의 특성을 이해하게 해주는 밑거름이 될 것이다. 2부는 1861년에서 1876년에 죽기까지 아나키스트로 산 시기를 다룬다. 드레스덴 봉기에 참여했다가 시베리아로 유배되었다가 그곳에서 극적으로 탈출하여 일본, 미국을 거쳐 영국으로 가는 여정, 폴란드 무장봉기 및 이탈리아 혁명운동에 참여한 이야기, 아나키즘에 기울면서 마르크스와 대립하게 된 것, 이런저런 스캔들로 고립과 가난 속에서 세상을 떠나기까지의 삶과 그를 추동한 사상을 담았다. 시베리아 탈출로부터 시작되는 2부에서 다루는 시기는 바쿠닌이 죽기까지 15년에 불과하지만, 아나키스트로서 저술 작업에 매진하고 활동한 시기이므로 그 앞의 47년과 같은 분량으로 다루었다. 2부는 자유로 시작해 자유로 끝난 ‘자유의 혁명가 바쿠닌’의 삶에서 루머와 오해를 걷어낸 후 실제 행적과 사상에 집중한 만큼 바쿠닌을 좀 더 깊이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