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는 어디에 계시는가?
우리는 부처를 먼 곳에서 찾는다. 절에 가서 찾고, 멀리 인도 땅까지 가서 찾는다. 그러나 부처는 먼 곳에 있지 않다.
일찍이 경봉스님은 ‘佛’ 자를 쓴 다음 자문자답하셨다.
“부처가 어디에 있는가?”
“사람과 차가 북적대는 네거리 한복판에 계신다.”고 하였다.
이 책은 그 말씀과 맥을 같이하고 있다.
“부처를 먼 곳에서 찾지 말아라.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자연 속에, 함께하는 가족들 가운데, 이 몸 안에 잠시도 우리를 떠난 적이 없는 부처가 계신다.
이것을 알면 사바세계를 무대로 삼아 연극 한바탕 멋있게 잘할 수가 있다.
모름지기 이 몸과 가족과 자연 속에서 부처를 찾고 부처를 만나고 부처의 삶을 살아가야 한다.”
그럼 스님께서는 부처가 계신 자연과 가족과 몸에 대해 어떤 법문을 펼쳤을까?
스님은 부처를 찾아 들어가는 초입법문初入法門으로 〈바로 보라, 삶의 실체를〉을 설하신 다음, 〈자연에 대한 법문〉 〈가족에 대한 법문〉 〈몸은 법의 그릇〉이라는 3장으로 법문을 펼쳐 가고 있다.
제1장 〈자연에 대한 법문〉에서는 우리가 맞이하고 있는 봄ㆍ여름ㆍ가을ㆍ겨울의 사계절이 설하고 있는 법문을 배워서, 사계절의 기운을 적절히 안배하여 사용하면 틀림없이 성공을 하게 된다는 것을 먼저 설하신다.
그리고 해와 달, 산과 물, 바람ㆍ꽃 등의 자연들은 한결같이 평등 법문을 설하고 있는데, 이를 잘 듣고 땅ㆍ바다ㆍ산ㆍ물ㆍ나무 등의 자연 속에서 진리를 배우고 자신을 닦아 가면 부처와 함께하는 삶을 살 수 있다고 한 다음, 평소에 많이 설하였던 물의 가르침에 강조점을 두었다.
“멋진 삶을 살고자 하면 흐르는 물처럼 살아있는 정신을 지녀야 한다. 물처럼 살아있는 정신으로 살면 아무리 어려운 일에 부딪히더라도 능히 넘어서서 잘 살 수가 있다.
물을 보아라. 깊은 산 속의 근원지에서 출발한 물은 계곡과 시내와 강을 통과하여 바다에 이를 때까지 잠시도 쉬지를 않는다. 그러니 이 세상에 태어난 우리는 편안한 경지에 이를 때까지 산 정신으로 쉼 없이 나아가야 한다.
또 살다가 힘든 고비를 만나면, 폭포가 되어 벼랑에서 떨어지는 물을 생각하고, 바위와 부딪힐 때 더욱 힘을 내고 더욱 큰소리를 내는 물을 생각하면서 역경을 넘어서야 한다. 자꾸 주저하고 머뭇거리지 말아라. 물이 정체되면 썩는 것과 같이, 삶에 대한 회의에 빠지거나 길을 벗어나서 다른 번뇌에 빠져 있으면 산 정신을 잃어 썩어버리고 만다. 모름지기 물이 되어 산 정신으로 살아가야 한다.”
화목한 가정이 부처님 계신 곳이라고 늘 설하셨던 스님은 제2장 〈가족에 대한 법문〉에서, 가족의 구성원인 남편ㆍ아내ㆍ부모ㆍ자녀가 행하여야 할 역할을 종합적으로 설한 다음, 남편의 도리와 아내의 나아갈 길, 자녀교육과 효도 등에 대한 여러 이야기를 들려주어, 화목하고 행복한 가정을 만드는 법을 깨우쳐 주고 있다.
제3장 〈몸은 법의 그릇〉에는 이 책 『부처가 계신 곳』의 핵심 법문이 가득 담겨 있다.
스님은 우리의 몸이 허망한 듯하지만 부처가 깃들어 있는 귀한 몸임을 밝힌 다음, 몸과 죽음을 통하여 깨닫고 찾아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일러주고 있다.
아울러 주인공을 모르고, 온 곳을 모르고, 죽은 뒤 가는 곳을 모르고, 죽는 날을 모르는 우리들 인생의 사대의혹을 구체적으로 밝힌 다음, 이 몸이 소우주요 보검寶劍과 같다는 것, 이 몸속에 부처님이 계신다는 것을 불국사 석가탑 다보탑 등의 예를 들어 감동 깊게 설하고 있다.
“석가탑과 다보탑에는 부처님의 사리舍利만 봉안되어 있지만, 나의 오층 석가탑과 십일층 다보탑에는 생불生佛이 들어있어서, 오고 가는데 자유자재하고 편리하기 그지없다. 곧 내 몸뚱이가 탑인 것이다. 우리의 이 몸뚱이 탑에는 불국사의 다보탑이나 석가탑에서는 볼 수 없는 중요한 기계가 가설되어 있으니, 눈은 아주 세밀한 망원경이요, 코는 선풍기, 귀는 수신기, 입은 방송국이다.”
그리고 우리 몸의 눈ㆍ귀ㆍ코ㆍ혀ㆍ몸ㆍ뜻을 적절히 다스려서 잘 쓰게 되면 큰 공덕을 이루고 일월광명여래 등의 여섯 부처를 이룬다고 설한 다음, 몸에 있는 눈ㆍ코ㆍ배꼽 등 열 개의 구멍[十孔] 속에 깃들어 있는 깊은 가르침을 알기 쉽게 설하신다.
“아래쪽에 있는 대변과 소변을 보는 구멍은 꼭 필요할 때만 열린다. 이에 대한 교훈을 알아보자.
인생에 있어 가장 급한 일은 무엇인가? 자기를 찾는 일이 가장 급한 것인데, 이것은 바쁘지 않다 하고, 바쁘지 않은 하찮은 일들은 바쁘다고 야단들이다.
그래서 나는 이 극락암의 소변소 이름을 휴급소休急所라 하고, ‘급한 마음을 쉬어가는 곳’이라는 설명을 붙여 놓았다. 아무리 바쁘더라도 소변부터 보아야 다른 일을 할 수 있지, 별수가 있나? 그러니 소변소에서 급한 것을 좀 쉬어가라고 휴급소라 한 것이다.
또 대변소는 해우소解憂所라고 하였다. 음식을 먹을 때는 좋지만, 배에 가스가 꽉 차 있으면 배설을 시켜야 속이 편하고 좋다. 배에도 하찮은 가스가 꽉 차 있으면 속이 불편한데, 마음 가운데 못된 생각, 하찮은 생각, 어두운 생각이 가득하면 얼마나 불편하고 괴롭겠는가? 확 비워버려야 한다.
대변ㆍ소변보는 여기에 인생의 큰일과 근본 문제와 생사 문제가 달려 있다. 이 대소변 보는 데 아주 큰 진리가 있는 것이다.
아무리 급한 일이 있어도 마음만은 쉬어가라. 정말 급한 것은 내 주인공을 찾는 일이다. 하루에 한 번씩만이라도 내 마음에 하찮은 생각이 있나 없나를 살펴보기 바란다.”
이어서 우리의 얼굴에는 ‘바를 정正’ 자가 새겨져 있기 때문에, 바르게 살아가지 않으면 성공을 할 수 없음을 설하신다.
마지막으로 스님은 “탐욕과 탐욕과 분노와 어리석음의 삼독심으로 간장ㆍ심장ㆍ신장 등의 오장에 열을 꽉 채우면서 살아가기 때문에 될 일도 안 되고 병만 자꾸 생겨난다. 그야말로 죽을 짓만을 하고 있다.”시며 우리를 꾸짖는다. 동시에 ‘몸이 법을 담고 있는 그릇’임을 깨달을 것과, 간ㆍ심장ㆍ위장ㆍ폐ㆍ신장 등을 잘 살피면서 마음을 다스리고 건강하게 살아가는 법 등을 제시하고 있다.
“거듭 권청하나니, 이 몸이 법그릇인 줄을 알아서 항상 정신을 차리고 살펴야 한다.
정신이 살면 몸이 건강해지고, 정신이 죽으면 오장인 간장ㆍ심장ㆍ비장ㆍ폐장ㆍ신장 가운데 수심 보따리를 가지고 공연히 걱정을 해서, 신장의 불, 심장의 불이 위로 치솟아 가슴이 답답하고 머리가 아프게 된다.
그러니 이 마음을 허공과 같이 태연하게 가지고, ‘내가 우주인류를 화평케 하고 이익을 주겠다’는 커다란 생각으로 근심ㆍ걱정ㆍ수심 보따리를 털어버리면, 정신도 건강해지고 몸도 건강해지고 마음부처도 제대로 활동을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경봉스님의 법문을 정리하여 이 책을 엮은 김현준거사(불교신행연구원 원장)는 말한다.
“역대 어떠한 고승도 자연과 가족과 우리의 몸에 대해 이토록 상세하고 일목요연하게 설하신 분은 없습니다. 특히 우리들 주변에 언제나 부처님이 계시고, 우리들 자신이 부처라는 것을 일깨워 주는 스님의 가르침은 우리에게 큰 희망을 주고 우리를 바른 삶의 길로 이끌어 줍니다. 스님의 법문 속으로 들어가서 멋진 삶을 펼치기를 청해 봅니다.”
읽다 보면 ‘참 그렇구나’ 싶은 내용들로 가득한 『부처가 계신 곳』. 꼭 읽어 보기를 청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