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쉽고 어려운, 가장 유약하며 단단한, 말
사람은 다양한 언어적, 비언어적 표현을 통해 의사소통하며 살아갑니다. 그중에서도 말은 의사소통에서 가장 일상적으로 사용되는 도구이지요. 손쉽게 내 생각과 감정을 드러낼 수 있는 수단이지만 생각만큼 제대로 ‘말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때로는 말을 해서 되려 오해가 생기기도 하고, 때로는 말을 하지 않아서 그 진심을 느낄 때도 있기 때문이지요. 어떤 말은 그냥 흘러가지만, 어떤 말은 영원히 마음속에 남을 때도 있습니다.
작가는 ‘말’의 이 독특한 특성에 주목했습니다. 온갖 마음이 눌러 담긴 다양한 말의 모양을 함축적인 한 문장으로 표현했어요. 독자들은 이를 읽으며 저마다의 ‘말’들을 떠올리게 됩니다. 그러다 다시 한번 못다 한 말을 할 용기를 내기도 하고, 하려던 말을 하지 않을 배려를 배우기도 하지요.
말을 하든, 하지 않든, 하지 못하든, 늘 우리 안을 맴도는 많은 말들. 『말』을 만나는 시간이 우리 마음속에 숨은 말들을 더듬어 보는 시간이 되기를 바랍니다.
때로는 표현하기 어려운 것들에 대한 시각적 은유
표지에 제목도 없고, 긴 본문도 없고, 장면마다 그려진 얼굴에는 표정이 없지요. 작가가 이러한 ‘생략’을 통해 우리에게 말하고자 했던 건 무엇일까요?
우리는 글이 없는 표지를 보며 제목을 추측하게 하고, 표정 없는 얼굴을 보며 감정을 상상하게 됩니다. 작가가 그림책을 통해 혼자서만 ‘말’하는 게 아니라, 독자들이 그림과 이야기 속에서 자신만의 ‘말’을 찾을 수 있도록 한 것이지요.
매 페이지에 등장하는 표정 없는 얼굴들은, 때로는 마주 보고, 때로는 등 돌리고, 때로는 겹쳐지고, 때로는 혼자가 됩니다. 인생을 닮아있지요.
절제된 표현과 풍부한 감상 속에는 우리의 삶과 관계, 감정과 교류에 대한 은유가 가득 담겨 있습니다.
줄거리
머뭇거리다 하지 못한 말,
살며시 건넨 말,
부질없는 말,
바람에 흩어진 말…….
당신은 어떤 말을 간직하고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