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문]
2022년 4월 20일 시행된 새마을금고법에 따라 금고의 이사장선거에 직선제가 전면적으로 도입되었고, 2025년 3월 12일에 이사장선거를 전국적으로 동시에 실시하며, 그 선거의 관리는 의무적으로 관할 구ㆍ시ㆍ군선거관리위원회에 위탁해야 한다.
또한 2023년 4월 11일 새마을금고법 개정법률이 공포되어 6개월 후인 10월 12일부터 시행된다. 개정내용 중 금고의 임원선거와 관련된 주요 부분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회원이나 그 가족에 대한 현직 이사장의 기부행위를 상시 제한하고, 이사장이 회원의 경조사에 금고의 경비로 축ㆍ부의금품을 주는 경우 해당 금고의 명의로 제공하도록 하여 선심경영을 방지하고 후보자 간 기회균등을 담보하도록 하였다.
둘째, 임원선거에 후보자가 되려는 사람과 그 가족은 임기만료일전 180일부터 선거일까지 회원과 그 가족에 대한 기부행위를 금지하여 선거문화를 개선하고 선거부정을 방지하도록 하였다.
셋째, 선거운동과 관련한 입법불비를 해소하여 후보자만이 선거운동을 할 수 있음을 명확히 하고, 후보자의 선거운동 방법을 일부 확대하는 대신, 일체의 사전선거운동을 금지하였다.
넷째, 금고의 다른 임직원에 대한 폭행, 강요, 추행 등의 범죄로 일정 금액 이상의 벌금형을 선고받으면 금고의 임원이 될 수 없도록 하여 직장 내 갑질과 성폭력을 근절하고자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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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째, 선거운동방법에 관한 세부적인 사항과 기부행위로 보지 않는 행위를 행정안전부령으로 정하도록 하였다.
행정안전부령은 개정법률의 시행일에 맞추어 공포ㆍ시행될 것으로 예상되나, 유사법제의 입법례를 통하여 해당 규범에 담길 내용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반면, 금년 10월 12일부터 현직 이사장의 기부행위 등이 상시 제한되고 사전선거운동이 전면 금지됨에 따라 이 책의 출간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가 되었다.
새마을금고는 주민의 자주적인 협동조직을 바탕으로 상부상조의 정신에 입각하여 자금의 조성과 이용, 회원의 경제적·사회적 지위의 향상, 그리고 지역사회 개발을 통한 건전한 국민정신의 함양과 국가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설립된 비영리법인이다.
새마을금고는 1963년 경상남도 산청군, 창녕군, 의령군에 설립된 다섯 개의 협동조합을 효시로 출범한 이래 2023년 7월 현재 전국적으로 1,295개의 금고, 260조 원이 넘는 자산, 2,180만여 명의 고객을 보유한 종합금융 협동조합으로 거듭나고 있다.
특히 새마을금고가 우리나라 고유의 자율적 협동조직인 계, 향약, 두레의 상부상조 정신을 계승하여 신용사업, 공제사업, 지역 공헌사업을 적극적으로 수행해온 점은 이제 그들의 존재 이유이자 자부심이 되었다.
그러나 유사한 설립목적과 조직특성을 보유한 농업협동조합의 경우 직선제를 도입하여 대표자 선출의 민주성과 정당성을 담보하고 기관운영의 투명성을 강화하고 있지만, 새마을금고는 80퍼센트 정도가 여전히 간선제 방식으로 대표자를 선출하여 왔다.
이에 따라 이사장 등 소수 임원의 결탁과 담합으로 금고를 자의적으로 운영하여 투명성이 훼손되고 경영부실화를 초래하는 등 사회적 문제도 함께 노출되었다. 소수의 선거인이 참여하는 간접선거에 따른 매수 등 선거부정은 자율관리의 다른 얼굴이었다.
이를 근원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입법권자들은 새마을금고 이사장선거에 주목하여 2021년 10월 19일과 2023년 4월 11일 두 차례 새마을금고법의 개정을 통하여 선거제도 개혁을 완성함으로써 새마을금고는 새로운 시험대에 올라서게 되었다.
이제 새마을금고 이사장선거의 총체적인 모습을 조망하려면 새마을금고 관계 법령과 자치법규인 금고의 정관을 기본으로 하고, 선거에 관한 규범인 공공단체 등 위탁선거에 관한 법률과 공직선거법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까지 확보해야 하는 어려움이 따른다.
이와 같이 새마을금고의 이사장선거에는 다양한 층위의 복잡한 규범들이 중층적으로 적용되므로, 이를 알기 쉽게 설명하기 위하여 이 책에서는 각 규범의 조문체계에 얽매이지 않고 분야별ㆍ주제별로 재구성하는 방식을 취하였다.
한편 규범간 상충되거나 모순되는 부분에 관하여는 규범의 위계구조(hierarchy)를 적용하여 각 규범의 효력을 판단하고, 선거에서 공정과 투명성을 강조하는 시대정신에 따라 규범의 배후에 감추어진 정의의 의미를 찾아내고자 하였다.
아울러 신들에게서 불을 훔쳐 인류에게 나누어 준 프로메테우스처럼 법철학의 불을 인류에게 나누어 준 것으로 평가받는 루돌프 폰 예링의 경구를 좇아 철학자와 전문가의 언어인 법조문을 시민과 농부의 일상언어로 번역하고자 하였다.
법규를 바라보는 시선 또한 이사장선거에 뜻을 둔 사람의 눈높이에 맞추고자 하였으나 관료적 시각이 여전한 부분은 아직 시간의 도움이 필요한 터이니 독자들의 너그러운 이해를 구한다.
모름지기 붓끝과 혀끝은 같아야 한다고 배웠다. 29년 3개월 동안 자부심과 긍지를 가지고 선거관리위원회에 근무하면서 체득한 지식과 경험을 잉크로 삼고 공정과 정의의 신념을 펜으로 삼아 이 책을 쓰려 했으나, 군데군데 문장이 어색한 점은 잉크의 품질도 문제이거니와 펜이 흔들린 탓도 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선거관리위원회에 닥친 신뢰의 위기를 초래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필자의 참회록, 그리고 후배들에 대한 믿음과 새로운 희망은 행간에 묻어 두었다.
아무쪼록 이 책이 이사장선거에서 직선제라는 낯설고 거친 바다를 항해하는 분들에게 등대가 되고, 새마을금고의 발전을 위하여 고민하는 분들에게 듬직한 길잡이가 되기를 희망한다.
마지막으로 퇴임 직전까지 필자에게 강의를 청탁한 대가로 원고 검토를 자청했던 제주도선거관리위원회 직원들에게 깊은 감사를 드린다. 그들은 이미 선거관리위원회 직원 중에서 최고의 전문성을 갖추었다는 점을 스스로가 증명한 사람들이다. 그들의 지식은 오름보다 높고 경험은 바당보다 깊다. 그 넉넉한 지혜로 무장한 법리는 뭍 생명을 키워 내는 곶자왈보다 풍성하다.
필자가 제주도선거관리위원회의 상임위원을 끝으로 공직에서 퇴임했음을 명예롭게 여기는 합리적 근거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 책의 내용에 오류가 있다면 그것은 전적으로 법보다 정의를 더 사랑한 저자의 몫이다.
사랑하는 아내 덕분에 이 책이 세상 밖으로 나왔지만, 나무들의 아픔만큼은 미처 돌보지 못하였다. 이 책을 재생용지로 인쇄한 이유이다.
2023. 7.
너븐숭이를 떠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