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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융을좋아한다면 #신비롭고낭만적인
그리스 로마 신화, 어린왕자, 칼 융, 신화와 상징, 성경, 괴테와 니체, 파우스트와 차라투스트라, 종교와 영성을 좋아하나요?
건조하고 논리적인 현실로부터 잠시 거리를 두고 어린 시절의 환상과 낭만, 꿈의 정취에 녹아들고 싶나요?
아이에게 읽어주면서 부모도 함께 생각할 수 있는 이야기를 찾고 있나요?
그림책 《해를 쫓는 아이들》은 서울대학교 종교학과를 전공한 글 작가님이 세계의 여러 신화와 고전 속 상징적 소재들을 한 땀 한 땀 ‘이어서’ 지은 이야기입니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갈라테이아’라는 인물입니다. 혹시 피그말리온 신화를 아시나요? 조각가 피그말리온은 자신의 이상형인 여인을 조각하고 갈라테이아라고 이름을 붙입니다. 그의 사랑에 감동한 아프로디테 여신 덕에 조각상이었던 갈라테이아는 생명을 얻습니다.
그런데 그리스 로마 신화에는, 동명이인인 또다른 갈라테이아가 있습니다. 바로 외눈 거인 키클롭스족 폴리페무스가 사랑한 바다의 님프 갈라테이아입니다. 폴리페무스는 갈라테이아를 짝사랑해 쫓아다녔지만, 갈라테이아에게는 아키스라는 연인이 있었습니다. 질투에 눈 먼 폴리페무스는 결국 아키스를 죽여버리지요.
위의 두 갈라테이아가 《해를 쫓는 아이들》에서는 한 명의 갈라테이아로 합쳐집니다. 갈라테이아를 중심으로 두 신화 속 인물들이 어떤 이야기를 펼쳐갈까요?
이밖에도 《해를 쫓는 아이들》에는 성경의 바벨탑 신화, 시지프스 신화, 이카로스 신화 등 다양한 상징과 신화가 곳곳에 숨어있어서 이야기를 읽는 동안 환상적이고 신비로운 분위기에 흠뻑 빠질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이 신화와 상징적 소재들은 그저 신비로운 데에서 그치지 않고, 우리들의 삶에 대한 철학적인 질문을 같이 던집니다. 《해를 쫓는 아이들 신화와 상징 해설서》는 그림책 곳곳에 숨어 있는 신화와 상징들을 풀이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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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르트르의 즉자와 대자
제가 처음 ‘갈라테이아’라는 캐릭터를 구상하게 된 하나의 중요한 질문은, 대학 학부 시절 ‘실존철학’ 강의 시간에 들었던 질문이었습니다. 그때 저는 무신론적 전통의 실존철학자인 사르트르의 ‘즉자와 대자’ 개념에 대해 배우고 있었고, 강사님은 개념의 이해를 돕기 위해 피그말리온 신화 속 갈라테이아라는 캐릭터를 예로 들었습니다. 그리고 물었습니다.
“갈라테이아는 즉자인가, 대자인가?”
정말 러프하게 풀이하자면, 갈라테이아가 사물인가, 인간인가? 묻는 질문입니다. 갈라테이아는 비록 나중에 생명을 얻긴 했지만, 조각상이라는 사물이었고, 그것도 피그말리온의 이상형이라는, 다른 존재자에 의해 그 존재의 목적과 지향이 결정지어진 사물이었습니다. 이후 사람이 되었다고는 하지만, 피그말리온의 이상형으로서 그 존재의 본성과 목적이 이미 결정되었다면, 매순간 변화를 거듭하는 인간 존재자와 완전히 같다고 하기는 어렵지 않을까요?
이 질문은 AI가 발달하고 있는 현대에도 아주 중요한 질문입니다. AI에 의한 실직이나 위협 등이 더 이상 공상과학 소설 속 사건만은 아닐지도 모른다고 걱정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요즈음, ‘갈라테이아가 사물인가, 인간인가?’ 하는 질문은 ‘AI가 사물인가, 인간인가?’ 하는 질문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나르키소스와 에코 - 갈라테이아와 에코의 공통점
갈라테이아는 나르키소스와 에코 신화에서의 에코와 공통점이 있습니다. 에코(Echo)는 메아리라는 뜻을 가지며, 남들의 말을 그대로 반복하는 존재입니다. 작중 갈라테이아도 남들의 말을 그대로 따라 하지요.
에코이스트라는 심리학 용어의 기원이 된 나르키소스 신화 속 에코는 다른 사람들의 말을 따라 읊을 수밖에 없습니다. 즉 언제나 ‘주체’보다는 ‘대상’에 머무는데, 이건 갓 빚어져 생명을 얻기는 했지만, 조각가의 바람에 따라 만들어진 딱 그 정도의 수준에 머무르던 초반의 갈라테이아와 비슷합니다.
갈라테이아는 주체적인 의지를 갖지 못하고, 다른 존재의 말을 따라 하며 그들의 의지에 좌지우지됩니다. 그 결과 어느 날 우연히 만났을 외눈 거인의 말 한마디에 이끌려 그를 따라가고 말지요. 그녀를 움직이게 한 건 그녀 자신의 의지나 사랑이 아니라, 조각가와 외눈 거인 등 주변인들의 의지와 욕망이었습니다.
자기중심성이 강한 존재와 사랑에 빠질 정도로 어리석고, 그런 사람의 말을 따라 읊는 것밖에 못할 정도로 자아가 약한 존재의 상징, 사랑에 대한 인식마저 부족한 존재의 상징으로서 에코의 모티프를 따와, 자의식이 형성되기 이전의 갈라테이아에게 입혔습니다.
- 《해를 쫓는 아이들 신화와 상징 해설서》 ‘갈라테이아’ 파트 일부 발췌
《해를 쫓는 아이들 신화와 상징 해설서》 샘플북 일부를 글 작가의 브런치에서 읽어보실 수 있습니다. 브런치에는 《그림책 해를 쫓는 아이들 출판 일지》도 연재되고 있습니다. 두 번의 협업이 엎어지고, 약 2년이 지나서야 세 번째 그림작가 달밤님을 만난 이야기, 디자이너, 교정가와 작업한 이야기 등 그림책의 작업 과정이 전부 담겨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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