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살아야 하냐고요?”
누구나 자신에게 물을 수밖에 없는 성장 여정
인문학, 자연과학, 사회과학을 통합해 인간의 마음을 연구하는 인지과학자 모기룡이 집필한 이 소설은 어른이 되기 위한 문턱에서 일어나는 무수한 지적 방황을 그려낸 수작이다.
고아로 자라며 자신의 정체성을 의심하던 고등학생 정민은 지구를 움직이는 지혜를 알아내라는 임무를 받는다. 정민은 성장하며 조금씩 세상을 탐구하고 또 스스로 깨달으며 사랑, 이성, 감성, 관계 등의 지혜를 정립한다. 지혜는 책에서, 관계에서, 공부에서 올 때도 있었고 스스로 생각 안에서 일어날 때도 있었다. 정민은 여러 시행착오와 도전을 통해 자신과 세상을 긍정하고 시야를 넓혀나가는데 이런 여정은 전 세대 독자 누구에게나 가닿을 공감을 자아낸다.
‘나는 누구인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이 세상은 어떤 힘이 지배하고 있는가.’
누구나 한번쯤 물을 수밖에 없었던 성장의 질문을 정민도 한다. 그리고 문화현상에서, 철학에서, 풋사랑의 아픔 속에서, 무수한 선택의 기로에서 정민은 이에 대한 답을 독자와 생각하고 찾아간다.
《데미안》과 SF, 판타지가 결합된 도발적 성장소설
《네 번째 지혜》에서는 영웅이 없다. 특별한 능력을 가진 인물도, 사건도 존재하지 않는다. 지극히 평범하고 어떤 면에서는 지질한 주인공과 주변 인물들이 현실감 가득한 일상을 이어간다. 그래서 이 평범한 에너지가 빛나는 작품이다.
주인공 정민은 “지구의 지혜를 찾으라”는 외계의 임무를 받는다. 하지만 임무를 받았다고 해서 특별한 능력까지 받은 것은 아니다. 어떤 미래를 약속받은 것도 아니다. 정민은 결핍과 콤플렉스를 가진 상태 그대로 지구의 지혜를 찾고, 자신의 마음을 돌아본다.
소설 《데미안》에서 모티프를 얻은 《네 번째 지혜》는 스스로를 마주하며 한계를 깨고, 나와 내가 속한 세상을 성장시키는 도발적 성장소설이다. 또한 판타지 세계관과 SF 영화 같은 장면이 함께하며 서사의 재미를 갖췄다.
“새는 힘겹게 투쟁하여 알에서 나온다. 알은 세계다.
태어나려는 자는 한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
-헤르만 헤세, 《데미안》 중에서
“다만 언제나 내부의 힘만으로 깨뜨리는 것은 아니다.
가끔 외부에서 알 깨기를 도와주기도 한다.“
철학과 문학의 하이브리드
《네 번째 지혜》에서는 동서양 철학사와 문화의 흐름을 탐구한다. 한 사람을 만들어내는 것에는 시대의 마음과 정신이 중요하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19세기와 20세기를 지배했던 모더니즘과 포스트모더니즘을 사유하며 이성과 감성을 돌아보고, 다원주의를 들여다본다. 그리고 포스트모더니즘 이후 새로운 시대 흐름도 짚어보며 인간의 자유의지를 깊이 탐구한다. 또한 동양철학을 다면적으로 살펴보며 비판적 시각의 의미를 들여다본다.
철학사와 문학에서 정민은 사랑, 이성, 감성, 관계 등의 지혜를 모아가지만 그것이 온전한 지혜라고 결론 내리지는 않는다. 지금의 지혜는 또 다른 성장을 위해 깨져야 할 하나의 세계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