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을 떠나보낸 지 10년이 되었습니다. 앞 다투어 생명을 피어내는 봄날, 선생님은 왜 맺음을 택하신 건지 몇 번을 대답 없는 물음을 하곤 했습니다. 이제는 그만 물음을 멈추고자 합니다. 서운하시겠지만 울음도 멈추었습니다. 10년이라는 시간의 약은 치유와 망각에 꽤 도움이 되었습니다.

우리는 故人의 3주기에 追募의 글 2편, 論文 44편, 書評 1편을 모아 그의 영전에 헌정하였습니다. 천 페이지가 넘는 방대한 논문집의 말미에는 선생님의 오랜 벗인 임학종 선생님이 편집후기를 써 주셨습니다. 10주기 추모논문집을 통해 3주기 때 옥고를 내어 주신 선생님들께 인사를 드릴 수 있어 다행이라 생각합니다. 슬프게도 3주기 논문집에 추모의 글을 적어주셨던 유장근 교수님은 작년 여름에 작고하셨습니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10周忌 追募論文集에는 모두 19편의 글을 담았습니다. ‘한국 청동기시대 연구의 패러다임 시프트’라는 주제로 2022년 한국청동기학회 ‘이상길 교수님 10주기 추모 학술대회’에서 발표한 4편의 논문과 국내외 연구자들의 글을 보태었습니다. 임학종, 남재우, 최종규 선생님은 고인에 대한 기억과 회상을 글로 적어 주셨습니다. 간행위원회를 대신하여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방법은 다르나 많은분들이 선생님을 기억하고 추모했습니다. 선생님이 학술자문으로 참석했던 유적의 발굴보고서에는 선생님을 추모하는 사진과 글을 한 면에 채웠습니다. 진주에 살고 계시는 한국전쟁전후 민간인 희생자 유족이 뒤늦게 부고를 듣고 몹시 슬퍼했다는 얘기도 전해 들었습니다. 선생님이 잠들어 계시는 삼강문화재연구소 화단의 묘비에는 학위를 마친 제자나 선생님을 그리워하는 연구자들이 꽃을 두고 갔다는 소식도 전해 듣습니 다. 조금은 덜 외로웠을 것이라 위안해 봅니다.

우리 제자들은 매년 4월 23일 선생님 기일에 공식적으로 지내던 추도제를 10주기 추모논문집을 봉헌하는 것으로 끝맺고자 합니다. 이제 일상으로 돌아가 선생님께서 심어 놓으신 학문의 씨앗을 4월의 꽃잎처럼 피우겠노라 다짐하며 후기를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