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만의 운전법 같은 일상 조언부터 새로운 일을 찾는 꿈의 지도까지
자신의 선택을 단단한 일상으로 만들기 위해
비바람 견디며 살아 본 사람들이 들려주는 쨍한 현실 조언
제주 이주는 여행이나 한 달 살기와는 다르다. 육지에서 집을 옮기는 이사와도 다르다. 『여전히 제주살이에 진심입니다』는 제주만의 운전법, 병원 고르기, 산책 코스 등 소소한 일상부터 새로운 일을 찾아낸 경험, 터를 고르고 지역 사람들과 어울리며 겪은 실수와 지혜 같은 좀 더 무거운 고민까지 담았다. 살아 보기 전에는 알 수 없는 생활 전반의 것들을 다양한 관점에서 미리보기 할 수 있다. 단순한 정보가 아닌 시간과 경험에서 우러난, 제주에 대한 이해를 돕는 속 깊은 이야기다.
제주 도로에서 차선 변경은 쉬운 일이 아니다. 미리 깜빡이를 켜면 거의 대부분 들어갈 자리를 내어주지 않았다. 그러나 깜빡이를 켜자마자, 동시에, 잽싸게, 빈틈으로 들어가면 경적을 울리지 않는다. 운전 습관을 보면 제주도 섬사람의 성향이 잘 드러난다는 생각이 든다. 주변 이웃들과 정을 나눌 때도 그렇다. 그들은 곁을 마냥 내어주지 않는다. 그런데 곁을 한 번 내어줄 때면 또 언제 그랬냐는 듯이 받아 준다. 섬사람들의 독특한 성향이 배어 있는 것 같다.
_‘제주만의 운전, 다시 배우는 중입니다’ 중에서
낯선 문화에 의문을 품고 관찰하고 이해하는 노력을 책 곳곳에 녹아 있다. 저자들은 여행 왔을 때는 못 느꼈던 무뚝뚝한 말투를 시장 상인이나 이웃과 인사 나누다 만나고는 처음에는 상처를 받지만, 역사와 기후 같은 제주만의 사정이 있음을 깨닫고는 먼저 한 발 다가가기로 마음을 먹는다. 겨울 바다에서 물질하는 해녀를 보며 인생을 배우고, 애기 해녀와 이야기 나누며 제주만의 고유한 문화가 사라질까 염려하고 제주의 미래를 생각한다. 이런 관심은 제주살이에 진심이기 때문에 가능하다. 제주살이를 한다고 하면 “언제까지 살 거야?” “이제 다시 돌아올 때 되지 않았어?” 같은 이야기를 하는 이들이 있다. 잠시 일탈이라 여기는 질문이다.
그러나 『여전히 제주살이에 진심입니다』를 쓴 다섯 명의 저자들이 들려주는 답은 단단하다. 불편하고 아쉽고 낯선 점이 많지만, 그래도 혹은 그래서 여전히 제주살이에 진심을 다해 하루하루를 채워간다는 것이다. 제주에 한 번 살아보고 싶은 꿈을 갖고 있다면, 환상이 아닌 현실이 궁금하다면 이 책을 한 번 읽어보길 권한다. 거친 바람도 투명한 햇살도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오늘의 제주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현실적인 모습, 진심을 만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