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 시대,
중요한 것은 건강하게 사는 것
건강과 장수는 시대와 관계없이 우리가 늘 품는 소망이다. 장수의 상징이었던 ‘100세’가 평균수명으로 받아들여지면서 이제 오래 사는 것 그 자체 보다 길어진 삶을 어떻게 살 것이냐에 대한 관심이 크다. 이 관심에서도 건강은 여전히 제일 중요한 축에 속한다. 건강하다는 것은 아프지 않다는 것이고, 아프지 않을수록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으면서 아프느라 드는 유무형의 비용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노화를 연구하는 과학계에서도 ‘건강수명’에 대한 관심이 높다. 늘어난 수명만큼 당뇨병, 심혈관계 질환, 치매, 암 등 노인성 질환이 건강을 위협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에 늘어난 기대수명만큼 건강하게 사는 건강수명도 늘리는 것을 목표로 하는 과학자들의 연구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건강하게 오래 살기 위해 실천해야 하는 방법에 대한 정보는 매우 많다. 장수하려면 소식해야 하고, 가공식품이나 탄산음료를 가급적 먹지 않고 채소와 과일을 많이 먹어야 하고, 적당한 운동을 꾸준하게 해야 한다는 것은 상식에 가깝다. 문제는 알지만 잘 안된다는 것이다. 체중감량을 위해, 더 나은 내일을 위해, 기타 여러 가지 목적으로 건강을 위한 상식을 실천하기로 결심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그 마음이 꺾이기 일쑤다. 이러한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특정한 식품이나 도구, 또는 행동만으로 손쉽게 건강을 이루겠다는 편리함에 기대기 쉽다. 정작 삶은 그리 단순하지 않고 원하는 것을 직접 이루어야 한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말이다.
그렇다면, 건강하고 오래 살기 위해 우리가 익히 아는 것을 실천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를 위해 먼저 우리가 상식처럼 받아들이는 것이 왜 그러한지 알고 있는지 짚어볼 필요가 있다. 소식해야 장수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가공식품이나 탄산음료가 건강에 좋지 않은 이유는 무엇인가? 채소와 과일을 먹는 것이 건강에 도움이 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세계적인 연구자들과 활발하게 교류하며 노화 연구 현장의 최전선에서 활동 중인 류형돈 뉴욕대 의대 교수는 『가장 큰 걱정: 먹고 늙는 것의 과학』을 통해 ‘건강하게 늙어가는’ 건강수명을 연장하기 위한 과학적인 방법을 이유와 함께 쉽고 체계적으로 설명한다.
먹는 것은 뜻대로 되지 않지만
장수를 위한 다이어트 방법은 있다
류형돈 교수가 진단하는 현대사회에서 우리의 건강수명을 위협하는 가장 뚜렷한 원인은 우리 몸은 적당히 굶주리는 것에 적응하도록 진화했는데 오히려 먹을 것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인류 역사 대부분의 시간 동안 식량이 부족했기 때문에 인간은 먹을 것에 집착하는 DNA를 가지고 있는데, 20세기 후반에 이루어진 식량 혁명을 통해 먹을 것을 갈구하는 욕구를 쉽게 이룰 수 있게 된 것이다. 영양분을 과다하게 섭취하면 체내 지방이 높아지는 비만이 발생하는데, 비만은 각종 성인병으로 이어지기에 좋은 환경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위험하다. 과도한 영양분 섭취는 노화를 촉진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긍정적이지 않다. ‘보릿고개’ 시절까지만 해도 배고픔이 가장 큰 걱정이었는데, 이를 해소하고 나니 오히려 음식 때문에 건강을 위협받는 새로운 걱정이 생긴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총 3부로 구성된 이 책은 적당히 먹어야 건강한 몸, 끊임없이 먹을 것을 갈구하는 뇌, 그리고 몸과 마음 사이에서 갈등을 일으키게 만드는 풍족한 음식의 관계를 이해하고 건강수명을 추구하기 위해 필요한 과학적인 관점과 정보를 역사, 사회, 문화를 아우르는 인문학적인 관점을 곁들여 쉽고 체계적으로 설명한다. 먼저 1부 ‘배부른 이야기’에서는 식량 혁명 통해 인류가 음식이 풍족한 시대를 맞이하게 된 과정을 중심으로 인류의 DNA가 먹을 것이 부족한 환경에 적응한 이유와 과도한 영양분 섭취가 오히려 해가 되는 까닭을 설명한다.
2부 ‘노화란 무엇인가’에서는 노화가 발생하는 이유와 과정을 중심으로 수명에 영향을 미치는 유전자의 상당수가 영양분 섭취와 관련이 있다는 것을 20세기 후반부터 활발하게 이어진 노화에 대한 유전학적인 연구 결과를 근거로 설명한다. 3부 ‘노인성 질병과 치료제’는 당뇨병, 심혈관계 질환, 치매, 암 등 건강수명을 위협하는 노인성 질환에 대한 과학적인 연구를 통해 밝혀진 발생 원인과 치료법을 중심으로 늘어난 기대수명만큼 건강하게 생활하는 건강수명도 늘릴 방법을 설명한다.
실험실 안팎에서 발견한
건강수명 연장 전략
이유를 묻지 않았던 건강과 장수에 대한 상식에 이유를 묻는 것이 실제 어떤 도움이 될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나 자신을 탓하지 않고 나와 건강한 관계를 맺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인류 전체의 시간을 보면 인류는 대부분 굶주렸기 때문에 먹을 수 있을 때 먹어두려는 DNA를 가지고 있다. 먹을 것이 부족할 때는 그 DNA가 발휘될 기회 자체가 제한됐지만, 먹을 것이 풍족한 현재는 그 기회가 너무 많아진 것이다. 다시 말해 음식을 적게 먹고 운동해서 영양분을 태우는 것을 우리의 뇌는 기본적으로 해로운 것으로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오랜 시간 포도당을 섭취하는 것을 갈구해왔기 때문에 이를 쉽게 섭취할 수 있는 탄산음료나 가공식품에 더 손이 가기 쉽다는 것이다. 그동안 꺾여왔던 마음은 의지가 부족했기 때문이 아니라 수십만 년 동안 쌓여온 인류의 오랜 관성 때문이었던 것이다.
이제 자기를 탓하는 대신 나와 함께 건강수명을 늘리기 위한 작업을 시작할 차례라는 마음이 들면 영양분을 섭취한 다음에 우리 몸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인간의 노화와 수명에 영향을 미치는 영양소나 세포는 무엇인지 등 이 책의 설명이 좀 더 눈에 들어온다. 류형돈 교수는 쉽고 체계적인 설명을 바탕으로 현장에서 과학자들과 교류하며 직접 확인한 내용을 함께 소개함으로써 노화와 건강에 대한 과학적 연구가 현재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으며, 과학자들이 관심을 두고 있는 것은 무엇인지, 노화와 노인성 질환과 관련한 효과적인 치료법은 어떻게 개발되고 있는지 등 노화를 연구하는 과학계 안팎의 배경과 맥락에 대한 풍부한 설명을 함께 제공한다. 이를 통해 건강수명이 개인적인 문제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과거 굶주림을 해소하기 위해 노력했던 것 못지않은 인류 공동의 과제임을 발견하게 된다.
그렇다면 많이 먹는 것은 행복하고 운동은 괴롭다고 해석하면서 소식과 운동을 방해하는 뇌를 거스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저자는 우리 본능을 지배하는 뇌를 달래자고 제안한다. 우리의 뇌가 먹을 것을 갈구하게 된 것은 오랜 시간에 걸쳐 이루어진 결과인 만큼 뇌가 먹을 것을 덜 갈구하도록 만드는 데에도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다행히 우리 뇌는 무엇이든 여러 번 들으면 잘 받아들이는 성질이 있으므로 건강 상식을 꾸준히 접하고 반복 학습하면서 조금씩 꾸준히 실행에 옮기는 것이 필요하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저자의 메시지는 자기를 탓하는 대신 이해하고 함께해야 할 이유를 다시금 보여준다. 무언가를 달래는 건 탓하는 대신 이해하고 함께하려고 할 때 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