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전통주 주방문』 세트의 발간 의의
『한국의 전통주 주방문』 세트는 “우리 술 빚는 법을 기록한 백과사전”이라고 할 수 있다. 전통주란 “우리 술”을 가리키는 말이고, 주방문은 “술 빚는 법을 적은 책”을 일컫는 말이기 때문이다.
한국전통주연구소 박록담 소장의 한평생이 오롯이 담긴 이 책은, 옛 문헌에 수록된 주방문을 씨줄로 삼고, 전국 방방곡곡마다 숨겨진 가문비법의 가양주(家釀酒)를 찾아다니며 수집한 주방문을 날줄로 삼아 직조한, 한 편의 대서사시이자 스토리텔링이다.
인류의 시작과 더불어 술이 빚어지기 시작했을 터이지만, 기록으로 주방문이 전해지는 것은 조선시대부터이다. 우리 술은 집집마다, 집안마다 그 비법이 전해져 왔으며, 같은 이름의 술이라도 맛과 향이 달랐다. 쌀을 비롯한 원료 상태, 누룩의 특성, 집집마다 담그는 방법과 숙성조건 등에 따라 각양각색의 술이 만들어졌으므로 그 종류만도 수백 수천 가지에 달했다.
이처럼 다양한 가양주 형태로 전해지던 전통주는 일제강점기에 이르러 주세(酒稅) 징수를 위해 양조장 제도로 바뀌었고, 일본에서 들여온 입국식(粒麴式) 양주기법을 보급함으로써 획일화된 제조법으로 단순화되어 통제되었다. 그 결과 전승가양주는 점차 사라지고, 우리 전통주는 ‘밀주(密酒)’로 취급되면서 단속의 대상이 되었다.
해방 이후에는 식량난 등을 핑계로 쌀을 양조용으로 사용하지 못하게 함으로써 가양주는 부활의 기회를 영영 잃게 되었다. 그 결과 입국식 양주기법이 더욱 횡행하여 전통주 행세를 하였고, 다양하고 누대에 걸쳐 대물림을 해오던 전통주와 이야기가 있는 가양주 문화는 사라지고 말았다.
이에 전통주의 명인 박록담이 100년 동안 맥이 끊긴 전통주를 찾아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