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파경제학자 24인이 제시하는 함께 사는 세상을 위한 경제학
1970년대 말에 시작돼 2023년 현재까지도 전 세계에서 주류경제학으로 자리 잡고 있는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는, 경제와 사회 정책을 수립하는 데 있어 가장 부유한 세계인구 0.1%의 우선권과 특혜가 다른 모든 고려사항 위에 군림하는 자본주의의 변종이다. 그러나 경제학에는 주류적 접근만 있는 것이 아니다. 발전경제학이나 제도학파를 비롯해 다양한 진보적 시도가 있고, 그런 시도를 실행해온 반주류 경제학자들이 존재한다.
이 책 《불평등에 맞서온 반주류 경제학》에는 함께 사는 세상을 위한 경제학 연구에 평생을 바쳐온 좌파경제학자 24명과의 인터뷰가 담겨 있다. 24명의 경제학자들은 주류 정통경제학의 교리에서 완전히 탈피하여 연구와 정책 개입을 위한 자신들만의 접근법을 만들어냈다. 그들은 주류경제학의 불평등에 맞서는 반주류 경제학자이자 세상을 변화시키려는 진보적 경제학자들이다. 그들은 부의 양극화, 성과 젠더의 불평등, 전면적 금융 불안정, 기후 위기, 사회적 차별, 그리고 국가주도 개발전략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솔루션을 찾고 경제정책을 마련해왔다. 이들이 들려주는 경제학자로서의 삶과 철학, 그리고 헌신적인 연구와 정책수립에 관한 이야기를 듣다 보면, 경제학이 얼마나 인간의 삶을 위해 애쓰는 유용한 학문인지 새삼 깨닫게 된다.
이 책의 아이디어는 정치경제학자이자 저널리스트인 C.J. 폴리크로니우가 매사추세츠 애머스트대학 정치경제연구소(Political Economy Research Institute, PERI)의 공동설립자인 제리 엡스타인, 로버트 폴린과 나누던 일상의 대화 속에서 나왔다. 진보적 경제학자들과의 인터뷰를 책으로 내면 좋겠다는 결론을 내린 그들은 어떤 경제학자들을 이 프로젝트에 포함시킬지 결정해야 했다. 그 과정에서 제리 엡스타인과 로버트 폴린을 포함한 PERI의 경제학자들, 그리고 PERI의 다른 관계자들이 다년간 소통해온 전 세계의 진보경제학자들이 선정되었다.
영미나 유럽 등 선진국의 경제학자들뿐만 아니라 개발도상국이나 저개발 국가들이 속한 남미와 아프리카, 그리고 미국이나 유럽과는 다른 규모와 영역의 경제를 유지해온 인도, 중국, 한국의 경제학자들이 골고루 포함되었다. 또한 여성 차별에 대항해 싸우는 페미니스트 경제학자들이 다수 포함된 점도 이채롭다. 기존의 일관된 목소리가 아닌 다양한 관점과 철학이 담긴 것도 이 책의 내용을 더욱 풍성하게 만든다. 국내에서 여러 권의 책을 출간한 세계적인 진보경제학자 장하준의 인터뷰도 실렸다. 장하준은 “불행하게도 신자유주의 시대에 ‘건전한 재정’은 정부가 추구해야 할 미덕이 되어 경제에 파괴적인 결과를 초래했다”며 신자유의자들의 ‘건정한 재정’ 유지 정책을 비판한다.
추천사를 쓴 한국의 대표적인 진보경제학자 우석훈은 이렇게 말한다. “경제학자로 평생을 살았지만 이렇게 매력적이고 풍부한 경제학자들의 얘기는 처음 보았다. 경제학을 공부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이 24편의 인터뷰를 꼭 읽어볼 것을 권한다.”
이 책은 세상을 이해하려고 노력할 뿐만 아니라 세상을 바꾸려고 노력하는 다양한 영감을 주는 진보 경제학자들과의 멋진 인터뷰 모음집이다. 이 책을 읽는 것은 경제학에 관한 우리의 지식과 경험을 풍요롭게 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