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에서 인구 밀도 가장 낮은 자연 청정지역
50플러스 신중년 10인, 인제의 ‘관계인구’가 되다
“인제 가서 원통하다”
“인제 가면 언제 오나, 원통해서 못 살겠네.”
예전부터 인제를 설명할 때 종종 등장하던 말이다. 하지만 지금 이 말은 “인제(이제야) 가서 원통하다.”로 바뀌었다고 한다. 인제는 전방 부대가 주둔하는 아주 깊은 강원도 산골 정도로 인식되어 왔지만 동서울종합터미널에서 시외버스로 1시간 40분이면 닿을 수 있는 가까운 곳이 되었다.
인제군의 면적은 서울의 2.7배로 전국에서 홍천군에 이어 두 번째로 넓은 반면, 인구는 3만 2,000여 명으로 인구밀도가 전국에서 가장 낮은 곳이다. 자연 풍광에 있어서 인제는 말 그대로 청정 자연의 보고다. 설악산을 포함하여 점봉산, 방태산, 대암산 등 1,000미터가 넘는 산이 즐비하다. 거기에 더해 미시령, 한계령, 은비령 등의 고개와 백담계곡, 선녀탕, 대승폭포 등의 명소들이 어우러져 잘 차려진 한정식 같다.
지금은 비교적 쉽게 갈 수 있지만, 한때 오지 트레킹으로 사랑받았던 진동계곡과 아침가리계곡 그리고 우리나라 람사르습지 1호 대암산 용늪 역시 빠질 수 없다. 개인적으로는 숙소에서도 가까웠던 원대리 자작나무 숲과 소양호 주변 풍광이 인상적이었다. 특히 소양호 주변 풍광은 소양강댐 건설에 따른 수몰의 역사와 어우러져 복잡 다감한 아름다움을 전해주었다.
자연 자원뿐 아니라 백담사, 한국시집박물관, 박인환문학관, 여초서예관 등의 문화예술 공간이 있다. 또한 군 단위 지역에서는 드물게 인제읍과 원통 두 곳에 영화관이 있어, 서울에 있을 때보다 더 많은 영화를 즐길 수 있다.
왜 살아보기에 열광하는가?
코로나 시기에도 식지 않았던 지역(로컬)에서 살아보기의 흐름이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만의 흐름은 아니어서, 2021년 3분기 에어비앤비의 숙박 예약 중 7일 이상의 장기 숙박 비중이 절반에 이르렀다고 한다. 에어비앤비 CEO인 브라이언 체스키도 살아보기 흐름에 동참, 새로운 동네의 에어비앤비에서 머물며 살아보다가 다시 샌프란시스코로 돌아온다는 기사가 실리기도 했다.
왜 우리는 살아보기에 열광하는가? 코로나와 같은 시대 환경도 있겠지만, 기존 여행에서 쉽게 느낄 수 없고, 만날 수 없는 것을 우리에게 줄 수 있어서가 아닐까? 책을 읽기만 해서는 배울 수 없는 지혜를 우리에게 들려주어서는 아닐까?
관계인구로 가기 위해 꼭 거쳐야 할 길
지역에 직접 거주하는 ‘정주인구’는 아니지만, 지역을 아끼고 어떤 형태로라도 기여하고자 하는 인구를 ‘관계인구’라 부른다. 주소는 다른 지역에 두고 있지만, 그 지역을 정기적으로 방문하고 여행하는 사람, 제2의 고향처럼 생각하고 그 지역 상품과 서비스를 자주 소비하는 사람, 자신의 시간과 재능을 활용해 지역에 도움이 되는 활동을 하는 사람들을 그 지역의 관계인구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첫 번째 남원 여행에 참여했던 신중년들이 현재 남원의 팬슈머가 되어 남원과 지속적인 관계를 발전시키면서 지역의 상품을 구매하고 지역을 여행하는 식으로 꾸준히 관계를 발전시켜나가고 있다.
이러한 만남은 짧은 여행으로는 쉽지 않고 살아보기로만 가능하며, 또 관계인구로 가기 위해 꼭 거쳐야 할 길인 것이다. 외부 사람들이 여행이나 다른 이유로 지역에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지역 상품을 구매하다보면 나중에 그 지역에 정착할 가능성도 높아진다. 그런 의미에서 살아보기 여행은 관심인구와 관계인구를 창출하며 귀촌의 ‘맛보기’역할을 하고 있다. 이 책을 통해서 많은 사람들이 살기 좋은 곳, 인제에 한 걸음 더 가깝게 다가갈 수 있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