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질서를 읽고 시대의 요구에 부응하는 힘,
역사적 통찰력은 지도자의 필수 조건이다
“커다란 러시아 곰과 미국 코끼리 사이에서 오로지 사자만이 가야 할 길을 알고 있었다.” 1945년 스탈린, 루스벨트와 만난 처칠이 훗날 포츠담 회담을 회고하며 한 말이다. 사실 처칠은 자신이 “볼품없는 영국 당나귀”라고 회고했지만, 나중에 당나귀를 사자라고 수정했다. 세계 패권은 영국에서 미국과 소련으로 넘어갔고, 그 역사의 변곡점에서 처칠은 영국이 ‘당나귀’가 된 현실을 인정하면서도, ‘사자’인 것을 포기할 수 없었다. 이때 그가 발휘한 것은 역사적 통찰력이었다.
‘역사적 통찰력’이란 시대를 보는 눈이다. 『윈스턴 처칠, 운명과 함께 걷다』는 격동의 시대 한복판에 있던 처칠의 선택을 통해 리더에게 필요한 역사적 통찰력을 고찰한다. 제1차 세계대전을 겪은 유럽이 전쟁이 두려워 나치에 유화적인 태도를 보일 때, 처칠은 전쟁으로 치닫는 당시 분위기를 정확히 간파하고 히틀러에게 속지 말라면서 전쟁에 대비했다. 물론 국제정세를 읽는 것이 쉽지는 않다. 처칠조차 제국주의가 그 수명을 다하면서 식민지들이 독립하는 상황에서 인도의 독립을 반대했다. 그러나 그는 사상에 경도되지 않았다. 훗날 인도 독립 반대는 자신의 실수임을 인정하고, 제국주의 이후의 세계에 대처한다. 역사적 통찰력을 발휘해 냉전의 도래를 “철의 장막”이라는 말로 예견하고, ‘러시아 곰’과 ‘미국 코끼리’ 사이에서 나토 창설을 지지하는 등 미국과의 연대를 강조한다.
전쟁이냐 유화냐, 제국이냐 독립이냐, 러시아냐 미국이냐 등 처칠에게는 국운이 걸린 질문이 끊임없이 주어졌다. 선택의 순간, 그는 사상보다 통찰의 눈으로 세계의 요구를 정확히 읽으려 하였고, 영국의 국력을 보존할 수 있었다. 신냉전의 한복판에서 미국과 중국이 충돌하는 경계선에 있는 한국의 상황은 처칠이 처했던 영국의 상황과 다르지 않다. 특히 처칠이 미국과의 연대를 강조하게 된 계기 중 하나가 ‘한국전쟁’이었음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리더들에게 역사적 통찰력이 요구되는 순간이다.
설득의 리더십,
지도자는 국민이 1순위여야 한다
“사자의 심장을 가진 것은 우리 국민이었고, 나는 포효하라는 명령을 받은 행운을 누렸을 뿐이다.” 80세 생일 때 제2차 세계대전을 회상하면서 처칠이 한 말이다. 처칠은 국민을 설득하는 것을 과업이 아니라 리더에게 주어진 행운이라 생각했다. “고귀한 인간 가치를 방어하는 데 뛰어난 웅변술을 사용했다”라는 처칠의 노벨문학상 선정 이유처럼, 그가 연설에 적극적이었던 이유 또한 국민을 설득하기 위해서였다.
설득의 리더십은 독단적인 선택보다 강하다. 프랑스가 항복하면서 영국 홀로 나치에 맞서야 할 때, 처칠은 “우리는 대의를 지키는 유일한 챔피언이 되었습니다”라며 국민들을 독려했고, 영국을 승리로 이끌었다. 사회주의자에 대해 “우선은 영국인, 다음이 사회주의자”라며 사상보다 국민을 강조했듯이, 처칠에게 국민은 언제나 1순위였고, 리더십의 원동력이었으며, 역사적 통찰력이 빛을 발한 결정적인 이유였다. 처칠은 포츠담 회담에서의 자신을 당나귀에 비유했지만, 영국인들은 처칠의 설득의 리더십을 통해 사자의 심장을 가지는 행운을 누렸다. 국민이 리더에게 시급히 요구해야 하는 것은 바로 이 ‘설득의 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