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가와드 기타 강의』 지은이 인터뷰
1. 『바가와드 기타』는 한국에도 여러 차례 번역되어 소개된 바 있지만, 여전히 생소한 고전인 듯합니다. 어떤 책인지 간단히 소개 부탁드립니다.
『바가와드 기타』는 힌두교의 신약성서라고 일컬어집니다. 서구에서 먼저 극찬을 받은 경전이지요. ‘Bhagavad(바가와드)’는 ‘존귀한 존재’, 즉 비슈누 신의 여덟 번째 화신 크리슈나를 뜻합니다. ‘gītā(기타)’는 ‘노래’를 말하니까, 『바가와드 기타』는 ‘존귀한 분(신)의 노래’라는 뜻이 되지요. 사촌 간의 전쟁을 앞두고 절망한 왕자 아르주나에게, 신이 내리는 가르침을 담고 있습니다. 일어나 싸우라고 설파한 『기타』의 외침은 영국 식민통치 시기, 이 경전을 독립운동의 바이블로 올려놓았습니다. 종교적으로 『기타』는 사실상 힌두교의 성립을 알린 경전입니다. 불교의 전성기(기원전 2세기~기원후 2세기)에 완성된 것으로 추정되고요. 바라문 전통 위에서 불교(사문 전통)의 가르침을 흡수하고, 토착 신앙을 받아들여 대중적인 종교를 만들었습니다. 여성과 노예에게도 열린 새로운 종교였지요. 『기타』는 철학적 교리를 설명한 경전이 아니라, 당시 민중의 종교적 열망에 대한 응답이었습니다.
2. 『바가와드 기타』의 성립 연대가 불교의 전성기라고 하셨는데요. 힌두교 경전인 『기타』가 당시 불교와 다른 점은 무엇인가요?
초기불교는 출가자 중심의 종교였습니다. 가족을 떠나 하루 한 끼를 걸식해 먹으며 명상에 전념하는 가르침이었지요. 하지만 모든 사람이 출가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수행할 준비가 되지 않은 평범한 사람들에게도 가르침은 필요하고요. 출가하여 명상에 전념하지 않더라도 속세에서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고 『기타』는 주장합니다. 세상 속에서 살면서 욕심을 버리고 ‘해야 할 일’에 집중하라고요. 우리 각자는 사회에서 부여받은 역할이 있으니까요. 자신의 자리에서 제 할 일을 다 하는 것은 세상 모두에게 이익이 됩니다. 이렇게 사회적 의무와 봉사를 강조함으로써 『기타』는 재가자를 위한 가르침을 주었습니다. 또한 종교적으로는 크리슈나라는 신을 내세워, 불교의 무신론을 어색해하는 사람들에게, 숭배의 전통을 이어갈 수 있는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3. 『바가와드 기타』는 비슈누의 화신 크리슈나가, 전쟁을 망설이는 아르주나에게 나아가 싸워야 한다고 설파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고 하셨는데요. 이렇게 다소 호전적으로 보이는 고대 인도의 경전을 현재를 살아가는 한국인들이 읽고 탐구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기타』는 영혼의 진화를 위해 우리가 싸워야 한다는 것을 암시합니다. 전쟁터 자체가 영혼이 시험을 당하는 ‘어두운 밤’을 표상하지요. 절망과 고뇌의 밤을 견디지 못하면, 영혼은 여명의 빛을 볼 수 없습니다. 영혼의 진화는 비전(祕傳)적 가르침에 속합니다. 비전은 말로 설명할 수 없어 소수만 이해할 수 있는 가르침이기 때문에, 알레고리로 전할 수밖에 없지요. 『기타』는 영혼의 진화 방법을 열거하는 비전이자 알레고리입니다. 자신과의 싸움을 전쟁에 비유함으로써, 높은 의식을 얻기 위해 깨어나야 한다는 것을 설파하지요. 습관적이고 무분별한 삶을 사는 현대인에게 가장 절실한 가르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4. 이 책에서 『바가와드 기타』의 핵심 가르침으로 세 가지 요가에 대해 설명해 주고 계신데요. 세 가지 요가란 무엇인지, 우리 삶에 어떻게 적용하면 좋을지 말씀 부탁드립니다.
지혜의 요가는 내면으로 들어가라는 가르침입니다. 이 가르침을 따르면, 진정한 ‘나’에 대해 알게 됩니다. 행위의 요가는 대가 없이 행동하라는 가르침입니다. 이 가르침을 따르면, 지금 이 순간에 몰입하게 되지요. 신애의 요가는 조건 없이 사랑하라는 가르침입니다. 이 가르침을 따르면, 부정적 감정을 몰아낼 수 있답니다. 각기 다른 말을 하는 것 같지만, 사실은 세 요가 모두 하나의 가르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바로 욕망과 에고(자의식)를 극복하고 완전한 자유를 얻으라는 것이지요. 에고가 족쇄가 되어, 참나로 향하는 발길을 잡아두기 때문입니다.
오늘날 지혜의 요가인 명상은 스트레스 관리 수단으로 일상에 자리 잡았습니다. 명상이 스포츠가 된 시대에 걸맞는, 종교의 전환을 시사하지요. 바로 종교가 더 나은 삶을 위한 스킬이 되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신이 아니라 나를 위해서, 신도 명상도 수행도 필요하니까요.
리추얼이라는 이름을 얻은 행위의 요가는, 반복을 통해 여전히 의미를 만들어냅니다. 삶의 의미는 인생에 몇 번 찾아오지도 않는 영광의 순간이 아니라, 일상 속에서 사소한 반복을 통해 직조되는 것이니까요. 몸으로 행하는 리추얼을 통해 우리는 삶의 가치와 질서를 체화합니다. 산책하기, 차 마시기, 책상 정리하기 등 소소한 리추얼을 구축하지 않으면, 생은 공허해지거든요. 하잘것없는 일과에 신성함을 부여하는 스킬입니다.
신애의 요가에는 ‘아모르 파티(운명애)’라는 낭만적 이름을 달아줄 수 있습니다. 내게 부딪쳐오는 모든 것을 신의 손길로 받아들이는 적극적인 긍정이지요. 내가 사랑하는 모든 것이 나의 신입니다. 사랑은 언제나 부정적 감정을 일소하는 능동적인 방법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