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진 슬픔이 너무 큰 나머지
자신의 감정을 숨기고 외면하던 티티의 작은 모험기
우리의 주인공 티티는 아주아주 커다란 의자를 등에 지고 다녀요. 바로 사랑하는 할머니와 티티의 추억이 깃든, 소중한 의자이지요. 하지만 티티는 자신이 의자를 지고 다닌다는 사실을 알지 못해요. 티티의 눈에는 의자가 보이지 않아서 “왜 이렇게 어깨가 무거운 걸까?”라며 허리를 푹 숙이고 다닐 뿐이죠.
그러던 어느 날, 터벅터벅 길을 걷던 티티 앞에 기묘하게 생긴 버스 한 대가 멈춰 섰어요. “이 버스는 보고 싶은 사람이 있는 곳으로 데려다준단다.” 다정한 버스 기사의 말에 홀린 듯 버스에 올라탄 티티는 깜짝 놀랐어요. 커다란 물고기, 바이올린, 종이배 등 갖가지 물건을 머리에 얹은 친구들이 앉아 있었거든요. 버스를 타고 한참을 달린 티티는 버스 기사의 안내로 낯선 정류장에서 내리게 되는데…. 티티에게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너에겐 정말 커다란 의자야!”
“티티야, 왜 커다란 의자를 등에 지고 있니? 힘들어 보이는구나.” 버스에서 내린 티티에게 어떤 할머니가 다가와 말을 건넵니다. 티티가 의자 같은 건 갖고 있지 않다고 대답하자 할머니는 지팡이로 의자를 콕콕 짚으며 의자의 생김새를 자세히 설명합니다. 등받이에 피어 있는 작은 보풀, 단단한 나무 다리, 앉으면 푹 들어가는 쿠션까지 말이죠. 그리고 한 마디 덧붙입니다. “너에겐 정말 커다란 의자야.” 그러자 티티에게 신기한 일이 일어납니다. 티티의 머릿속에 의자의 모습과 함께 할머니의 기억이 또렷하게 떠오른 거예요.
지나간 시간을 소중히 여기고
새롭게 앞으로 나아갈 용기를 주는 그림책
우리는 태어나는 순간부터 수많은 헤어짐을 경험합니다. 이사나 진학 때문에 친구와 헤어지기도 하고, 소중한 사람과 반려동물을 떠나보내기도 하지요. 하지만 우리는 헤어짐을 늘 두려워하고, 심지어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이별을 미리 걱정하기도 합니다.
《너에겐 정말 커다란 의자야》는 할머니를 잃은 슬픔이 너무 큰 나머지 자신의 감정을 숨기고 외면하던 티티가 할머니에 대한 그리움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성장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심리학자인 김경일 교수는 ‘우리는 헤어짐을 큰 비극처럼 생각하지만, 헤어짐이 있기에 새로운 시작이 있는 것이다.’라고 말했습니다. 헤어짐을 마음으로 잘 받아들여야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뜻이지요.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것은 약한 것이 아니라 상대를 진정으로 소중히 여기는 강하고 고운 마음입니다. 매년 만남과 이별을 경험하는 아이들이 이 책을 통해 지나간 시간을 소중히 여기고 새롭게 나아갈 용기를 얻길 바랍니다.
티티처럼 헤어짐을 경험한 친구들,
그리고 자신도 모르게 지나간 시간에 머물러 있는 모든 이들에게
차은정 작가는 티티처럼 소중한 친구와의 헤어짐을 경험한 후, 이 책을 만들었습니다. 시간이 흐르면 자연히 잊힐 거라 생각했는데, 여전히 지나간 시간에 머물러 있는 자신을 발견한 것이죠. 마음이 하는 말을 잘 들여다보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자 비로소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고 해요. 《너에겐 아주 커다란 의자야》 속에서 티티가 지고 다니는 의자는 할머니를 그리워하는 마음이 실체화된 물건입니다. 티티는 할머니가 늘 그립지만, 자신의 감정을 마주하는 게 두려워 피하고 말죠. 하지만 외면할수록 그리움은 점점 커지고 때로는 짐이 되어 마음을 짓누르기도 합니다. 심지어 다른 사람의 눈에는 보이지만, 막상 본인은 보지 못하기도 하고요.
작가는 티티처럼 헤어짐이 두려운 이들을 환상의 세계로 인도합니다. 마음을 보고 들을 수 있도록 커다란 눈과 귀가 달린 버스에 우리를 태운 다음, 미지의 정류장으로 데려다주지요. 버스에서 내리면 귀여운 할머니가 나타나 소중한 추억을 일깨워 주고, 지나간 시간과 다정하게 인사할 기회를 줍니다. 그리고 우리는 깨닫게 돼요. 이제야 진짜로 앞으로 나아갈 준비가 되었다는 사실을 말이죠. 티티처럼 헤어짐을 경험한 친구들, 그리고 자신도 모르게 지나간 시간에 머물러 있는 사람들이 각자의 의자를 마주하고, 내려놓을 힘을 얻을 수 있다면 참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