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우리나라 사회 전반에 걸쳐 목도되고 있는 반동적인 현상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우리가 이제 오만해진 것일까? 우리는 한동안 큰 어려움을 모르고 발전해 왔다. 그래서인지 한강의 기적을 일으켰던 한 세대 앞의 그 긴장감은 이제 찾아볼 수 없다. 한강의 기적은 라인강의 기적과도 비교할 수 없는 세계경제사의 찬란한 금자탑이다. 독일은 원래 갖고 있던 유有의 크기를 늘렸을 뿐이지만 우리는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했다. 우리가 오만해졌다면 이제는 옷깃을 다시 여밀 때가 아닐까? 달도 차면 기울지 않는가.
36년의 외교관 생활 중 절반 이상을 독일문화권에서 지낸 저자는, 그들 사회 밑바닥에 쌓여 있는 정신을 알게 되었다. 법치주의와 계약 정신, 기업가 정신, 지속가능한 사고방식, 소임을 다하는 전문 직업 정신, 사회공헌 등 시민 정신, 사회적 연대 정신과 이익의 균형 기제 등등. 위기에 맞닿아 있는 우리에게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다줄 수 있는 독일모델의 정신이다. 두 세기 전, 『독일론』을 쓴 프랑스인 마담 드 스탈de Stael은 독일과 북구의 나라들을 사상의 조국이라고 불렀고, 정신의 독립이 국가 독립의 토대가 될 것이라 했다. 『레트로 대한민국 - 왜 우리의 시간은 거꾸로 흐르는가』를 통해 정치, 사회, 재정, 환경 등 우리 생활 곳곳에 잘못 쌓아 온 폐단이 무엇인지 마주하고, 바른 토대를 다시 쌓아 올리는 발돋움이 일어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