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가장 소중한 것일수록
가장 연약할 수 있다는 것을
『내가 필요해요』의 원제목은 ‘Fragile’입니다. 해석하자면 ‘연약한’ ‘부서지기 쉬운’ 정도가 되겠지요. 이야기 속에서 온갖 아름답고 놀라운 것들을 우리에게 안겨주는 지구는 다른 한편으로 너무나 ‘부서지기 쉬운 것’이기도 합니다. 남자가 지구를 함부로 대했을 때 지구의 아름다운 모습은 사라집니다. 하지만 되돌릴 수 없는 것은 아닙니다. 남자의 고백을 들은 아이는 남자의 눈물을 모아 바다를 깨끗하게 합니다. 하늘을 꿰매고 꽃과 꿀벌도 그리죠.
이야기는 지구와 우리, 우리와 지구 사이의 관계를 보여줍니다. 우리는 지구의 도움 없이는 한순간도 살아갈 수 없습니다. 또 섬세한 지구는 우리의 손길이 필요하지요. 그렇게 부서지기 쉽고 아름다운 우리와 지구는 서로를 필요로 합니다. 이야기 속에서 아이는 이 단순한 사실을 남자에게, 우리에게 알려줍니다. 후회하며 흘리던 남자의 눈물은 그렇게 지구를 다시 아름답게 만들어주는 동력이 됩니다.
장승리 시인의 번역으로 만나는
한 편의 시 같은 이야기
종이의 질감이 그대로 느껴지는 듯한 『내가 필요해요』 속 그림은 여러 이미지를 오려 붙이는 기법을 통해 만들어졌습니다. 마치 그림 자체가 찢기고 더럽혀진 지구를 다시 꿰매어 아름답게 만들려는 아이의 노력을 그대로 보여주는 듯합니다. 또한 이 이야기의 저자 아녜스 도메르그는 설화와 실화 등을 하이쿠 형식으로 풀어낸 그림책 시리즈를 쓴 바가 있는데요. 이처럼 다층적이고 시적인 이 그림책의 아름다움은 장승리 시인의 번역을 통해 배가되었습니다. 단어 하나하나가 가지고 있는 함의와 문장과 문장이 이루어내는 미묘한 리듬이 모두 살아나는 듯합니다. 장승리 시인은 이 그림책을 모티프로 하여 「하늘」이라는 한 편의 시를 썼습니다. 책 말미에 ‘역자 후기’로 수록된 이 시와 함께 읽을 때 더욱 풍요로워질 그림책, 『내가 필요해요』입니다.
슬픔이 묻는다
어디까지 올라갈 수 있나요
새가 답한다
네가 보이지 않는 곳까지
슬픔이 묻는다
그곳도 하늘인가요
―「하늘」 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