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엽고 낯설고 위험해 보이는 건널목은 어디에나 있다!
아, 저기! 두 아이가 방금 건널목을 사이에 두고 마주섰네요. 먼저 친구네 동네로 건너가려는 아이와 몇 마디 나눠 볼게요.
- 편집자: 혹시 지금 길을 건너려고 서 있나요?
- 아이 1: 네. 방금 제 친구가 마중 나왔어요. 그런데 왜 헬멧을 쓰고 왔는지 모르겠어요. 자전거 타자는 말은 없었는데.
- 편집자: 혹시 이 동네 건널목에서 이상한 일이 생긴다는 말은 들어봤나요?
- 아이 1: 아니요. 아마 제 친구가 더 이상할걸요. 너무너무 재미있는 친구예요.
어느 동네든 건널목을 건너지 않고 들어설 수 있는 동네는 없습니다. 건널목의 이쪽과 저쪽은 너무나 가까운 거리지만, 어쩌면 전혀 다른 세계가 나타날 수도 있어요. 바로 우리 그림책 『어느 날』처럼 말이에요. 신호등이 바뀌기를 기다리는 몇 분 동안 건널목에서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면, 어쩌면 그 동네는 평범한 곳일 수도 있어요. 그러나 이제까지 한 번도 아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그건 그 동네가 아니라 어쩌면 여러분이나 친구의 문제일 수도 있지요.
이제 다른 친구와 얘기를 나눠 볼까요?
- 편집자: 저는 원래 머리가 파란 줄 알았는데, 이제 보니 헬멧을 썼네요?
- 아이 2: 네. 이 건널목은 좀 위험해서요.
- 편집자: 안전해야 할 건널목이 위험하다니, 잘 이해가 안 되네요?
- 아이 2: 암튼 좀 이따 저 검은 줄과 하얀 줄이 출렁거릴 거예요. 바다 냄새도 나고요.
- 편집자: 아, 그래서 낚싯대도 가져오시고? 그럼 저도 헬멧 좀 써야겠어요.
건널목은 전혀 다른 세상을 만나는 문이에요!
건널목은 헬멧을 쓸 새도 없이 눈 깜짝할 사이에 출렁거렸어요. 비릿한 바다 냄새가 코끝에 닿자마자 수많은 물고기들이 검은 줄과 하얀 줄 사이에서 헤엄쳤어요. 헬멧 아이는 당연한 일이라는 듯 낚싯대를 던져 크고 작은 물고기를 낚았어요.
검은 줄과 하얀 줄도 바다처럼 출렁이며 시시때때로 모양을 바꿨어요. 원통처럼 둘둘 말기도 하고, 가시처럼 뾰족하게 서기도 했어요. 아이들을 서로 가깝게도 하고, 다시 멀리 떨어뜨리기도 하며 온갖 춤을 추었지요.
갑자기 깊은 바다에 사는 대왕문어가 나타났어요. 저 커다란 다리에 한번 말리면 숨도 못 쉬고 기절할 것만 같았어요. 그런데도 헬멧 아이는 아무렇지도 않게 대왕문어한테 물고기를 던져줬어요. 깊은 바다에 먹이가 없어서 여기까지 왔다고 말하면서요.
그러자 더 놀라운 일이 일어났어요. 거칠게 꿈틀거리던 대왕문어가 빨판을 천천히 폈다 오므렸다를 되풀이했어요. 알고 보니, 두 아이가 솔로 빨판을 문지르고 있었지요.
- 편집자: 잠깐만요! 바쁘겠지만, 너무 궁금해서요. 왜 빨판을 문질러요? 빨판에 뭐라도 묻었나요?
- 아이 2: 아니요. 조금만 지나면 아실 거예요.
- 편집자: 너무 궁금한데 빨리 알려주실 수 없나요? 그 솔은 어디서 났어요?
- 아이 2: 제 가방에 넣어왔죠.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지 이것저것 꼭 챙겨야 해요.
아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문어 빨판에서 놀라운 일이 일어났어요. 알록달록 풍선이 두둥실 떠올랐지요. 이제 둘은 드디어 만날 수 있을까요? 아, 이런! 그때 갑자기 땅이 꺼져버렸어요. 어디선가 날아온 새들은 날아가는 풍선을 쪼아 터트리고, 온갖 식충식물과 사마귀가 나타나 아이들을 집어삼키려 해요. 정말 위험한 순간이에요. 그런데도 헬멧 아이는 그 다음 단계를 준비하네요. 펄럭이를 불러야겠다면서 가방에서 또 무언가를 꺼냈어요.
발밑으로 별들이 흐르는 동네로 놀러오세요!
드디어 둘은 펄럭이의 도움으로 무사히 건널목을 건넙니다. 여기서 또 얘기를 안 나눌 수 없겠죠?
- 편집자: 정말 무사한 게 천만다행이에요. 몸은 안 다쳤어요?
- 아이 1: 전혀요! 처음엔 뭔가 이상하고 아찔했는데, 오히려 건널목에서 나온 아이들이 저를 지켜주는 것 같았어요. 제 친구 도움이 가장 컸지만요.
- 아이 2: 그런데 어른 눈에도 저희가 건널목을 건너는 모습이 보였어요? 어른들은 잘 못 보는데 신기하네요?
- 편집자: 앗, 그걸 어떻게 알았지? 사실은 못 봤어요. 이건 비밀인데요, 이 동네 사는 분과 실시간으로 통화하면서 보이는 척했어요. 제 눈에는 아무 일 없이 그냥 둘이 잘 만나서 잘 건너는 것만 보였어요. 그런데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죠?
- 아이 2: 다음에는 저희처럼 꼭 경험해 보세요. 그나저나 곧 건널목이 사라질 수도 있으니까 얼른 건너가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저희는 이제 별똥별 좀 주우러 가야겠어요.
세상에나, 별똥별을 줍는다고? 이 동네에서는 얼마나 재미있는 일이 많이 벌어질까요? 저도 같이 놀고 싶은데, 왜 저한테는 건널목이 그냥 건널목처럼 보일까요? 일상을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뜻밖의 세상과 마주할 수 있다는데, 저의 이 가난한 상상력에 불 좀 부쳐주실 분 안 계실까요?
한 가지 분명한 건, 이 그림책 『어느 날』을 날마다 보면 굳었던 상상력이 불끈 솟아오른다는 소문이 있어요. 여러분, 지금 당장 저랑 한 권 사러 가시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