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늑대의 용감한 실패, 엉뚱한 도전, 그리고 뜻밖의 만남
온 힘을 다해 달려갔지만 사냥은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처음에는 작은 돌부리를 미처 발견하지 못해 돌에 걸려 넘어지고, 다음에는 풀숲에 숨어서 기회를 노리지만 작은 나비 한 마리가 눈앞에서 알짱거리며 신경을 거슬리게 한다. 나무 위에서 기회를 기다리기도 하지만 어이없게도 나뭇가지가 부러지고 만다. 늑대는 마지막 기회라 생각하고 양들이 도망 다닐 때 떨어진 양털로 양인 척 위장하고는 마침내 양들에게 다가가는 데 성공한다. 하지만 이번에도 계획은 어긋난다. 양들의 다정한 태도에 차마 사냥을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늑대의 도전은 이대로 또 실패인 것일까.
우리는 때때로 계획했던 일이나 잘될 거라고 예상했던 일들이 잘못되는 것을 경험한다. 미처 몰랐고, 생각하지 못했고, 정말 몰랐고, 예상하지 못했고… 이럴 줄 누가 알았겠는가 싶은 그런 이유들로 우리는 갖가지 크기와 무게, 색을 가진 문제들 앞에서 주저앉고 넘어진다. 조그만 돌부리와 알짱거리는 나비, 약한 나뭇가지 때문에 늑대가 먹잇감을 놓쳐 버리는 일처럼 말이다. 그리고 조그만 돌부리, 알짱거리는 나비, 약한 나뭇가지는 생각보다 자주, 불쑥 우리를 가로막는다. 양의 털을 써야 하는 순간도 때때로 찾아온다.
마음대로, 뜻대로 되지 않는 일들이 가르쳐 주는 것들
거듭되는 도전과 실패를 겪다 보면 지치고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들기 마련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늑대는 다른 방법을 찾고 계속 시도한다. 그리고 마침내 다른 세상을 만난다. 조그만 돌부리, 알짱거리는 나비, 약한 나뭇가지, 떨어진 양털 덕분에 늑대는 다른 것을 보고, 다른 기회를 얻은 것이다.
작가는 이를 통해 계획한 일이 마음대로, 뜻대로 되지 않는 순간이 오히려 더 좋은 기회를 발견하는 순간일 수도 있고, 그 시간을 지나야만 비로소 알게 되는 것도 있다고 말한다. 우리에게는 넘어질 시간과 헤맬 시간도 필요하다고. 그리고 그 시간을 통해 깨닫고 배운 것들은 자신을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어 오히려 꿈에 가까이 다가가게 하는 다짐이 될 수 있고, 꿈에 닿기 위해 넘어지고 부딪치는 과정에서 얻은 것들 덕분에 삶이 더 풍성해질 수도 있다고 위로한다.
우리는 태어나면서부터 수없이 넘어지고 일어서며 배우고 성장한다. 갓 태어나 뒤집고, 기고, 서고, 걷고, 뛰기 위해 수없이 넘어지고 일어서는 것처럼 무엇을 배우고, 얻고, 무엇에 닿기 위해 넘어지고 쓰러지는 일은 실패가 아니라 과정이고 성장이다. 늑대도, 작가도 그리고 우리 모두는 여전히 그렇게 성장의 과정에 있다. 늑대의 이야기는 계속될 것이다. 어떻게 끝날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그래, 나는 늑대야. 하지만 친구도, 가족도 없는 외톨이가 아니야.
머물 곳 없는 떠돌이도 아니야. 누가 알았겠어? 내가 지금, 여기에 이렇게 있을 줄!”
* 《누가 알았겠어?》는 ‘2022년 제1회 아이들나라 창작 그림책 공모전’ 수상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