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기획자로 투고 원고가 아닌 기획 원고를 할 때 많은 고민을 한다. 출판할 주제는 무엇으로 할지? 주제에 맞는 글을 쓸 글쓴이는 어떻게 섭외할지? 이 고민의 답을 찾았다.
이 책의 주제로 글을 써 준 것에 감사하다. 나는 아무 계획도 없이, 당연하다는 듯이 그냥 결혼을 했고, 그냥 아이를 임신했고, 그냥 출산을 했다. 하지만 이 책을 내가 결혼하고 임신했을 때 읽었다면, 나의 임신 기간과 이후 결혼생활이 지금보다 더 충만하고, 시행착오가 줄지 않았을까 싶다.
이 책은 극히 개인적인 임신과 출산의 계획이지만, 내가 낳은 딸이 앞으로 달라져야 할 세상에서 이 저자와 같이 당당하고 주체적인 삶을 살아갔으면 좋겠다. 출판기획자로서가 아니라 한 여자로서 지지한다. 그리고 내 딸아이에게도 읽고 실천하기를 권하고 싶다.
본문 156면
“너 남편과 키스하니?”
“그럼, 안 해?”
“야, 가족끼리 그러는 거 아니지. 남편이랑은 섹스는 해도 키스는 안 하는 거야. 너희는 아직 신혼 맞네.”
이것 역시 실제로 친구와 나눴던 대화다. 출산 전에는 이런 이야기가 참 듣기 싫었다. 아이 낳고 나면 의리로 산다, 남편에게 애정이 다 떨어진다는 이야기 말이다. 사실, 아이를 낳은 뒤에는 집에서는 아무래도 부부보다 모든 게 아이 중심으로 돌아가고 대화의 주제도 아이가 되는 경우가 많다. 아이 데리고 외식이라도 나갔다가는 밥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모르고 한쪽이 아이 먹이는 동안 다른 쪽은 밥을 흡입해야 한다. 연애 때처럼 서로 얼굴을 찬찬히 들여다 보면서 분위기 좋은 곳에서 밥 먹을 일이 최소 몇 년은 사라진다. 나는 아이를 낳은 뒤에도 남편과 설렘을 유지하고 싶었다. 부모는 아이의 거울이다. 부모가 서로 사랑하는 집에서 태어난 아이는 커서도 배우자를 사랑하고 즐거운 결혼 생활을 영위하는 법을 자기도 모르게 배운다. 내 아이가 커서 행복한 결혼생활을 하길 간절히 바라면서, 아이 앞에서 늘 배우자의 욕만 하고 서로 무관심한 모습을 보인다면, 아이도 커서 배우자를 어떻게 사랑해야 할지 모를 것이다.
그러면 아이를 낳고도 부부간의 최소한의 설렘과 사랑을 유지하기 위해 어떤 의식적 노력을 기울일 수 있는가?
본문 167면
‘내 딸이 커서 직업을 갖고 아이를 낳았을 때 어떤 세상이 되면 좋겠는지 생각해 보자.’
딸을 낳고 워킹맘으로 일하는 친구 중 이런 말을 하는 친구들이 많았다.
“진짜 아이 키우면서 일하는 거 피눈물 나. 나는 우리 아이 커서 아이 낳으면 걱정 없이 직장 다니게 내가 아이 다 봐주고 뒷바라지해줄 거야. 나처럼 이렇게 고생하게 안 둘 거야.”
단언컨대 아름다운 모성애지만 현명한 방식인지에 관해서는 의문이 든다. 그런 식으로 계속되면 내 귀한 딸도 노년에 손주를 돌봐야 할 것이다. 그건 괜찮은가? 사회 구조의 잘못을 개인이 자꾸 덮고 노력해서 해결하려고 하지 말자. 굉장히 안타까운 행동이다. 내가 내 딸을 위해 하는 모든 개인적 희생 때문에 사회 시스템의 개혁이 느려진다면 내 딸의 더 먼 미래를 막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