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석희(전 JTBC 사장), 이나미(서울대병원 교수) 추천〛
“진짜 속마음은 말과 말 사이에 숨겨져 있다”
침묵, 눈빛, 손짓, 뉘앙스⋯감정 문해력을 키우면 보이는 대화의 맥락들
“왜 이렇게 눈치가 없어? 분위기 파악 좀 해!”
“반어법으로 한 농담인데, 왜 이렇게 진지해?”
‘아까 그 말은 하지 말 걸…너무 솔직했나?’
“내 리액션이 재미 없으면 어떡하지?”
“밥 한번 먹자는 말이 빈말인지 아닌지 어떻게 알까?”
누구나 한 번쯤 겪어 본 이런 문제들은 단지 우리가 ‘눈치가 없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 아닐지 모른다. 둔한 성격 탓으로, 직설적인 화법 탓으로, 말귀를 못 알아먹는 탓으로 돌리곤 하는 이런 고민들은 사실 맥락을 파악하고 타인의 마음을 헤아리는 감정 문해력이 약하기 때문에 생겨난 것이다. 어떻게 하면 감정 문해력을 단단하게 기를 수 있을까? 저자는 감정을 읽는 도구로 눈치, 침묵, 눈빛 같은 우리에게 익숙한 개념들부터 암묵지, 반어법, 애매어 같은 고도의 화법까지 설명한다. 저자는 특히 ‘눈치’는 그동안 부정적으로 쓰였지만, 사실은 감정을 읽는 이런 도구들의 바탕이 되는 가치중립적인 감각이라며, 발상의 전환을 이끈다.
에둘러 말하고 줄여 말하는 데 익숙한 대표적인 고맥락 문화인 한국과 일본. 두 나라 사이를 오가며 언어와 문화의 상관관계를 연구해 온 저자는 한국이 다른 나라보다 일을 잘하고, 융통성 있고, 유연한 근거를 이런 도구들에서 찾는다. 매뉴얼이 발달한 일본에서는 외국인이 일본어를 잘하지 못하더라도 아랑곳하지 않고 접객 언어를 달달 외운다면, 눈치가 뛰어난 한국에서는 상대방이 무엇을 원하는지 표정과 눈빛 등으로 알아채고 적절하게 대처한다. “밥 한번 먹자”는 말이 빈말인지 아닌지 구분하는 능력도 다른 문화권들보다 속뜻을 읽는 감각이 발달한 덕분이다. 때로는 말과 말 사이에 숨겨진 진짜 속마음을 찾아 내야 하는 이런 과정들이 피곤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침묵이 품은 다채로운 의미를 파악하는 능력, 조용한 상황에서 눈빛만으로 소통하는 기술, 상대방이 대놓고 말하지 않아도 필요한 것을 찾아 주는 센스 등은 우리가 다른 문화권의 사람들보다 더 능력 있는 사람이 되게 하는 기특한 문해력이다.
언어로 세상을 연구하는 인지언어학을 공부한 저자는 ‘문해(文解)’란 언어로 사고하고 감정을 공유하고 상대방을 알아가는 일련의 과정, 우리가 언어를 통해 세상을 이해하는 아름다운 힘이라고 말한다. 《감정 문해력 수업》은 우리가 일상에서 자주 부딪히는 상황들을 흥미로운 에피소드로 제시해, 스스로 감정 문해력을 진단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옳은 대처법과 잘못된 대처법을 알려 주며 감정 문해력을 기를 수 있도록 돕는다. SNS의 짧은 글은 잘 읽어도 복잡한 사람의 심리는 해석하기 어려워하는 이들이 늘어나는 요즘, 감정 문해력은 타인의 말에 상처받지 않고 나를 보호하기 위해 우리가 길러야 할 필수 근육이다.
“고맥락 사회에서는 타인의 감정을 읽는 것이 경쟁력이다”
냉소의 시대 필수 교양, 감정을 읽고 쓰고 말하는 힘!
감정 문해력은 자존감을 지키는 방패이자, 인간관계를 부드럽게 하는 지혜일 뿐 아니라 성숙한 어른으로 성장하기 위해 필수로 갖춰야 할 핵심 교양이다. 냉소와 혐오의 말하기가 사회 전반에 퍼지는 지금, 타인과 나의 마음을 섬세하게 읽고 현명하게 대처할 줄 아는 감정 문해력이 우리 시대 새로운 교양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저자는 언어학자 그라이스의 이론을 인용하며, 품격 있는 대화를 위한 네 가지 격률에 대해서 설명한다. 무심코 내뱉는 말이라도 격식을 차려 말할 줄 알게 되면 자신의 품위가 올라가고 대화에 참여하는 모두가 만족할 수 있다. 나아가 이 규칙을 자유자재로 변주하여 분위기를 즐겁게 하는 방법도 있다. 대화의 기초와 심화에 해당하는 이런 원리들을 공부하고 나면, 불쾌한 상황을 긍정적으로 바꾸면서 상대방의 호감을 얻는 말하기로 돌입할 수 있다. “샐러드 맛이 왜 이래?”라며 상대방이 반찬 투정을 할 때, 감정 문해력이 낮은 사람은 같이 화를 내서 분위기를 차갑게 만들지만, 감정 문해력이 높은 사람은 “당신은 참 미각이 뛰어나네요!” 하고 도리어 칭찬하는 화법을 쓴다. 겉으로는 긍정적인 뜻처럼 보이지만 버럭 화를 낸 상대방이 자신의 잘못을 깨닫게끔 에둘러 말하는 고도의 기술을 발휘한 것이다.
“무례하면 세상이 좁아집니다. 섬세한 조직, 세심한 인간이 살아남습니다.” 저자는 데이터 과학자 송길영이 미래에 꼭 필요한 경쟁력에 대해서 말한 것에 공감하며, 나와 타인의 마음을 읽을 줄 아는 공감과 배려, 세심함이 우리 시대가 요구하는 지혜라고 말한다. 특히 대화의 맥락을 못 읽는 사람을 비난하는 ‘맥락맹’이나, 타인을 냉소하는 ‘누칼협(누가 칼 들고 협박했냐)’ 같은 신조어를 사용하는 사회일수록 타인의 심리를 간파하고 공감하는 능력인 감정 문해력을 갖춘 사람의 가치는 높아진다. 《감정 문해력 수업》에서 가르쳐 주는 이런 슬기로운 대화의 법칙들을 배운다면, 말끝을 흐리고 돌려 말하고 침묵하고 속마음과 반대로 말하는 고맥락 사회에서 살아남는 힘을 기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