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관의 법계관과 유심관을
명확히 밝힌 최초의 연구서
이 책은 중국 화엄종 제4조 징관의 사상을 종합한 ‘징관 종합연구서’이다. 저자인 정엄(淨嚴) 스님은 화엄학을 배우기 위해 일본 도쿄대학으로 유학했고, 그곳에서 10여 년 동안 징관 연구에 매진하여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 학술서는 정엄 스님의 도쿄대학 박사 학위가 밑바탕이며, 이를 더욱 수정 보완한 결과물이다.
책의 추천사를 써 준 도쿄대학 미노와 겐료 교수는 “이처럼 징관에게 초점을 맞춘 연구는 의외로 적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매우 귀중한 연구서이다. 더욱이 이 책의 가장 중요한 점은 징관의 법계관(法界觀)과 유심관(唯心觀)을 명확히 밝힌 것에 있다”고 높이 평가했다. 미노와 교수의 말처럼 지금까지 징관의 핵심 사상인 법계관과 유심관을 밝힌 연구서는 이 책이 최초이다.
그리고 정엄 스님과 함께 도쿄대학에서 공부했고, 현재 중국 런민대학 철학과에서 재임 중인 장웬량 교수의 추천사에는 “진보적인 안목으로 징관 사상을 탐구한 보기 드문 연구 성과”라고 극찬하며, “저자의 연구 업적이 있었기에 징관 사상에 관한 체계적인 연구가 가능하게 되었다”고 평가했다.
이제까지 화엄종의 법계관은 사법계(事法界), 이법계(理法界), 이사무애법계(理事無礙法界), 사사무애법계(事事無礙法界)의 4법계설이 자주 거론되어 왔는데, 징관의 법계관에는 3법계설, 4법계설, 5법계설이 병존한다고 한다. 여기서 5법계설은 법장의 교학이지만, 징관의 특징은 이를 지지해주는 법계로서 ‘일진법계(一眞法界)’를 세우고 ‘모든 법계의 귀착점’으로 삼는 것에 특징이 있다고 평가한다. ‘일진법계’ 자체는 이미 이통현의 『신화엄경론』에 나오지만, 이통현, 법장과는 다른 새로운 시점이 있음을 밝히고 있다.
또한 징관은 유심관의 유심(唯心)을 일심(一心)의 문제로 다룬다. 『화엄경』 「십지품」의 제6현전지에서 나오는 「유심게」와 「야마궁중게찬품」의 「각림보살게」를 중심으로 검토하여, 법장의 십중유식(十重唯識)을 십중일심(十重一心)으로 바꾸고, 「각림보살게」는 ‘구분유식(具分唯識)’의 표현으로서 법합성관(法合成觀)을 설명한다.
징관은 유심을 ‘아뢰야식’과 ‘연기일심(緣起一心)’이라는 두 가지 입장에서 이해하였다. 전자는 생멸과 불생멸의 의미가 구족되어 있다는 ‘법성종’의 입장이었고, 후자는 존괴불이(存壞不二)·유일연기(唯一緣起)를 의미하는 화엄의 입장이었다. 이러한 징관의 이해는 법장의 ‘유심연기(唯心緣起)’와 혜원의 ‘구분유식(具分唯識)’, 나아가 『대승기신론』의 ‘여래장’을 함께 수용하여 성립한 것으로, 징관 자신은 이를 『화엄경』의 연기와 일치하는 것으로 이해했다. 또 진망의지(眞妄依持)와 심경의지(心境依持)에 대해서 ‘심경의지’가 그대로 ‘진망의지’이기 때문에 ‘일심’이라고 이해하였다. 이를 바탕으로 징관은 ‘유심’의 근본적 의미를 『화엄일승십현문(華嚴一乘十玄門)』에 따라 “마음[心] 이외에는 다른 경계[境]가 없다”라고 설명한다.
화엄사상사에서 징관이 차지하는 위상과
그의 사상이 형성되는 과정을 낱낱이 파헤치다
이 책의 목적은 중국 화엄사상사에서 징관이 차지하는 위상을 밝히는 데 있다. 그러기 위해서 징관의 저작 중 질과 양 모두에서 그 중심을 이루는 『대방광불화엄경소』와 『대방광불화엄경수소연의초』를 분석하는 작업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또한, 그의 학계(學系)와 저술 목록, 화엄경관 등을 살펴보고, 화엄의 중심 사상인 ‘법계관’과 ‘유심관’의 문제를 집중적으로 살펴봐야 한다.
‘제1장 징관의 전기와 학계(學系)’에서는 『대방광불화엄경소』와 『대방광불화엄경수소연의초』를 찬술한 목적을 밝히고, 화엄종의 계보와 징관에게 영향을 준 인물들에 관해 살핀다.
‘제2장 『화엄경소』의 저술 배경과 그 개요’에서는 징관이 『화엄경소』를 저술하게 된 배경과 당시 융성했던 선(禪)사상 등을 흡수한 내용을 설명한다.
‘제3장 징관의 화엄경관’에서는 ‘대방광불화엄경(大方廣佛華嚴經)’이라는 경명을 자세히 풀이하고, 철학적 요소를 더함으로써 경 자체에 권위를 부여하는 과정을 상세히 전한다.
‘제4장 해인삼매관’에서는 『화엄경』에 나오는 해인삼매를 징관이 어떻게 강조하고, 재해석 했는지를 설명한다.
‘제5장 징관의 법계관’에서는 법계의 중요한 개념을 세 가지 유형으로 분류했다. 첫째, 징관은 화엄종의 전통을 토대로 법계에서의 ‘이(理)’와 ‘사(事)’와의 관계를 무진(無盡)·무애(無碍)로 파악하고 더욱 발전시켜 ‘4법계설’을 완성시켰다. 둘째, 인과(因果)·연기(緣起)로서의 ‘법계’는 화엄의 종취를 논할 때, 징관은 ‘법계’와 ‘인과’를 동일선상에 두고 해석하여 ‘인과’의 입장에서 경문을 분과하였다. 샛째, 궁극성·근원성으로서의 ‘법계’는 법계가 진리의 궁극적인 상태, 즉 ‘진리’ 그 자체이자 만물을 생성하는 근원이기도 하다는 관점에서의 해석이다.
‘제6장 징관의 유심관’에서는 「십지품」 제6현전지(現前地)의 「유심게」와 「야마궁중게찬품(夜摩宮中偈讚品)」의 「각림보살게(覺林菩薩偈)」를 중심으로 유심은 곧 일심이며, 마음 이외에는 다른 경계가 없음을 밝힌다.
여기에 지금까지의 한중일 학자들의 주요 징관 연구 논문을 분석 정리함으로써 화엄학을 배우려는 후학들에게 명확한 길을 제시한다. 따라서 이 책은 징관 사상의 핵심을 파헤침과 동시에 중국화엄사상을 배우려는 이들에게 최고의 지침서 역할을 한다고 말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