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시대순으로 모두 7부로 이루어져 있다. 제1부〈Ⅰ 국망(國亡) 뒤의 혼란〉 첫 장에는 열여덟 살에 전남 고흥에서 혼자 현해탄을 건너 일본 규슈 국영제철소 노동자로, 기후〔岐阜〕시 부근의 나가라가와 에쓰미남선〔長良川越美南線〕 철도 건설 현장에서 잡역부로 일하다 다시 홀로 아이오이로 가서 마을 촌장의 도움으로 숯 굽는 법을 배워 숯을 구워 팔고 농사일을 돕고 벼농사 짓는 법도 가르치며, 마을에서 벼농사의 개척자이자 농사 선각자로 인정받고 생활이 안정되자 가족들을 불러들인 ‘할아버지의 모험’과 그 발자취를 좇는 것으로 시작해 가족이 일본인이 될 뻔한 이야기와 일제의 식량 수탈 실상, 여순사건의 진실, 6·25 등 해방 후 혼란기 사회상을 담았다.
제2부 〈Ⅱ 가난을 딛고〉에서는 짚세기에 얽힌 에피소드와 보릿고개, 우리나라의 경제 재건을 위해 운크라에 받은 도움에 얽힌 이야기와 삼십 리 도보 통학 등 가난에 허덕이던 초·중학교 시절을 주제로 한 글을 수록했으며, 제3부 〈Ⅲ 사범학교 입학의 뿌듯함〉에는 사범학교 입시제도와 13대1의 좁은 문을 뚫은 사연, 교단에서 겪은 5·16 쿠데타 등을 다루었으며, 제4부 〈Ⅳ 대학 생활과 군복무가 내게 남긴 것〉에는 대학 시절과 군대 생활의 색다른 경험을 화제로 삼았고, 제5부 〈Ⅴ 어릴 때의 꿈, 기자가 되다〉에는 기자 시험 경험과 떠도는 우스갯소리를 기자실에서 전파했다가 기관에 끌려가 허벌나게 맞은 일, 5·18 광주민주화운동과 새마을운동의 근원, 언론 통폐합 등을 다루었다.
제6부 〈Ⅵ 일제 ‘민낯’ 까발린 책 여덟 권 쓰다〉에는 일제 민낯을 까발린 책 여덟 권에 관한 비화를 공개하고, 제7부 〈Ⅶ 명산 탐방으로 건강을 다지고〉에는 팔영산, 설악산 등 명산 탐방을 소개했다.
이 책은 초등학교 교사를 거쳐 1969년 《서울신문》에 입사해 1988년 명예퇴직하기까지 기자 생활을 해온 저자가 태어남과 동시에 겪은 직간접적인 시대적 고통과 고난에 얽힌 시대의 아픔을 회고하고 한일 관계사를 밝히는 소명의 부름을 받고 기자직을 그만두고 일제의 ‘민낯’을 까발린 여덟 권의 책 《황국사관의 실체-일본 군국주의는 되살아나는가》 《후쿠자와 유키치-탈아론을 어떻게 펼쳤는가》 《이토 히로부미-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들》 《일본 군국주의의 괴벨스-도쿠토미 소호》 《야나기 무네요시의 두 얼굴》 《인물로 본 일제 조선지배 40년》 《일본을 제국주의로 몰고 간 후쿠자와 유키치-‘탈아론’을 외치다》 《알수록 이상한 나라 일본》을 쓴 이야기, 출간을 통해 얻은 성과 그리고 또한 가볍고 친숙하게 읽을 수 있는 삶을 건강하게 살아가기 위한 명산 탐방기를 수록한 자전적 에세이이자 회고록이다.
저자는 말한다.
“해 질 무렵이면 가끔 한강 팔당대교 아래 강가를 걷는다. 그럴 때마다 강변은 한 편의 드라마를 연출한다. 그중에서도 하루를 다하고 서쪽 지평선으로 넘어가는 석양은 그야말로 장관이다. 어둠이 시작되기 전, 온몸을 태우고 꺼져 가는 촛불처럼, 서쪽 하늘을 붉게 물들이는 저녁노을은 나에게 많은 가르침을 준다.
이 책은 강변의 해넘이 감상이 내게 가져다준 선물이다. 이 안엔 내 삶의 주요기록이 담겼다. 그 가운데서도 〈할아버지의 모험〉 〈‘못 볼 것’을 보다〉 〈면도 칼과 썩은 달걀-10 · 26 전야의 비화〉 등은 고통과 고난의 극치이다. 특히 〈면도칼과 썩은 달걀〉은 인간으로서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기관원들의 고문 사례를 기록한 것이다.
나는 10 · 26 이틀 전인 1979년 10월 24일 중앙정보부 광주대공분실에 연행되어 죽지 않을 만큼 얻어맞았다. 나로 인해 많은 광주 언론인들이 심야에 붙들려 가 겁박을 당하기도 했다. 그러나 기록은 10 · 26사태 속에 묻혀 어디에도 없다.
프랑스에서는 회고록을 바탕으로 한 역사 연구가 ‘아날학파’라는 학파를 이루고 있다고 한다. 이를 기대하며 후세 역사 연구의 밑돌을 놓는다는 심정으로 이 책을 펴낸다.” (뒤표지글)
이 책은 한국 근현대 시대사의 조각을 맞추는 한 편의 회고록. 늘 다른 모양으로 흘러만 가는 구름의 심정을, 그 ‘기나긴 방랑 끝에 온갖 슬픔과 기쁨을 사무치게 맛본 자만이’ 이해할 수 있는 그 역사를 헤아리듯 역사 한 꺼풀 아래 이야기를 끌어내 어우르며 어루만지는 한 권의 역사와 삶의 이야기가 될 것이다.
“오, 보라!/ 오늘도 흰 구름은 흐른다/ 잊혀진 고운 노래의 나직한 멜로디처럼/ 푸른 하늘 저편으로 흘러만 간다/ 기나긴 방랑 끝에/ 온갖 슬픔과 기쁨을 사무치게 맛본 자만이/ 저 구름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으리라/ 햇빛과 바다와 바람과 같이/ 가없이 맑은 것들을 나는 사랑한다/ 그것은 고향 떠난 나그네의 누이이며 천사이기에.”(헤르만 헤세, 〈흰 구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