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을 붙이는 인간, 부여된 이름의 역사
인간이 장소와 상호작용하는 방식과 친밀도가 지명에 영향을 미치고 반대로 지명이 인간의 의식에 각인되면서 장소에 대한 인간의 정서와 이해관계가 형성된다. 한번 이름이 붙여지고 사람들에게 널리 쓰이게 된 지명은 자체의 생애를 가지게 된다. 쓰임이 많고 긍정적인 활동과 연관될수록 이름은 강해지고 가치가 높아진다. 남산에서 유래한 남산터널 남산초등학교 남산타워처럼 때로는 지명 자체가 다른 사물과 장소에 붙어 파생 지명을 만들곤 한다.
지명에는 무엇이 담겨 있을까
스치듯 지나가는 수많은 도로표지판 위의 지명에는 그 지역 사람들의 이야기와 그 장소가 지나온 역사와 장소에 대한 기대와 환상이 모두 담겨 있다. 지명의 가치는 가리키는 대상의 크기와 비례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일산 신도시는 신도시가 포함된 고양시보다 더 잘 알려져 있다. 고양시가 최근 고양이 마스코트를 내세워 인지도를 높이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아직은 일산만큼 잘 알려지지는 못했다.
지명 자체가 하나의 브랜드가 되기도 한다. 보성 녹차, 순창 고추장, 영덕 대게처럼 지명으로 상품의 품질과 신뢰성을 높이는 전략이다. 지명과 상품을 함께 사용함으로써 상품에는 정체성을 부여하고 상품의 품질이 인정받으면 지명의 가치도 동시에 상승하는 효과가 있다.
이 책은 지명의 유래, 변천, 소멸과 통합 등과 함께 지명에 얽힌 사람들의 기대, 불만, 갈등, 화해의 이야기를 담았다.
지난 4년 동안 지명에는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지명은 끊임 없이 변화한다. 장소가 변화하고 장소에서 일어나는 여러 활동이 변화하고 장소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이 변화하기 때문이다. 『인간 장소 지명』 초판 발간 이후 5년이 채 되지 않은 기간 국내외를 막론하고 지명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있었다.
터키는 자국어 정체성을 가진 국호 ‘튀르키예’의 사용을 전 세계에 요청했다. 러시아와 전쟁을 치르는 우크라이나는 주요 지명에서 러시아의 잔재를 제거해 달라고 했다. 그 수도는 이제 ‘키예프’가 아니라 ‘키이우’다. 뉴질랜드가 ‘긴 하얀 구름’이라는 뜻의 마오리어 ‘아오테아로아’로 국가명 변경을 추진한다는 소식도 들린다.
이 개정판은 2018년 학술원 우수학술도서에 선정된 초판의 체제와 서술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진전된 내용을 수정, 업데이트하고, 그동안 발견된 오류를 정정해 새로 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