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어는 어떻게 만들어지고 사용되다가 사라지는가?
사용자의 명명 욕구와 대상의 의미를 우선하는 단어 형성론
표현론적(Onomasiological) 접근은 형식을 구심점으로 하여 언어를 연구하는 해석론적(semasiological) 접근과 대를 이루는 접근법으로, 의미를 구심점으로 하여 언어를 연구하는 방법론을 말한다. 언어학의 한 분야이지만 크게 부각되지 않다가 20세기에 들어 어휘론의 한 분야로 유럽 언어학계에서 인정받고 있다. 특히 이 책의 저자인 파볼 슈테카우어가 인지 형태론의 측면에서 조명한 표현론적 접근은 언어 내적 요인에 집중하여 단어의 형성 방식을 탈맥락적으로 분석하고, 이를 통해 일반화된 패턴을 발굴하는 데 천착해 온 단어 형성 연구의 지배적 접근법에 대한 대안적 관점으로서 단어 형성 연구의 새로운 흐름을 형성하고 있다.
단어 형성은 ‘사고의 언표화’라는 면에서 문장 형성과 공통된 방향성을 갖는다. 하지만 새롭게 형성되는 문장에 관심을 갖는 것과 달리 단어는 주로 ‘기억과 사용의 대상’으로 다루어지면서 표현의 맥락에서 활발히 논의되지 못했다. 마찬가지로 지금까지의 단어 형성에 대한 교육은 ‘어근, 접사, 합성어, 파생어’로 대표되는 구조 형태론의 개념이 중심축을 이루었다. 개별 화자가 특정 맥락에서 특정 표현 동기를 충족하기 위해 형성한 단어에도 주목해야 할 시점이다. 다양한 사회적 소통망을 통해 개인의 언어가 더욱 적극적으로 생산, 공유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기존의 단어 형성론이 가진 편중된 형식주의에 대한 대응으로, ‘언어 공동체, 개별 화자, 단어 형성 맥락’ 등을 포괄하는 풍부한 단어 형성 과정을 기술하고 있다. 화자가 대상의 어떤 부분에 의미를 부여하느냐에 따라 단어 형성의 결과가 달라진다는 관점에서 이는 주체적인 학습자를 지향하는 현 문법 교육의 방향에 비추어 상당히 의미 있는 지점이라 할 수 있다. 대학의 국어국문학과, 국어교육과, 한국어교육과에서 단어 형성론을 배우는 학생들이나 가르치는 연구자들에게 큰 도움이 될 책이다.
“슈테카우어의 표현론적 관점의 단어 형성론이 단어 형성론 연구사에 끼친 더 큰 공헌은 지금까지 다른 논의에서는 암묵적인 가정으로만 남겨 두었던 언어 사용자들의 명명 욕구를 단어 형성론의 중심으로 가져왔다는 점이다. 단어 형성에 있어서의 명명 필요성의 강조, 의미의 우선성 등을 제안함으로써 단어 형성에서 언어 사용자인 언중을 논의의 중심부로 가져온 것이다. 국내의 단어 형성론 논의는 여전히 생성 형태론을 중요하게 참조하고 있지만 일부는 인지 언어학적인 관점을 차용하여 유추에 의한 단어 형성 논의를 포괄하고 있기도 하다. 생성 형태론이든 인지적인 관점에서의 유추에 의한 단어 형성 논의에서든 단어 형성에서의 의미의 문제, 언어 사용자의 명명 욕구의 문제는 지나칠 수 없는 문제다. 따라서 슈테카우어의 문제 제기는 어떤 관점에서 단어 형성을 다루더라도 유효하다.”
-〈옮긴이의 말〉에서
특정 맥락에서 화자가 부여하는 의미와 표현 동기에서 출발하는 단어 형성
1장에서는 표현론적 이론의 기본적인 원리를 간략하게 설명한다. 여섯 가지 층위(언어 외적 현실, 개념 층위, 의미 층위, 표현 층위, 명명 층위, 음운 층위)를 포함한 단어 형성의 표현론적 모델을 설명하고, ‘표현론적 구조, 표현론적 어기 및 표지, 표현론적 유형, 표현론적 결합, 형태-의미 할당 원리, 명명 단위’ 등과 같은 기본 용어를 소개한다. 다양한 사례를 통해 ‘표현론적 접근’에 대해 개괄하고 있다.
2장에서는 ‘단어 형성 부문’을 소개하면서 언어학 내에서의 범위와 위치를 논의하고, 그 독립적인 지위를 증명한다. 단어 형성 부문과 통사 부문, 어휘 부문의 차이를 밝히고, ‘단어 형성론과 굴절 형태론, 단어 형성 부문과 통사 부문, 단어 형성 규칙과 음운 규칙, 단어 형성 부문과 어휘 부문’ 사이의 관계를 분석하면서 단어 형성에 관한 표현론적 모델을 제안한다.
3장에서는 단어 형성론, 특히 파생어 형성에서 중요하게 다루어졌던 ‘생산성’에 관한 다양한 측면을 다룬다. 저자는 단어 형성 규칙이 통사 규칙이나 굴절 규칙보다 덜 생산적이지 않을 뿐만 아니라 매우 생산적이고 완벽하게 규칙적임을 강조한다. 더 나아가 언어 체계 층위에서 일어나는 현상인 ‘생산성’과 발화 층위에서 나타나는 현상인 ‘빈도’를 더 객관화시키는 ‘효율성’ 개념을 공식화하였다.
4장에서는 표현론적 단어 형성의 관점에서 단어 형성론의 여러 쟁점을 다룬다. 앞의 세 장에서 기술한 이론을 ‘괄호 매김의 역설, 복수의 표현론적 표지를 가진 명명 단위, 외심 합성어, 역형성’과 같은 몇 가지 이론적 문제에 적용한다.
결론에서는 단어 형성에 대한 일반적인 접근 방식에 비해 표현론적 방법이 가진 장점을 요약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