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을 놀이로 바꾸는 시원한 마법 ‘달달달달 달그락 탕!’
낡은 버스 한 대가 달달달달 평화로운 시골길을 달립니다. 평탄하지 않은 길이지만, 버스는 늘 그랬듯 하루에도 몇 번씩 손님들을 가득 태우고 구불구불 꺾인 길을 태연하게 오갑니다.
온몸을 들썩이게 하는 딸꾹질처럼, 잊을 만하면 등장하는 과속방지턱 또한 버스와 동네 승객들에게는 일상이겠지요? 하지만 『달그락 탕』에서 과속방지턱은 ‘달달달달’의 평온한 예고 뒤에 ‘탕!’ 하고 요란하게 찾아오는 달콤 오싹한 이벤트처럼 느껴집니다. 이 이벤트는 버스 안에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예측 불가능한 상상의 문일 테지요.
‘달그락, 탕!’의 진동과 함께 단지 안에 가득한 사탕에 입맛 다시던 소년에겐 사탕 세례가 쏟아지고, 조용히 버스 손잡이에 매달려 가던 회사원은 서커스 단원처럼 공중을 날아다닙니다. 발그레한 얼굴로 선 남학생과 부끄럽게 바라보던 여학생은 핑크빛 만남을 꿈꾸고, 기운 없는 듯 앉아 있던 할머니들은 어느새 화려한 댄서로 무대를 화려하게 밝히며 ‘탕!’의 에너지를 발산하지요.
여행지에 도착해 신나게 버스에 오른 소년은 이 버스에서 어떤 ‘탕!’의 변주를 맛보고 있을까요? ‘달달달달 달그락, 탕!’에 이어 버스를 능가하는 시골길 고수의 등장으로 상황은 더욱 과감한 상상의 물살을 타게 되는데……. 버스는 무사히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을까요?
지금 이 순간, 단조로운 시공간의 흐름을 단번에 깨 버리는 『달그락 탕』의 후련한 상상 속에 함께 탑승해 보는 건 어떨까요?
흥겨운 음률과 컬러풀한 이야기가 흐르는 그림책
이영림 작가는 차를 타고 과속방지턱을 넘으면서 할아버지가 “달그락 탕!”을 외칠 때마다 아이가 엉덩이를 들썩이며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고 자신의 어린 시절을 떠올렸습니다. 이 “달그락 탕!”의 유쾌함이, 작가가 어린 시절 과속방지턱을 만날 때마다 엄마와 “쿵! 덕쿵!”을 외치며 즐기던 놀이의 기억을 소환했고, 마침내 그림책 『달그락 탕』의 모티프가 되었습니다.
『달그락 탕』은 버스가 ‘달달달달’ 달리는 소리, ‘달그락 탕!’ 하고 과속방지턱을 넘는 소리가 글의 거의 대부분을 차지합니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이 그림책에서는 시종일관 시끌시끌한 소리들이 시선을 붙잡아 세웁니다. 시골길을 털털거리며 달리는 낡은 버스의 익숙한 소음,
야옹거리는 고양이 소리, 사탕을 입에 넣고 굴리며 약 올리는 장난꾸러기 아이와 사탕
뺏긴 누나의 씩씩거리는 소리, 난데없이 놓친 털실 꾸러미 찾는 소리, 할머니들의 어젯밤, 새벽 녘, 아침에 이르는 일상의 이야기들이 좁은 버스 안을 야무지게 채우고 있기 때문이겠지요?
버스의 속도와 움직임에 따라 “달달달달 달그락 탕!”, “달 달 달 달 달그락 탕!” 하며 음률을 넣어 읽어 보세요. 볼 때마다 신선한 ‘달그락 탕’의 유쾌한 마법이 일상에 잠들어 있던 환희의 감성을 깨워 줄 거예요.
알록달록 사탕 꾸러미 같은 색감과 영상을 방불케 하는 장면 연출이 남긴 짙은 여운의 세계
『달그락 탕』은 다채로운 색감과 동적인 장면 연출이 돋보이는 그림책입니다. ‘달달달달’의 순간에 가방과 카메라를 꽉 쥔 여행자 소년의 긴장감은 파랑 스트라이프 무늬 티셔츠와 빨강 가방으로 도드라져 보입니다. 사탕에 눈독 들이는 동생을 모른척하는 누나의 질끈 감은 눈은 마침내 ‘탕!’의 순간에 모든 사탕을 채워 넣겠다는 사탕 뽑기 기계로 비유된 동생의 노랑 얼굴과 매칭되며 웃음을 유발하지요. 검정과 파랑 톤으로 대변되는 차분한 소년과 회사원의 일상은 붉게 타오르는 열정 가득한 서커스 무대로 전환되고, 온갖 화려한 꾸밈으로 무장한 할머니들의 흥은 깜깜한 터널 속에서도 지칠 줄 모르고 이어집니다.
빠르기에는 도통 관심 없는 듯 ‘탈탈탈탈’ 시골길을 달리는 경운기의 움직임, “꽉 잡읍써!”를 외치며 다가올 일격을 흥겹게 준비하는 운전사 아저씨의 넉넉한 웃음, 그리고 당황한 여행자를 위해 귤 하나를 무심한 듯 내주는 아줌마의 빨강 꽃무늬 토시까지, 세밀한 이야기를 가득 머금은 색감과 묘사들이 다정하게 느껴집니다. 버스에서 급하게 내리는 바람에 미처 챙기지 못한 여행자 소년의 빨강 가방을 살뜰하게 챙겨 내민 여학생의 노랑 교복 또한 다양한 이야기를 불러일으킵니다.
달달달달, 버스는 한바탕 소동을 뒤로 하고 평온하게 갈 길을 재촉하지만, 마치 신나는 놀이기구를 타고 나온 것마냥 『달그락 탕』의 여운은 쉽사리 가시지 않을 거예요. 이것이 글을 모르는 꼬마들이나 성인을 막론하고 『달그락 탕』을 재미나게 즐길 수 있는 이유입니다. 다시 시작해 볼까요? 다알그락, 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