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현상을 재해로 만들 것인가,
자연 서비스 기능으로 만들 것인가
태풍, 쓰나미, 폭염과 한파, 지진, 화산 폭발 등을 자연재해 또는 천재지변이라고 부른다. 인간의 목숨과 재산 등에 많은 피해를 주기 때문이다. 반면 자연재해는 우리에게 여러 유익한 혜택을 주기도 한다. 화산이 폭발하면 온천이나 동굴, 제주도나 하와이 같은 아름다운 섬을 만들고, 폭우와 홍수는 가뭄을 해소하고 무더위를 식히거나 비옥한 토양을 만들어준다. 이를 자연 서비스 기능이라고 한다.
자연재해 피해를 최소화하고 자연 서비스 기능이 주는 혜택을 최대한 누리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지구 환경이 작동하는 과학적 원리를 알아내는 것이 그 출발점이다. 기후위기와 재해는 먹고사는 문제,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기후위기로 인해 자연재해가 악화되고 일상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어느 누구도 재앙을 피해갈 수 없다.
《천재지변에서 살아남는 법》은 태풍, 쓰나미(지진해일), 폭염, 폭우와 홍수, 한파, 폭설, 지진, 화산, 산사태와 지반 침하, 대기오염과 해양오염, 극지 빙하까지 열두 가지 자연재해의 과학적 작동 원리와 각 재해의 대표적인 사례를 소개한다. 전 지구적 물 순환과 대기 순환, 강수 패턴, 엘니뇨와 라니뇨, 판 구조론 등 자연재해를 일으키는 과학적 원리를 그림과 사진으로 쉽게 설명한다. 이와 함께 자연재해에 현명하게 대처한 사례와 대비를 소홀히하고 무시하여 엄청난 피해를 입은 사례를 통해 자연재해는 인간의 노력에 따라 얼마든지 그 피해를 줄일 수 있음을 보여준다.
기후위기는 자연재해를 심화시키고,
자연재해는 또 다른 자연재해를 불러온다
지구온난화로 대표되는 기후변화와 기후위기는 이제 기후재앙으로 치닫고 있다. 《천재지변에서 살아남는 법》이 소개하는 열두 가지 자연재해는 지구에서 늘 일어나는 현상이다. 그러나 지금의 자연재해는 인간이 만들어낸 기후위기와 결합해 무서운 속도로 강해지고 발생 빈도가 많아지며 피해는 커지고 있다. 2022년 당시 남부 지방에는 폭염 경보가, 중부 지방에는 호우 경보가 내려질 정도로 작은 한반도 안에서 극단적인 두 자연재해를 동시에 경험했다. 기후위기가 심해지면서 이처럼 과거 자연재해와 성격이 다른 신종 자연재해 피해가 계속 늘고 있다.
《천재지변에서 살아남는 법》의 저자는 해양과학자이자 기후과학자이다. 인간과 지구가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을 바다에서 찾기 위해 한반도 주변해와 태평양, 대서양, 인도양 등 세계 각지의 바다를 탐사, 연구하고 있다. 또 EBS 〈클래스 e〉, JTBC 〈차이나는 클라스〉, tvN 〈벌거벗은 세계사〉 등에 출연해 기후위기가 만드는 자연재해와 그 심각성을 대중에게 적극 알려왔다. 저자는 이 책에서 자연재해가 무엇이며 어떻게 발생하는지, 그래서 개인과 사회가 할 일은 무엇인지 생각해보도록 이끌어준다.
각 장 끝에 실린 ‘재난생존매뉴얼’에는 국민재난안전포털에서 제시하는 행동 요령을 바탕으로 자연재해가 닥칠 때를 대비해 반드시 알아두어야 할 행동 요령을 담았다.
자연재해와 공존하는 법,
아직 희망은 있다!
자연재해가 진화하는 속도보다 더 빠른 속도로 자연재해를 이해하고 철저히 대비하지 않는다면, 피해 규모가 빠르게 늘어나는 상황을 막기는 매우 어렵다. 예를 들어 극지 빙하가 녹아 평균 해수면이 상승할수록 같은 세기의 태풍이라도 해수면이 낮을 때보다 폭풍해일의 피해 규모가 훨씬 커질 수 있다. 갈수록 위력적인 태풍이 만들어지고 있으므로 평균 해수면 상승과 더 강력해진 폭풍해일이 서로 만나 1+1이 2가 아니라 10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하고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천재지변에서 살아남는 법》에서는 이 같은 대응책을 마련하기 위해 정부와 사회, 과학자, 개인이 기울이는 노력도 소개한다. 과학자들은 지구 환경의 과학적 원리를 알아내기 위해 하늘, 땅, 바다 곳곳에서 각종 환경 측정 데이터를 수집하거나 분석한다. 이렇게 모은 데이터로 정부는 자연재해를 예측하여 대응하고 있다. 플라스틱 쓰레기로 뒤덮인 바다를 보고 충격을 받아 오션 클린업이라는 단체를 세운 뒤, 해양 쓰레기 수거 장치를 만든 네덜란드의 보얀 슬랫 같은 개인도 있다.
아직 희망은 있다. 그 희망을 찾는 일은 과학에서 출발해야 한다. 산업화 이후 기후변화를 가져와 인류의 생존을 위협에 빠뜨린 것도 과학 기술이지만, 기후변화를 늦추면서 지속 가능한 사회로 바꾸려면 과학 기술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과학 기술을 지금까지 활용해온 방식이 아니라 자연과 공존하는 방식으로 잘 활용한다면, 더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어리석음을 저지르지 않을 것이다. 《천재지변에서 살아남는 법》이 그 대응을 위한 긴 여정에 보탬이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