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 먹는 게 얼마나 좋은데 그걸 멈추라니?
채식을 해야 하는 이유가 뭘까?-당당하고 행복한 채식 생활을 위한 정신 무장 지침서
"비건"은 1020 사이에서 문화적 키워드이자 트렌드로서 그리고 나아가 하나의 윤리적 문제로도 공유되기에, 논의의 가치가 있다. 《비건을 묻는 십대에게》는 청소년의 눈높이에서 펼쳐지는 비건에 관한 철학적 향연이다.
1장에서는 왜 채식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윤리적 이유를 살핀다. 공리주의의 입장에서 채식을 할지의 여부를 판단해보고자 한다. 그것을 위해 먼저 공리주의 이론을 이용하여 동물에게 도덕적 지위를 부여할 수 있는지를 가늠해본다.
2장에서는 사람들이 즐겨 먹는 고기를 제공하는 동물이 어떤 상황 속에서 살아가는지를 들여다본다. 그들이 행복하게, 고통 없이 살고 있다가 순식간에 죽음을 맞이하는지, 아니면 평생을 고통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지를 확인해본다. 이와 같은 작업이 필요한 이유는 공리주의자가 행복과 고통을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3장에서는 고전적 의미의 공리주의와 선호 공리주의를 통해 죽임의 문제를 파헤친다. 어떤 이유에서도 죽인다는 행위는 정당화될 수 없음을 확인한다.
공리주의자가 채식의 당위성을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자신들에게 부정적인 태도를 취하는 사람, 다시 말해 육식의 정당성을 옹호하는 사람들이 제기하는 여러 비판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면서 동시에 자신들의 입장을 적절히 옹호해낼 수 있어야 한다. 채식을 옹호하건 육식을 옹호하건, 우리가 적절한 도덕 판단을 내리려면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서 자신들의 입장을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 동물이 고통을 느끼는 것을 어떻게 알까?/식물도 고통을 느끼지 않을까?/고통의 비교가 가능할까?/동물은 서로 잡아먹는데 우리는 왜?/약육강식이 아닐까?/인간과 동물 간의 차이가 육식을 정당화할 수 있지 않을까?/왜 채식을 하기가 힘들까?와 같은 질문을 4장에서 살펴본다.
5장에서는 인간 문제와 동물에게 관심을 갖는 것은 양자택일의 문제가 아님을 확인한다. 채식은 인간 건강에 도움이 되고 환경보호와 기아 문제 해결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마지막 6장에서는 채식에 대한 논의가 우리에게 말해주는 것을 정리한다. 채식을 해야 한다는 것, 채식을 위해 혼자만의 실천이 아닌 다른 사람들과 연대해 나가는 실천을 해야 한다는 것, 약자를 존중하며 도덕적인 삶을 살아가야 한다는 것, 습관에 따라 살아갈 때 주의할 것을 말한다.
채식이 논리적으로, 도덕적으로 정당하다는 사실을 머리로 이해해서 받아들인다고 해도 그것이 실천과 연결되기가 어려운 가장 커다란 이유는, 동물을 배려해야 한다는 생각이 우리의 이익과 상충하기 때문이다. 도덕적으로 옳다고 해도 육식을 즐기는 사람의 입장에서 보았을 때 채식을 하는 것은 손해다. 채식을 한다고 누가 칭찬할 것도 아니고, 오히려 육식에 대한 욕구를 만족시키지 못하며, 육식을 한다고 누가 비난하지도 않는다면 굳이 채식을 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채식이 도덕적으로 옳다 해도 그 선택은 쉽지 않다고 예상할 수 있다. 옳다고 믿는 것을 실천하기 위해 애쓰는 사람이 아니라면 말이다.
그럼에도 이 책은, 외부 환경에 상관없이 자신이 지켜야 할 바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의 아름다움을 말한다. “사람들이 큰 염려 없이 안락한 삶을 사는 곳에서는 모두가 비슷하게 친절하고 선량해보이지만, 막상 위험과 고통이 닥쳐오면 참으로 선한 사람만이 인간의 긍지와 양심을 지킬 수 있다. 그런 까닭에 비범하고 위대한 선은 언제나 그만큼 큰 고통 속에서만 자기를 드러내는 것이다.” 《호모 에티쿠스》(김상봉)의 한 구절이다. 물론 동물에게 도덕적 지위가 주어지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분명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만약 이 책에서 검토하고 있는 논의가 잘못되지 않았다면, 우리는 동물이 일정한 도덕적 지위를 가지고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 그리고 이를 인정한다면 우리는 이를 실천으로 이어지도록 노력할 것이다. 그것이 어렵다고 하더라도 말이다. 그것이야말로 인간의 긍지와 양심을 지키는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