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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의 도시

사이의 도시

  • 홍지흔
  • |
  • 책상통신
  • |
  • 2022-12-25 출간
  • |
  • 424페이지
  • |
  • 180 X 215mm
  • |
  • ISBN 97889985080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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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서평

‘그때는 참 물자가 귀해서 말이지…’
‘그때 너희 어머니가 말이야…’
어느 집이나 어릴 적부터 부모와 일가친척 어른에게 반복해서 듣는 옛일이 하나쯤 있다. 〈사이의 도시〉의 첫 장을 여는 작중 화자 ‘나’도 그런 집안의 옛 이야기를 쫓아 부산의 한 오래된 골목길을 찾는다.

흥남철수 중에 온 가족이 헤어짐과 만남을 반복하다가 마침내 동화처럼 거제도에서 재회하고, 부산을 거쳐 서울에 정착했다는 전쟁 피란기를 듣고 자란 ‘나’에게 거제도와 부산은 해피엔딩으로 가기 위한 사이의 도시, 중간적 장소에 불과하다. 하지만 부산에서 거제도, 다시 서울로 여행이 이어지고, 어머니의 가족들이 배급받은 쌀로 밥을 지어 먹었다는 개천가나, 먹을 것이 떨어져 이웃마을에 도움을 청하러 가야 했던 해안도로 등을 실제로 밟게 되자 ‘정말 힘들었겠다’,‘옛날 사람들은 모두 고생이 많았구나’와 같은 막연한 연민은 자신과 연결된 구체적 현실이 되어 다가온다.

이런 ‘나’의 경험은 대화체 대사를 사용해 다음 세대에게 전달하는 여행기 형식으로 전개되고, 그 위에 ‘나’가 추측해 보는 과거인지 작가의 상상인지 명확치 않은 또다른 픽션 드라마가 덧입혀지며 독자들을 한층 더 구체적인 이야기 속으로 끌어들인다.

픽션 드라마 속 시간은 1950년 12월. 각각 열 여섯, 열 세 살의 소녀인 경주와 경복이 ‘메러디스 빅토리호’라는 미국 화물선을 타고 거제도에 도착한다. 어려운 조건에도 1만 4천여 명의 이북 지역 피란민들을 구해낸 이 배는 후일 많은 표창을 받고 기네스북에 등재되며 ‘기적의 배’로 알려지지만, 당장 배에서 내린 피란민들과 주인공 가족에게 닥친 것은 힘겨운 이방인의 삶이다. 집이 없어 빈 교실, 헛간, 움막집을 전전해야 하고, 가져온 살림살이가 부족해 우물 물을 뜨기 위한 두레박마저 마을 주민에게 빌려야 할 정도다. 하루벌이 노동과 음식 장사를 하며 고향에 돌아갈 희망으로 버티는 중에 큰오빠가 징집명령을 받게 되고, 경주는 알 수 없는 병에 걸리는 등 끝이 보이지 않는 전쟁처럼 이들의 어려움도 깊어만 간다.

과거의 흔적을 쫓는 ‘나’의 내레이션은 적절한 순간에 되돌아와 픽션 드라마의 무대가 된 거제도와 부산을 현재의 풍경과 대비시키거나 추가적으로 설명하는 역할을 하는데, 이때 ‘과거는 흑백, 현재는 컬러’라는 통상적인 관념을 역전시킨 연출 방식이 색다르다. ‘나’가 여행자로 찾아다니는 현재 시점은 과거를 퇴색한 것으로만 보는 시선을 상징해 묵직한 갈색 톤의 수묵화로, 과거 시점인 드라마는 오히려 생생한 현실적 색감을 입힌 만화로 그려내 70년 전의 인물과 풍경을 지금 우리 곁으로 데려오는 효과를 준다.

여행기와 픽션 드라마를 촘촘히 직조해 과거와 현재를 자연스럽게 넘나드는 이 형식은 어린 소녀 경복이 보리쌀을 구하러 가는 이야기에서 정점을 이룬다.
면사무소 직원은 배급 쌀이 떨어져 빈손으로 돌아가게 된 경복과 이웃 여자아이에게 편지를 써주고, 두 아이는 반나절을 걸어 10킬로미터나 떨어진 이웃 마을 어느 부잣집 앞에 선다. 초라함과 부끄러움으로 머뭇거린 아이들의 우려와 달리, 주인 아주머니는 군말 없이 쌀자루를 내주고, 따뜻한 밥상까지 차려 온다.

현재의 ‘나’도 예전에 어머니가 먹을 쌀을 빌렸다는 이웃마을 부잣집에 가보기 위해 길을 나선다. 허기진 배를 움켜쥐거나 불편한 검정 고무신을 신지 않았지만 어린 어머니의 마음을 짐작해 본다. 몇 시간 후에 다다른 그 부잣집은 대통령 기록 전시관으로 잘 보존되어 있었고, 방안에 걸린 아주머니의 사진 앞에서 ‘나’는 마치 조금 전에 일어난 일인 것처럼 감사의 말을 중얼거린다.

앞서 언급했듯이 작가는 여행기 속 ‘나’의 가족이 픽션 드라마 속 주인공 가족과 일치하는 것으로 판단할 결정적인 단서는 제시하지 않고 있다. 주인공 경복이 찾아간 부잣집이 ‘나’가 도착한 것과 같은 집일 수도 있고, 그 당시에 가난한 사람들에게 친절을 베푼 또다른 집이 존재할 수도 있는 셈이다. 이는 마찬가지로 연민의 마음을 자아내는 어린 소녀들이 ‘나’의 어머니 외에도 더 많이 있었고, 책을 읽고 있는 독자들의 가족 중 한명일 수도 있었으리라는 상상을 열어 준다.

작가가 독자들에게 던진 상상의 세계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나’가 돌아오는 길 위에서 마주친 300년 넘은 고목으로 모아진다. 긴 시간 존재해 온 이 생명체를 사이에 둔다면, 지금 과거에서 눈물겹게 애쓰며 살아가고 있을 사람들에게 마음을 전할 수도 있지 않을까? 비슷하면서도 줄곧 평행을 이루며 전개되던 두 개의 이야기가 시간을 뛰어넘어 더 가까워지는 순간이고, 전쟁의 상처를 입은 과거의 모든 이들에게 건네는 작가의 확장된 위로가 표현되는 장면이기도 하다. 비록 나무는 아무 반응이 없고, 등장인물들 누구도 눈치채지 못한 듯하지만.

시간이 흘러 경주는 병상에서 일어나고, 어느정도 안정을 찾은 가족은 대부분의 거제도 피란민이 그랬던 것처럼 더 나은 보금자리를 찾아 임시수도인 부산으로 이주를 결정한다. 거제도 움막보다는 훨씬 편해도, 고향에서 살던 집에 비하면 여전히 초라한 부산의 새 거처에서 경복은 마냥 기뻐할 수가 없다. 그러나 시간은 흥남의 집 방향으로 흐르는 대신 새로운 미래로 그들을 데려갈 것이며, 작품 말미에 천천히 순응하듯 벽시계의 태엽을 감는 경복도 그것을 알고 있다. 희망을 가진 자에게도 좌절한 자에게도 멈춤 없이 여전히 앞으로만 흘러가는 무심한 듯한 시간. 픽션 드라마 속 주인공들이 부산에 도착하자마자 현재 시점의 이야기는 더 빠르게 시간의 태엽을 감아 같은 장소지만 이제 재개발로 인해 어떤 흔적도 남지 않은 땅을 보여 준다. 그곳을 찾은 ‘나’는 마치 전쟁터의 폐허처럼 허무함을 느끼면서도 경복이 그렇듯 시간의 흐름을 받아들인다. 아버지의 시계가 걸린 고향 흥남과 이곳 ‘사이’의 길은 이제 영영 막혀 버렸지만, 벽시계의 시간은 여전히 흐르고 있다. 흙더미 위에는 다시 도시가 세워지다 스러지길 반복할 것이고 우리는 결국 하나의 몸인 그 길을 계속 걸을 것이다.

〈사이의 도시〉는 잊고 있었던 시공간 ‘사이’에 묻힌 수많은 이야기를 보물찾기처럼 찾아내 우리에게 전해준다. 과거와 현재, 미래라는 시간의 장막으로 나뉘어 있을 뿐, 지금의 우리가 과거와 연결되어 있듯 앞으로 살아갈 아이들에게도 이어질 그 ‘사이’의 의미를 따뜻하게 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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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1부. 집으로 가는 첫 번째 길.
2부. 집으로 가는 두 번째 길.
3부. 집으로 가는 세 번째 길.
4부. 집이 된 사람들.
에필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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