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력적이고, 명쾌하게 쓰였으며, 어렵지 않게 해박한 지식을 전해준다.”
- 윌리엄 보이드, 《타임스 문예 부록》 올해의 책
1838년 11월, 프레데리크 쇼팽은 조르주 상드와 그녀의 두 자녀와 함께 파리의 혹독한 겨울을 피해 마요르카섬으로 향하는 배에 올랐다. 그들은 팔마의 산 위에 위치한 발데모사의 옛 수도원에 머물렀는데, 그곳에서 쇼팽은 훗날 낭만주의 음악의 위대하고 혁명적인 작품 중 하나로 인정받는 24개의 전주곡을 완성했다. 그 섬에는 제대로 된 피아노가 없었기에 쇼팽은 현지 장인에게 주문해서 만든 작은 피아노를 통해 곡을 만들었다. 이 피아노는 쇼팽과 상드가 떠난 후 70년 동안 수도원의 방에 그대로 남아 있었다.
이 훌륭하고 쉬이 분류하기 힘든 책은 쇼팽의 24개의 전주곡이 연주된 피아노, 이 곡을 해석한 피아니스트, 그리고 이 곡이 대표하게 된 전통을 통해 쇼팽의 〈전주곡집〉의 역사를 추적한다. 제2차 세계 대전이 발발한 후 쇼팽과 그의 음악 유산을 탐한 나치에 의해 약탈된 마요르카산 피아노 이야기이기도 하다.
이 책의 2부에 등장하는 뜻밖의 주인공은 1913년 발데모사에서 ‘쇼팽의 피아노’를 가져와 소유했던, 후에 20세기의 가장 영향력 있는 음악계 명사가 되는 하프시코드 연주자 반다 란도프스카다. 저자 폴 킬데아는 문서와 기록을 바탕으로 란도프스카의 이야기가 쇼팽의 이야기와 공명하는 과정을 서술해 나간다. 동시에 20세기 중반 유럽과 미국의 문화 및 정치적 역사의 일부를 증류한다. 문화사이자 동시에 추리소설인 킬데아의 아름답게 짜인 내러티브는 낭만주의 음악을 통해 예상치 못한 여정으로 우리를 안내하며, 또한 시간이 지남에 따라 변화하는 음악의 의미를 새롭게 성찰하도록 돕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