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공부할 게 너무 많아서 힘들어요.”
챗GPT가 시도 쓰고, 소설도 쓴다는 오늘. 소설보다는 웹툰이 익숙하고, 소설이라면 핸드폰 화면 속의 웹소설을 떠올릴 학생들에게 ‘현대소설’을 가르쳐야 할 이유는 무엇일까. 배워야 할 것은 점점 늘어나는데, 우리 학생들에게 현대소설의 무엇을, 어떻게 가르쳐야 할까.
일단 소설은 재미있다. 그러나 소설의 재미는 말초적인 즐거움에 그치지 않는다. “진실을 탐구하는 가운데 인간을 이롭게 할 힘을 가”지기 때문이다. 해서 우리는 여전히 학교에서 소설을 배우고 가르친다.
그런데 ‘허구의 세계를 창조함으로써 인간과 삶의 진실을 탐구한다’는 특징은 현대소설에만 국한하지 않는다. 그래픽 노블, 만화, 웹툰, 영화, 드라마 등 다양한 서사예술로 확장될 수 있다. 다시 말해 문학의 기본 장르로서 소설을 이해하고 분석하는 능력은 다양한 매체에 대한 이해와 분석으로 확장될 수 있다. 복잡한 세상에서 여전히 현대소설을 배우고 가르쳐야 하는 까닭이다. 또한 현대소설 교육 내용이 다양한 매체에 적용되고 확대될 수 있도록 진화해야 하는 이유다. 「현대소설교육론」은 이러한 변화에 발맞춰 소설 교육의 발전에 기여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전지적 작가 시점이라고요?
중고등학교 국어 수업에 더 이상 그런 개념은 없습니다.
전지적 작가 시점은 삼인칭 전지적 시점의 번역 오류지만, 오랫동안 삼인칭 전지적 시점을 대신하여 널리 쓰여 왔다. 삼인칭 전지적 시점의 소설에서 작가와 서술자의 거리가 가까워, 서술자를 작가로 착각하여 생긴 오해다.
그런데 앞으로는 ‘삼인칭 전지적 시점’이라는 용어도 사라질 수 있다. 서술자의 위치와 말하기 방식을 기준으로 시점을 구분하는 방식, 즉 일인칭 주인공 시점, 일인칭 관찰자 시점, 삼인칭 전지적 시점, 삼인칭 관찰자 시점이라는 유형화가 소설의 서술을 설명하는 데 한계를 보이기 때문이다. 「현대소설교육론」은 기존 시점 유형화의 정확한 개념과 한계를 설명하고, 그것을 넘어서기 위한 서사적 소통 구도와 초점화라는 개념을 소개한다. 또 그러한 개념이 최신 교육과정에 어떻게 반영되었는지, 현대소설 수업에서는 어떻게 다루어질 수 있는지를 분석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현대소설에 등장하는 다양한 인물은 MBTI식 유형화만으로는 충분히 설명할 수 없다. 허구에 불과한 소설 속 인물을 공부해야 하냐는 의문이 들 수도 있지만, 소설 속 인물의 특질을 이해하고 분석함으로써 인간에 대한 이해를 확장해 나갈 수 있다. 또 그 인물의 특질과 기능을 정확하게 분석할 수 없다면 작품을 감상하고 해석하는 데에도 지장이 있을 수밖에 없다. 「현대소설교육론」은 소설 작품 속에서 인물의 기능, 인물의 형상화 방법에 관한 이론을 설명하고, 그에 기초하여 국어 교실에서 시도해볼 수 있는 다양한 활동 과제를 제시한다.
「현대소설교육론」은 서술, 인물 외에도 소설에서 시공간적 배경의 의미와 기능, ‘반전’과 ‘막장’을 구분하는 기준으로서 플롯과 이야기 문법, 작품을 매개로 한 작가와 독자의 소통구도 등 현대소설에 관한 최신 이론을 정리하며, 그것을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설명한다. 기존의 개론서와 교과서에 나타난 오개념을 정정하고 있는 부분에서는 독자가 자신이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는가를 점검해 볼 수도 있다.
2022년 개정 교육과정을 담아낸 최초의 현대소설교육론 교과서
「현대소설교육론」은 현대소설 교육에 관한 학자들의 연구 성과를 모아 놓은 학술서가 아니다. 그러한 연구를 토대로 하지만, 현대소설 교육을 고민하는 국어과 교사와 교사가 되고자 하는 학생을 위해 만들어진 교과서다. 그런 만큼 「현대소설교육론」은 다양한 교육 현장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수업 설계에서부터 제재, 수업 내용, 평가방식을 꼼꼼하게 다루고 있다. 국어과 교사 또는 국어 교사가 되기를 희망하는 학생들은 이 책을 통해 현대소설 수용과 창작 교육에 관한 철학에서부터 세부적인 방안을 체계적으로 학습할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주목할 부분은 이 책이 2022년 개정 교육과정을 충실하게 담은 교과서라는 점이다. 현대소설 교육 내용의 변천을 담은 장뿐만 아니라, 인물, 배경, 플롯, 서술이라는 현대소설의 요소나 감상 및 창작 교육, 교수·학습 방법을 담은 장에서도 최신 교육과정에 대한 세밀한 분석을 반영했다. 문학을 가르치는 교사, 국어과 교사를 지망하는 학생에게는 필수적인 지침서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