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과 친구들에게 둘러싸여 세상과 작별하는 죽음도 좋지만, 스스로 선택해 홀로 살아온 사람이 마지막은 모두에게 둘러싸여 떠나기를 바라는 것은 이상하다고 생각한다. 요컨대 죽기 직전까지 행복하다고 느끼며 살았다면, 그것으로 좋은 게 아닐까? 그러니 혼자 집에서 편의점 주먹밥을 먹더라도, 친구가 없더라도, 자신이 행복하다면 남의 눈에 어떻게 비치는지는 상관없다. 자신이 행복한지 그렇지 않은지 스스로 알고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죽기 전까지의 하루하루가 인생의 전부다.” (51~52쪽)
“사람은 살던 대로 죽는다”
1인 가구가 맞이할 인생의 마지막 관문 ‘홀로 죽음’
결혼하지 않고, 가족과 함께 살지 않는다는 것이 꼭 고립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 다른 관계들을 이뤄내고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내는 작은 움직임들이 있다. 이 책의 저자 마츠바라 준코가 20여 년째 운영 중인 SSS네트워크도 이 중 한 곳이다. SSS네트워크는 비혼 여성과 지역사회 여성들의 네트워크 공간이자 비혼 여성의 삶을 사회에 알리는 여성 공동체로, 이곳 회원들은 돌봄이 필요하게 될 노년의 삶을 함께 공부하며 준비한다. 또 이곳에서 운영하는 ‘합장묘’는 친지나 친족 간의 교류가 거의 없는 이들에게 죽음을 앞두고 심리적으로 위안이 되고 있다.
책에는 저자가 이 단체를 운영하며 만난 사람들의 무수한 사연들이 등장한다. 여러 이야기 중에서도 눈에 띄는 대목은 ‘홀로 죽음’을 맞이한 고인들의 사례다. 쇼핑하러 가는 길에 쓰러져 그대로 숨을 거둔 85세 미스코 씨, 텔레비전이 켜진 채로 거실 카펫에서 싸늘하게 식어간 60대 교코 씨, 시한부 선고를 받았음에도 좋아하는 등산을 즐기다 집에서 조용히 홀로 생을 마감한 쉰아홉 살의 요시다 씨……, 홀연히 홀로 자신의 임종을 맞이한 사람들이다. 생각하기에 따라 이들의 죽음이 누군가에게는 외롭고 쓸쓸한 죽음으로, 또 누군가에게는 때 이른 안타까운 죽음으로 비치겠지만, 노령의 비혼인 저자의 시각에서 ‘최고의 홀로 죽음’이다. 죽기 직전까지 평범한 일상을 보내다 요란하지 않게 홀로 삶을 마감했다는 점에서 그렇다.
“나는 집에서 죽든, 길에서 죽든, 병원이나 요양시설에서 죽든 임종 장소에는 별 관심이 없다. 그 사람이 고독과 함께 혼자서 어떻게 살아왔고 어떻게 삶의 마지막 순간에 이르렀는가, 즉 어떤 방식으로 삶을 살아왔느냐가 나의 가장 큰 관심사다” (109쪽)
물론 사람마다, 또 혼자 사느냐 가족과 함께 사느냐에 따라 삶과 죽음에 대한 태도에는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누군가의 죽음이 “자기 삶을 자기 방식대로 살아왔기에 멋지게 홀로 죽음을 맞이할 수 있었구나” 하는 깨달음을 준다면, 우리는 이 깨달음을 통해 우리의 일상을 되돌아보고 삶의 방식을 가다듬을 수 있지 않을까.
“나 자신을 잘 정리하고 싶다!”
주변에 신세 끼치지 않고 홀가분하게 떠나기 위한 준비
홀로 사는 사람이 종종 난감할 때가 있다. 가령 요양시설 입소를 앞두거나 입원이나 수술을 해야 하는 긴박한 순간, 신원보증인을 요구하는 상황이다. 소위 ‘보호자’가 없는 이들은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다. 특히 비혼에 나이도 많다면 가족을 보호자로 세우는 건 불가능하거나 어려운 일이다. 이처럼 책에는 홀로 사는 사람들이 종종 맞닥뜨리는 곤란한 상황들을 소개하며 어떻게 이에 대응하면 좋을지 조언한다. 보호자 문제뿐만 아니라 존엄사와 연명치료에 관한 최근의 이슈도 다루는데, 본인의 의사를 미리 주변에 알리고 여기에 ‘사전연명의료의향서’까지 작성해둘 것을 권한다.
많은 1인 가구가 궁금해하는 유산 문제도 중요하게 다뤘다. 대다수가 “유언장을 쓸 만큼 대단한 부자도 아닌데……” 하며 유언장을 마치 돈 많은 이들이나 쓰는 것으로 여기는데, 저자는 돈이 많고 적고를 떠나 유언장을 반드시 작성해둘 것을 당부한다. 이미 고인이 된 SSS네트워크 회원의 말을 빌리면, 유언장을 써두어야 본인이 정말 주고 싶은 사람에게 재산이 전달될 수 있을뿐더러, ‘누구에게 무엇을 얼마나 남길 것인가’를 곰곰이 생각하는 동안 자신에게 소중한 사람이 누구인지 새삼 깨닫게 된다. ‘자필증서에 의한 유언’, ‘공정증서에 의한 유언’ 등 유언 방식에 따른 장단점도 기술되어 있으니 실제 유언장 작성에 앞서 참고하면 도움이 될 것이다. 또한 가능하다면, 살아 있을 때 유품 정리 대행업체와 사후의 일을 구체적으로 논의한 다음 계약까지 미리 해두는 게 좋다고 조언한다.
마지막으로 고독사, 즉 홀로 살던 사람이 홀로 임종을 맞고 ‘한참 후에나 발견되는 죽음’을 피하기 위한 생활의 팁도 담았다. 취미나 봉사활동 혹은 지역사회 모임 등에 규칙적으로 참가하면서 외부와 단절되는 것을 피하고, 우유나 신문 등의 구독 서비스, 무료 도시락 배달 서비스, 요양사 방문 서비스도 적극 활용할 것을 제안한다. 여기에 전자통신 기반의 ‘1인 가구 안부 살핌’ 서비스도 이용해볼 것을 권한다. 이 외에도 책은 현실적인 조언들로 빼곡하다.
사람은 살던 대로 죽는다고 했다. 언젠가 마주할 인생의 마지막 순간이 혼자일까 두렵다면, 지금의 나를 돌아보자. 그리고 오늘 하루를 나의 삶으로 온전히 채우자. 저자 자신도 적지 않은 방황과 고민, 시행착오를 통해 깨닫게 된 ‘나다운 삶, 그리고 나다운 홀로 죽음’의 지혜를 이 책을 통해 얻을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