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내놓은 답들은
전부 오류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시대의 지성 ‘칼 포퍼’, 그가 마지막까지 해결하고자 했던
과학과 역사 및 정치에 대한 문제들
『삶은 문제해결의 연속이다』는 평생에 걸쳐 과학과 역사 이론을 검토하고 검증하며 진리에 다가가려 매진한 철학자 칼 포퍼의 마지막 저서다. 이 책에서 그는 ‘자연과학에 관한 문제들’, ‘역사 및 정치에 관한 고찰’이라는 두 가지 주제를 가지고 생의 마지막까지 해결하고자 했던 문제에 관한 사유를 하나씩 풀어내고 있다.
1부 ‘자연과학에 관한 문제들’에서는 그의 과학철학의 기초라 할 수 있는 ‘반증가능성’에 관한 설명을 아인슈타인의 예시를 들어 설명한다. 아인슈타인은 뉴턴의 역학 이론의 모순을 검증하고 자신의 중력 이론을 논박할 사례를 집중적으로 찾아냈고, 포퍼는 아인슈타인이 엄격하고 비판적인 태도로 그의 이론이 다른 모든 자연과학 이론과 마찬가지로 ‘해결책을 위한 잠정적 시도’라고 정의하는 데에서 깊이 공감하며, 과학은 ‘100퍼센트의 참(진리)이 아닌 참(진리)에 근접하는 과정’이라고 정의한다.
2부 ‘역사 및 정치에 관한 고찰’에서는 칼 포퍼가 주창하여 지금도 국내외의 많은 정치인이 언급하는 ‘열린사회’에 대한 개념을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그는 청소년 시절 열렬한 마르크스주의자였지만, 사상적 근거에 대해 비판적으로 검증하지 못하는 이 사상의 전체주의적 성격을 발견하고, 플라톤, 헤겔, 마르크스 등 도덕적으로 엄청난 위험 요소를 안고 있는 전체주의 이데올로기를 비판해왔다. 이처럼 사회의 미래가 결정되어 있고 불변의 이념만이 진리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의 사회를 ‘닫힌 사회’라고 규정하며, 철저한 검증과 비판으로 변화가 가능한 ‘열린사회’만이 인간이 추구해야 할 가장 이상적인 사회라는 것을 주장한다.
“아무리 도출된 답이 만족스러워도 절대로 그것이 최종 답이라고 생각하지 마십시오. 훌륭한 답은 많지만 최종적 답이라는 건 존재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내놓은 답들은 전부 오류일 가능성이 있으니까요.”
고대 그리스 철학에서부터 현대 물리학, 사회과학 이론까지, 지식을 탐구해온 그가 이 책을 통해 강조하는 것이 있다면 바로 지식에 대한 겸손의 자세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그저 조금씩 진리를 향해 나아갈 뿐이라고 말하는 그의 인생철학은 확실한 정답만을 요구하는 시대에 다시 되새겨야 할 태도다.
“우리는 오직 시행착오를 통해서만
배울 수 있습니다.”
절판 후 중고가 15만 원까지 치솟은 ‘인생 책’ 드디어 재출간
세계적 투자자 조지 소로스가 펀드 이름을 칼 포퍼의 ‘열린사회’에서 따와 ‘오픈 소사이어티(Open Society)’라고 짓고, 노벨문학상 수상자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가 “동시대의 가장 중요한 철학자로 칼 포퍼를 꼽는다”라고 선언할 만큼 칼 포퍼는 전 세계 지식인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끼친 인물이다. 국내에서도 이 책이 2006년 처음 국내 출간된 이후 ‘칼 포퍼의 철학을 가장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책’이라는 호평받았고, 절판되자 중고가가 15만 원까지 치솟기도 했다.
많은 이들의 공감을 불러온 책의 제목 『삶은 문제해결의 연속이다』는 생의 마지막까지 과학과 역사 이론을 검토하고 검증하며 진리에 다가가려 매진한 ‘이 시대 마지막 철학자’가 들려주는 삶의 태도를 함축하는 말이다. 인간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평생을 문제해결에 바친다. 각자 지난한 삶의 문제 앞에 서 있는 이들에게 “오류를 두려워하지 마세요. 우리는 오직 시행착오를 통해서만 배울 수 있습니다”라고 말하는 철학자의 지혜는 냉소와 비관의 시대에 더없이 용기를 심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