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는 아슬아슬 극한 직업의 세계!
용기 있는 멋진 선택과 큰 사랑이 기다립니다
“내 역할이 제일 중요하대, 그럴 줄 알았어!”
“멋지고 멋진 분들을 모십니다! 어렵지만 보람 있는 일을 찾는다면 어서 오세요!”
펭귄 씨 앞에 크고 작은 동물들이 길게 줄을 서 면접을 봅니다. 맨 뒤에 도착한 곰 씨도 다행히 새 일을 찾았습니다. 공중에 매달려 있기만 하면 된다는데 혹시 곡예사일지… 일의 정체는 마지막까지 알 수가 없습니다.
곰 씨는 자신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는 펭귄 씨의 말에 가슴이 두근거리고, 절대로 줄을 놓으면 안 된다는 말에 바짝 긴장도 합니다. 산들바람에 기분 좋게 흔들리며 적응해 가던 곰 씨, 하지만 예상치 못한 시련이 찾아옵니다. 바람이 점점 거세지더니 밧줄은 인정사정 없이 요동치고, 결국 곰 씨는 주르르 미끄러져 밧줄 끝에 겨우겨우 매달리는 신세가 되지요.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줄 아래에선 정체 모를 어마무시한 소리가 납니다. 누구라도 떨어지기만을 기다리는 것 같습니다. 과연 곰 씨는 어떤 선택을 할까요?
바람과 밧줄의 움직임이 만든 판타지의 공간
이 그림책의 배경은 얼핏 단순해 보입니다. 몇 가닥 녹색 밧줄이 줄줄이 늘어뜨려진 하얀 공간은 첫 장부터 거의 마지막 장까지 펼쳐지거든요. 그런데 놀랍게도 별다른 장치 없이 반복되는 이 하얀 공간은 색다른 흡입력으로 독자들을 빠르게 책 안으로 끌어 당깁니다.
아무런 움직임도 없는 첫 장면은 무척 평화로워서 다음에 무슨 일이 생길지 호기심을 불러 일으킵니다. 그러다 한줄기 작은 바람이 불기 시작하고, 책장을 넘길수록 바람은 점점 세지면서 밧줄도 걷잡을 수 없이 요동칩니다. 밧줄에 온몸을 의지하고 있는 동물들은 오죽할까요.
그런데 그 변화무쌍한 움직임들이 어찌나 자연스럽고 리듬감 넘치게 그려졌는지 어느새 독자의 오감도 바람에 휘감깁니다. 움직임만으로 스펙타클한 이야기가 되었습니다. 여기에 동물들의 급박한 행동이 더해지며, 네모난 하얀 공간은 한계가 없는 판타지의 장으로 변합니다. 오직 바람, 밧줄, 동물들의 움직임만으로 펼쳐지기에 상상의 폭이 몇 배로 커졌거든요.
참! 그래서 이 책은 다른 책과 달리 좌우로 흔들며 바람을 느끼면서 보는 것도 적극 추천합니다. 더욱 생생하게 분위기를 느끼고 곰 씨의 마음도 이해할 수 있을 테니까요.
삶의 다양한 순간마다 위로가 되어 줄 곰의 선택
오감으로 놀라운 집중력을 갖게 하는 이 그림책이 더 멋진 이유는 휘몰아치는 장면들 속에서 진실된 공감과 마음의 힘을 얻기 때문입니다. 곰은 처음 밧줄에 매달렸던 때나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바람 때문에 위태로워졌을 때, 중대한 결정을 내려야 할 때, 매 순간 마다 혼잣말처럼 독자에게 말을 건넵니다. 스스로에 대한 긍정적인 응원,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중심을 잡으려는 다짐, 예기치 못한 일은 언제든 일어날 수 있다는 침착함 등… 모두가 다 아는 위태위태한 상황에서도 짐짓 혼자만 아무렇지 않은 것처럼 구는 곰의 결연한 여유에 왠지 코끝 찡한 유머도 느끼게 됩니다. 그래서일까요? 그의 말은 한결 편하게 와 닿고, 우리가 지금 마주하고 있는, 또 앞으로 마주할 순간들에서 힘이 되어 줄 것 같습니다.
백미는 반전과 감동이 돋보이는 마지막 부분입니다. 곰은 어려운 상황들을 안간힘을 다해 이겨 내지만, 자신을 기다리는 누군가를 알아채고는 기꺼이 멋진 선택을 합니다. 그 용기는 바로 사랑의 힘에서 나온 것이었지요. 여러분은 곰을 보며 나와 가장 가까운 누군가가 떠오를지도 모릅니다. 예상치 못한 반전만큼 생각도 못한 큰 울림을 얻는 순간이기도 하지요.
〈진짜진짜 극한 직업〉! 언제나 평범한 일상 속 소중한 것들을 창의적인 시선에서 이끌어 내고, 감동과 위트를 엮어 따뜻하고 깊이 있게 전하는 문명예 작가 특유의 힘이 오롯이 담긴 그림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