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들도 1학년, 선생님도 1학년
세상의 ‘처음’ 앞에서 서툴고 막막한
모든 아이와 어른에게 건네는 다정한 격려
“우리 반 1학년, 여덟 명 친구들! 오늘부터 나도 1학년이야.
나도 처음으로 선생님이 되었거든. 내가 잘할 수 있을까?” _ 본문 중에서
초등학교 1학년 아이와 신입 교사의 입학식 첫날. 기대와 설렘 속에서 씩씩하게 새 환경을 잘 헤쳐 나가는 아이도 있지만, 수줍음이 많고 남들보다 걱정이 좀 더 많은 아이는 처음을 통과하는 일이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어른도 아이와 다르지 않다. 작품은 이점에 착안한다. 주인공 남자아이 타츠야는 처음 본 사람하고는 말도 잘 못하는 내성적인 아이로, 처음 본 선생님과 가까워지는 게 힘들다. 선생님 앞에서는 목이 콱 막혀 대답조차 힘들다. 신입 교사 신페이는 언제나 걱정이 앞서는데, 얼마나 걱정이 많은지 이름도 ‘걱정’과 유사하다. (일본어로 ‘걱정’은 신파이라고 읽는데, 신페이는 신파이와 비슷한 발음이라, 타츠야는 담임을 ‘걱정 선생님’이라고 부른다.) 걱정 선생님은 처음 만난 아이들에게 “나도 너희처럼 1학년이야. 내가 잘할 수 있을까?” 하며 솔직하게 자신의 불안과 걱정을 털어놓는다. 둘의 관계는 걱정 선생님이 소풍날 엉뚱한 실수를 하게 되면서 변화를 맞는다. 자신 때문에 소풍이 엉망이 될까 봐 “괜찮을까?” 하는 선생님의 걱정 섞인 물음에 타츠야는 입학 후 처음으로 “당연히 괜찮지요!” 하며 힘 있게 화답한다. 마치 세상의 ‘처음’ 앞에서 서툴고 막막한 모든 아이와 어른에게 다정한 격려를 건네듯!
● 이야기의 몰입과 재미를 돕는 적당한 긴장과 갈등
나는 걱정 선생님이 싫어. _ 본문 중에서
타츠야는 걱정 선생님 앞에서 더 말이 나오지 않는다. 집에서는 재잘재잘 말도 잘하는데, 타츠야는 왜 선생님 앞에서는 목소리가 사라지는 걸까. 왜 그렇게 걱정 선생님이 싫은 걸까. (남모르는 비밀이 있다!) 아이들이 쉽게 이입하고 이해할 수 있는 1인칭 시점의 단순하고 담백한 문장, 적당한 긴장과 갈등을 섞은 이야기는 극의 재미를 불어넣으며 독자들의 몰입을 견인한다. 7~9세 학령기 어린이들은 충분히 공감 가는 또래 아이들의 학교 생활담에 책 읽는 즐거움을 경험할 수 있다.
● 부정적인 감정과 결점을 전복하는 따뜻한 상상력
사실 나는 걱정했어. 선생님과 말할 수 있을까, 걱정했어.
친해질 수 있을까, 걱정하고 또 걱정했어. 하지만······. _ 본문 중에서
《걱정 선생님》은 신학기, 신입생, 신입 교사를 소재로 누구나 ‘처음’ 앞에서 겪는 실수와 긴장, 불안이라는 부정적인 감정과 결점을 솔직하게 드러내며 정감 있고 따뜻한 상상력을 풀어 놓는다. 많은 초등 입학 소재 동화가 어린이 중심의 실수와 불안, 예방책을 다룬다면 《걱정 선생님》은 어른의 실수, 더 나아가 아이들에게는 완전한 존재로 인식되는 교사의 실수와 긴장을 전면에 세운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작품 속에서 타츠야가 경험한 실수는 회고담으로 드러나는데, 이로써 작품은 어른과 아이 모두 불완전한 존재임을 보여 주고, 누구나 실수를 딛고 서로의 결점을 보완하고 도우며 성장한다는 메시지를 드러낸다. 아이들은 어른들도 자신들과 다르지 않다는 사실에 작은 위안과 위로를 받을 수 있다.
● 미더운 우리 아이들과 신입 교사의 즐거운 학교생활
《걱정 선생님》에는 혼자 힘으로 처음 기차표를 사는 데 성공하며 성취감을 맛보고, 이전의 실수를 이겨 내고 다시 일어서고, 처음 만난 친구와 어울릴 줄 알고, 어른의 실수를 감싸 주고 위로할 줄 아는 미더운 우리 아이들이 등장한다. 권위를 세우지 않고 감정에 솔직하고 아이들에게 스스럼없이 다가가는 친근한 교사도 등장한다. 그들의 유쾌하고 사랑스러운 학교생활 속으로 기꺼이 들어가 보자. 기분 좋은 훈훈함이 밀려올 것이다.
[줄거리]
초등학교 1학년 신입생 타츠야의 담임은 새내기 교사 ‘신페이’이다. 신페이 선생님은 걱정과 불안이 많다. 타츠야는 그런 담임을 ‘걱정 선생님’이라고 부른다. 걱정 선생님은 조회 시간마다 아이들의 이름을 부르며 다정한 인사를 건네지만, 타츠야는 외면한다. 사실 타츠야는 “괜찮아?” 하는 말을 정말 싫어하는데, (남모르는 이유가 있다!) 걱정 선생님이 자주 그 말을 하는 통에 걱정 선생님이 더 싫다. 걱정 선생님은 타츠야와 가까워지려고 애쓰지만, 타츠야는 좀처럼 마음을 열지 않는다. 어느새 5월 소풍날이 오고, 타츠야는 반 친구들과 함께 동물원으로 첫 소풍을 떠난다. 걱정 선생님은 동물원에서 엉뚱한 실수를 하고, 아이들 앞에서 눈물을 글썽인다. 타츠야는 입학 후 처음으로 먼저 선생님에게 다가가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