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 구글은 과연 우리를 감시하는 빅브라더인가?
우리가 데이터를 소유하는 것일까,
우리가 데이터에 속하는 것일까.
날마다 데이터가 생성되고 소비되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온라인상에서 이루어지는 우리의 일거수일투족이 데이터화되고, 기업은 그렇게 만들어진 데이터를 통해 사람들의 취향이나 관심사를 유추하여 자사의 상품을 광고할 타깃을 선정한다. 이처럼 개인의 데이터를 사용하여 상업적 이익을 창출하는 모습은 많은 학자들 및 평론가들의 비난의 대상이 되어 왔고 데이터 및 빅 테크와 관련된 부정적 여론을 만드는 데 큰 영향력을 발하며, 개인 정보 보호를 강화하고 IT 기업의 데이터 사용을 규제를 촉구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을 실어 왔다. 저자인 샘 길버트는 이 책을 통해 이러한 이야기들에 정반대되는 주장을 펼친다. 그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행해지는 활동들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가진 오류들을 다양한 논거와 사례를 들어 조목조목 반박하며 이야기를 풀어 나간다.
이 책은 거대한 규모를 자랑하는 IT 기업들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는 이유와 이들을 규제하지 않고서도 공동선과 공익적 목적에 기여하게 하는 방법을 제시한다. 뿐만 아니라 공개된 도메인에 더 많은 데이터를 제공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어마어마한 사회적 이득에 관해 이야기한다. 즉, 데이터가 우리의 삶을 더욱 나아지게 한다는 것이다. 빅 데이터 분석을 통해 사람들의 삶을 더 풍요롭고 윤택하게 만들 상품을 개발하고, 오픈 데이터를 통해 정치적 의사 결정이나 공공 지출을 수행하는 데 투명성을 더하며 시민들에게 더 효과적인 공적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었던 사례들, 무엇보다 최근 몇 년간 코로나바이러스로 전 세계가 신음할 때 전염병에 대한 루머를 걸러내고 정확하고 확실한 정보를 사람들에게 제공하는 데에 빅 데이터 분석이 큰 역할을 했다는 사실 등 이 책에서 제시하는 풍부한 역사적, 사회적 사례들은 저자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강력한 근거가 된다.
이 책은 공유된 데이터들이 정치적 또는 상업적으로 악용될 수 있으며 개개인을 감시하고 통제하는 도구로 활용될 수 있다는 주장에 맞서, 오히려 공개된 영역에 데이터를 제공하는 것이 공동선과 커다란 사회적 이득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다양한 연구 결과와 사례를 들어 증명한다. 또한 데이터가 감시 자본주의 지지자들이 말하듯이 귀중하고도 결정적인 자원은 아니며, 많은 사람들이 오해하는 바 데이터 개방이 개인의 권리와 자유를 침해한다는 주장이 사실과 다름을 역설한다. 데이터를 기반으로 타겟팅 활동들로 인해 불미스러운 일이 빚어진 사례들도 분명 있지만, 그것이 곧 데이터를 사용하는 일 자체가 사악함을 의미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그는 사람들이 데이터 공개로 인해 불편해하는 지점을 구체적인 예를 들어 짚어 가면서, 그것이 뭇사람이 우려하는 것과는 달리 사생활 침해가 아니며, 사실상 서로의 데이터를 공유함으로써 가치 있는 소통이 이루어지는 사례들을 제시한다. 개인 정보 보호라는 미명 아래 데이터 공유를 억제하기보다 어떻게 데이터를 활용할지에 대한 심도 있게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그 고민에 필요한 철학적 질문들을 섬세하게 제기한다.
이 책의 주된 매력은, 저자가 오랫동안 데이터 분석 및 디지털 마케팅 분야에서 쌓아 온 자신만의 노하우와 식견을 발휘하여 그동안 많은 학자들 및 평론가들이 IT 기업들의 데이터 사용 방식에 대해 제기한 문제의식과 관련해 새로운 관점을 내놓는다는 점이다. 명쾌한 논리와 풍부한 예증을 통해, 데이터 공개와 관련해 주된 프레임으로 자리 잡은 감시 자본주의 이론에 기반하여 제기된 주장들에 담긴 오해들을 하나하나 다루며, ‘굿’ 데이터를 바라보는 새로운 인식으로 나아가도록 독자들을 이끈다. 저자의 통찰에 힘입어 독자들은 데이터 공개에 대한 두려움을 걷어내고 한층 더 지혜롭게 디지털 생활을 영위할 수 있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