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헌법학을 포함한 대한민국 법학은 독일을 중심으로 한 대륙법학을 수용한 계수법학이라고 한다. 그래서 대한민국에서 헌법사를 서술할 때 서양의 헌법사부터 시작하는 것이 당연시된다. 그런데 대한민국 헌법은 물론 대한민국 임시정부 헌법도 우리 스스로 만들었다. 특히 1919년 4월 11일 제정된 대한민국 임시헌장은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고 권력을 분립한 명백한 근대적 의미의 헌법이다. 게다가 대한민국 임시헌장은 세계 최초로 민주공화국을 규정하였다. 대한민국 임시헌장에 영향을 준 외국의 헌법문서나 헌법이론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다. 하지만 대한민국 임시헌장과 같거나 비슷한 헌법문서는 찾을 수 없다. 대한민국 임시헌장이 다른 것을 참조하기는 하였으나, 적어도 그대로 베낀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가 대한민국 임시헌장을 어떻게 왜 만들었는지를 밝힐 필요성이 생긴다. 특히 전제군주국인 대한제국이 1910년 8월 29일 일제에 강점되고 나서 채 10년이 되지 않아서 군주제를 부정하는 공화국원리에 기초한 헌법을 어떻게 만들 수 있었을까? 이러한 의문을 해소하기 위한 여정이 헌법전사 연구이다. 대한민국 임시헌장을 만들기 위한 치열한 투쟁의 역사가 대한민국 헌법전사이다. 대한제국은 망할 수밖에 없었다는 당위론을 펼치는 일제의 식민사관을 극복하고 식민사관에서 벗어난다는 명분으로 고종을 계몽군주로 보려는 시도도 배척하고 자주적인 대한민국 헌법전사를 쓰고자 한다. 특히 대한민국 헌법사의 주인공인 아람(民)이 객체가 아닌 주체로서 어떻게 대한민국을 세우고 나라의 주인이 되었는지에 주목하려고 한다. 즉 아람(民)의 관점에서 대한민국 임시헌장을 만들기까지의 다양한 시도와 노력의 흔적을 차근차근 더듬어 가려고 한다. 다만. 여기서는 대한민국 헌법전사의 체계를 세우는 데 집중하고자 한다. 일반적으로 수긍할 수 있는 체계를 세우기도 쉬운 일이 아닐 뿐 아니라 체계를 세워야만 이후 미시적인 연구가 수월해지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헌법전사를 연구하면 할수록 놀라움의 연속이다. 근래 우리가 이룩한 촛불혁명과 한류열풍이 절대 우연이 아니라 위대한 역사의 결과물임을 깨닫게 된다. 이러한 사실을 더 많은 사람, 아니 모든 대한국민과 한민족이 알기를 바란다.
이 책은 전체 5장으로 구성된다. 각 장은 독립적으로 작성되었다. 통일성을 유지하기 위해서 부분적으로 고치거나 줄이기는 하였지만, 각 장의 완결성을 해치지 않기 위해서 중복되는 내용을 빼거나 정리하지 않았다. 중요 내용을 반복하여 언급함으로써 강조하고자 하는 의도도 있다. 게다가 각 장은 다른 관점에서 작성되어서 각각의 맥락 속에서 해당 내용이 다르게 이해되는 측면도 있다. 일반적으로 인정되는 사실은 주를 달지 않았으나, 잘 알려지지 않거나 특별한 사실에는 주를 달았다. 중요한 헌법문서는 원문과 함께 번역문을 본문 뒤에 덧붙였다. 번역문은 얻을 수 있는 모든 번역문을 두루 참조하여 가능한 한 쉬운 우리말로 옮겼다. 따라서 번역문은 기존 번역문에 빚진 바가 많음을 밝힌다.이 작은 책이 석주 이상룡 선생님(1858〜1932, 대한민국 임시정부 초대 국무령), 백암 박은식 선생님(1859〜1925, 대한민국 임시정부 제2대 임시대통령), 성재 이시영 선생님(1868〜1953, 대한민국 초대 부통령), 단재 신채호 선생님(1880〜1936, 성균관 박사), 민세 안재홍 선생님(1891〜1965, 미국 군정청 민정장관), 위당 정인보 선생님[1893〜1950, 대한민국 초대 감찰위원장(오늘날 감사원장)]의 학문과 사상을 잇는 민족사관 계열 역사서로 평가되길 갈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