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이미 오래전부터 책 속에 길이 있음을 잘 압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가 공부는 안 하고 책만 읽고 있으면 불안합니다. 공부와 책을 별개로 생각합니다. 책은 아무리 읽어도 누가 성적을 매겨주지 않기 때문인가 봅니다. 수능 점수를 잘 받으면 명문대학에 진학할 수 있고, 명문대학을 졸업하면 좋은 직업을 가질 수 있지만, 책은 아무리 많이 읽어본들 돈 많이 버는 직업과 연관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시대가 변함에 따라 지식 획득은 쉽고 간편해졌습니다. 모르는 게 있으면 누구나 자신의 핸드폰으로 검색 가능합니다. 조선 역대 왕의 계보나 영단어 스펠링을 굳이 달달 외워가며 암기하고 살아갈 필요가 없는 세상에 살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그런데도 학교 교육은 크게 변하지 않았습니다. 얼마나 잘 외웠는지, 얼마나 잘 알고 있는지 확인하고 점수를 매깁니다. 학생들의 지능이 나날이 발달하고 아는 것이 많아지자 시험은 시험대로 나날이 유형을 바꾸면서 난이도도 높여갑니다. 오직 공부의, 공부에 의한, 공부를 위한 공부가 되었습니다.
그런 공부를 했고, 그런 공부를 가르치던 교육자들의 반란은 그리하여 매우 유의미합니다. 『공부를 읽고 쓰다』에 참여한 전·현직 교육자들의 목소리는 한결 같습니다. 바로 책 속에서 답을 찾고, 책으로 답합니다. 책 읽기가 즐거워지는 교육, 미치도록 쓰고 싶도록 만드는 교육, 학생들이 주체가 되어 답을 찾아가는 교육 비법을 아낌없이 방출합니다.
『공부를 읽고 쓰다』는 입체적인 도서입니다. 팝업북이라는 의미가 아닙니다. 책을 읽다보면 오디오와 비디오가 생생하게 머릿속에 떠오르기 때문입니다. 학교가 보이고, 교실이 보입니다. 교실 안 아이들의 왁자지껄한 수다들이 들리고, 사각사각 글 쓰는 소리가 들리고, 토닥토닥 자판 두들기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대한민국의 모든 학교가 성적 중심의 수업이 아닌 읽고, 쓰고, 말하는 수업이 되어야 합니다. 그런 수업의 노하우가 이 책에 담겼습니다.
쉽고 간편한 검색이 가능해진 세상에 공부가 왜 필요할까요? 올바른 자료를 분별하는 눈과 그 자료를 이해해내는 머리를 훈련하는 것이 바로 공부이기 때문입니다. 그 공부 비법은 책에 있습니다. 우리는 이미 오래전부터 책 속에 길이 있음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