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의 말공부』 천경호 선생님이 들려주는
기본기 탄탄한 학급경영, 함께 성장하는 교실
지금 진정 우리의 교실과 학교에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문제 상황으로 가득 찬 교실에서 길을 잃어버린 교사들에게 지금 무엇이 필요할까? 『교사의 말공부』의 저자 천경호 교사가 20년 교직 생활 속에서 숱한 모색을 거쳐 고민하며 정립한 학급경영의 철학을 담은 책을 출간했다.
그의 학급경영은 기존의 교실 관행과 이유를 묻지 않는 답습에서 벗어난다. 교실에서 부딪히는 모든 갈등의 순간에 교사에게는 길을 잃지 않을 나침반, 즉 학생에 대한 이해에 기반한 교육철학이 필요하다. 그래야 아이들과 대화할 수 있고, 학부모에게 자신의 교육 방식을 설득할 수 있다. 학교에서 이뤄지는 교육 활동에 대해 먼저 교사가 스스로 이해하고 받아들일 만한 이유, 교사가 부딪힌 벽이 무엇인지 먼저 알아야 제대로 소통하고 나아갈 수 있다.
학급을 경영하는 바탕에는 교사의 인간관, 가치관 같은 교육철학이 필요하고, 그 철학과 이론을 바탕으로 해야만 단단하게 중심을 잡은 실천이 펼쳐질 수 있다. 그렇다고 이론과 철학이 거창하고 어려운 것만은 아니다. 바로 교사의 말과 행동, 행위와 평가의 기준점이 되는 관점을 세우는 것이다.
저자 역시 여느 교사들과 마찬가지로 오랫동안 고민하고 헤매는 시간을 보냈다. 날마다 조금씩 책을 읽고, 강의를 듣고, 교육학, 심리학, 뇌과학 등 다양한 논문을 읽으며 비로소 자신의 관점을 세울 수 있었다. 그렇게 할 수 있었던 동력은 바로 교사인 자신의 작은 그릇을 드러나게 한 아이들, 부족한 자신이 공부하도록 영감을 준 학자들과 그들의 저술이었다. 교사로서 거듭 태어나기 위한 그의 분투는 치열한 성장의 과정이기도 했다. 아이들과 학교, 그리고 학교를 둘러싼 세계까지를 온전히 이해하고자 하는 교사의 성장이었다. 그 씨앗은 아이들과 학부모들, 동료 교사들의 성장 또한 촉진하는 토양이 되었다.
저자의 학급경영은 기본기와 관점이 탄탄하다. 일상에서 비롯되지만, 교육의 핵심과 본질을 관통한다. 아이들과 학부모를 대하는 관점 자체가 다른 지형에서 출발한다. 저자가 교육의 본질을 끊임없이 중심에 두고 사고하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는 아이에게 진정 중요한 물음을 묻고 있는가?
단순한 기법과 실용적인 매뉴얼을 뛰어넘는
일상에서 실천하는 교육과 배움, 그리고 소통의 단단한 방법론!
저자가 제시하는 구체적인 학급경영의 실천 방법들은 단순한 기법이나 노하우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탄탄한 교육철학을 바탕으로 하고 있기에 교육의 본질을 향해 가는 사다리가 된다. 예를 들면 저자가 아이들에게 강조하는 꼭 지켜야 할 규칙 두 가지가 그렇다. 수많은 교실에서 학급회의를 통해 아이들이 학급 규칙을 만들고 지키도록 하고 있지만 저자는 오히려 학급 규칙을 간소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아이들 간의 격차를 고려하고 교사가 부재해도 스스로 상황에 맞게 유연하게 판단할 수 있는 내적 기준을 세워주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저자가 강조하는 규칙 두 가지란 ‘매사에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고 있는가?’ ‘지금 내 옆에 있는 사람에게 선을 베풀고 있는가?’이다. 자신과 타인 모두를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묻는 아이로 기르고자 함이다.
학년 초부터 학년 말까지 시기별로 할 수 있는 이벤트를 나열하는 일반적인 학급경영 책들과 달리 저자는 ‘소통’을 중심에 둔 실천 방법을 안내한다. ‘학생과 함께 하는 교사’ ‘가족과 함께하는 학생’ ‘친구와 함께하는 학생’ ‘동료와 함께하는 교사’ ‘학부모와 함께하는 교사’로 이어지는 구체적인 실천 사례들을 하나하나 따라가다 보면 교실이라는 공간이 어떤 곳이어야 하는지가 머릿속에 그려진다.
사람과 사회, 사람과 자연이 서로 어떤 관계에 있는지 알게 해 균형 있고, 넓은 시야를 갖게 해주는 곳, 새롭고 다양한 타인과의 관계 경험을 제공해 외로움 대신 친밀감을, 고립 대신 우정을 배우고 가질 수 있게 도와주는 곳. 이곳이 바로 학교이고 교실이 아닐까?
_본문 중에서
저자가 제시하는 학급경영 방법들은 모두 학생의 성장을 목적으로 실현된다. 간단하지만 효과적인 도전 과제, 학생들의 자존감 높이기, 경쟁이 아니라 스스로 성장할 수 있는 관점 전환(성장형 사고방식) 가르치기, 글쓰기를 통한 생각 키우기와 공부의 힘 배우기 등이 그 예이다.
현재 이루어지는 생활교육에 대한 비판도 중요하게 거론된다. 학교폭력예방교육의 한계를 지적하는 저자가 실천하고 있는 ‘우정 교육’ ‘용서와 사과 수업’은 적대감으로 일그러진 우리 교실에 진정 무엇이 필요한지를 깨닫게 한다.
저자는 교사뿐 아니라, 학교라는 공동체 안에 존재하는 다양한 교육공동체 구성원에 대한 감사 또한 아이들에게 일깨운다. 그럴 때 아이들 역시 학교에서 보내는 순간이 소중하고 의미 있는 시간임을 깨닫고, 아울러 그 고마움을 아이들이 전할 때 학교의 모든 구성원이 각자가 하는 일의 의미를 깨달을 수 있기에 교육공동체가 함께 성장할 수 있다고 말한다.
학교와 교육에 대한 비관론도 넘치지만, 여전히 학교는 가장 중요한 공공의 영역이다. 그러기에 저자는 강조한다. 모두의 최선이 헛되지 않도록 돕기 위해 존재하는 곳이 학교이고 교실이라는 것. 모두의 더 나은 최선을 돕기 위해 필요한 것이 교육이라는 것. 이것이 헛되지 않도록 학교라는 모두를 위한 공간에서, 학교와 교실이란 최일선에서 이 책이 길을 잃은 교사들에게 나침반이 되어줄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이다.
이 책은 기존의 실용적 팁과 매뉴얼의 한계를 뛰어넘는, 인문학적·교육학적 학급경영의 가능성과 진수를 보여주는 아주 특별한 책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