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과 사회 모두에게 직면한 가장 심각한 도전 중 하나인
치매를 용감하지만, 냉정하며, 매우 인간적으로 다루는 책!
어린 자녀의 손을 잡고 시장을 걷는 한 엄마의 모습이 보인다. 아이와 함께 시장에서 맛있는 간식도 사먹고, 가게도 돌아다니는 모습이 보인다. 갑자기 사라진 아이. 아이를 찾기 위해 엄마는 주변 사람에게 핸드폰 속 사진을 보여주며 찾아다닌다. 시장 호떡 가게에서 호떡을 쥔 채 앉아있는 아이를 찾은 엄마. 아이는 엄마에게 “호떡 좋아하잖아 네가.”라고 말한다. 아이는 사실 그녀의 엄마였던 것이다. 몇 년 전에 사람들의 심금을 울린 한 광고의 내용이다. 이 광고는 치매에 관한 광고였다. 많은 사람이 치매란 이처럼 자신을 잃고, 사랑하는 가족에 대한 기억을 상실하는 끔찍하고 잔혹한 질환으로 알고 있다. 이 끔찍한 질병의 치료법을 찾기 위해 수많은 의사, 과학자, 제약회사가 시간과 돈을 쏟아붓는다. 그러나 이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치료제나 치료법 개발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의사이자 간병인, 그리고 치매 가족력이 있는 티아 파월은 이 책에서 오늘날 우리 사회에 치명적이고 심각한 도전 중 하나인 치매에 관한 역사를 파고든다. 그리고 우리가 치매에 관해 잘못 알고 있는 사실을 밝히며, 우리가 치매를 어떻게 다루어야 할지를 말한다. 저자는 의대에서 치매에 관한 의학 지식을 배웠지만, 어머니와 할머니가 치매에 걸리고 문제에 직면하고 나서야 그 지식이 쓸모없는 지식이거나 구닥다리 지식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우리가 아는 치매에 관한 지식이나 정보는 매우 단편적이라는 사실을 깨달은 티아 파월은 치매에 관한 광범위한 역사를 파헤친다. 그 탐험 속에서 알로이스 알츠하이머, 그리고 그와 함께 연구한 솔로몬 퓰러 등 치매에 관해 우리가 간과하고 있지만 중요한 사실을 지적한 이들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치매가 매우 치명적인 질병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치매 환자라고 해서 존엄성에서 생명까지, 가족에서 지인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잃고, 포기하는 삶을 살아야 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티아 파월은 치매 환자와 간병인 그리고 치매를 둘러싼 우리 사회의 모든 측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관점에서 치매를 어떻게 다루어야 할지 정확히 말한다. 치매를 치료하기 위해 수없이 많은 시간과 돈이 소모되고 있다. 그 탓에 우리 사회는 다른 치명적인 도전에 쏟아부을 여력이 부족하다고 한다. 티아 파월은 치매 환자와 간병인에게 중요한 것은 바로 존엄성을 잃지 않고 행복한 삶을 이어갈 수 있도록 돕는 거라고 말한다. 치료법에 매몰되는 게 아닌, 따뜻한 돌봄의 인프라의 중요성을 설파하는 것이다.
치매에 관한 역사를 살펴보며 개인적, 사회적인 측면에서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에 관해 놀랍도록 따뜻하지만 냉정하게 이야기하는 이 책은 우리가 치매에 관해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영역에서, 앞으로 치매를 대하는 태도와 관점이 바뀌게 된다면 우리 사회가 얻을 수 있을 긍정적인 요인에 이르기까지 치매에 관한 새로운 생각을 심어주는 매우 시기적절한 도서라 할 수 있다.